포르투갈의 거장 페드로 코스타 감독이 서울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조각가인 후이 샤페즈와 함께 영화와 조각의 만남인 <멀리 있는 방>이라는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서다. 이들의 작업은 ‘밝은 방’의 예술이 아니라 미술관의 흰 벽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후이 샤페즈의 조각은 철을 소재로 하지만 거의 그림자처럼 형상화되어 있고, 페드로 코스타의 영상은 <용암의 집>(1994)과 신작 <호스머니>에서 가져온 용암과 얼굴들에 관한 것이다. 영화관에서 이동해 미술관으로 들어간 페드로 코스타의 영상이 간직한 희미한 빛은 무게를 상실한 철의 조각을 비추고, 관객인 우리는 근거(Grund)를 상실한 심연(Ab-grund)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바로 거기, 그림자들의 심연에서 이들의 협업은 서로를 구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의 페드로 코스타 회고전 ‘그림자들의 함성, 페드로 코스타’는 7월3일까지 이어지며 <멀리 있는 방> 전시는 8월6일까지 계속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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