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인생, 어차피 각개전투” - 이희원 감독 인터뷰
2016-07-06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소재로 <홀리워킹데이>를 만들게 된 배경은.

=청년 세대의 힘듦이 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청년 이슈에 관해 새로운 방식의 담론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오는데 그 현상 자체가 신기했다. 왜일까 싶어 되짚어보니 사회구조의 부조리와 어쩔 수 없이 연관이 되더라.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안정적이었으면 이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영어를 배워야 하나. 초·중·고를 거치며 그렇게 교육받았는데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다니 우린 대체 뭘 배운 것인가 등등의 의문이 하나의 교차점에서 만나게 된 거다. 난 인턴십으로 간 거라 워홀러들과는 스탠스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나도 돈이 없어서 워홀러와 다름없이 일을 했으니까. 영화에도 나오지만, 일해서 번 돈을 사기당했을 때의 분노가 너무나 커서 어떻게든 이 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일부러 만들기라도 한 듯 캐릭터가 무척 개성 있다. 세 사람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내가 레스토랑에서 투잡을 뛰고 있을 때 (곽)주현이 내 뒤를 이어 직원으로 새로 들어왔다. 딱 하루 일을 인계해줬는데 그때 뭐가 잘 맞았는지 두 번째는 사적으로 만나게 됐다. 만난 날 바로 농장행을 결심했다. (웃음) 주현이가 워홀러 커뮤니티를 통해 (박)종대까지 찾았는데 같이 영화를 찍어보자고 하니 자기가 신뢰할 수 있도록 내 소개서를 따로 써줄 것을 요구하더라. 종대는 역시 꼼꼼하다.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캐스팅됐다. (웃음) 종현이는 종대의 사촌이었고.

-세 청년의 수난기와 인터뷰를 촬영하고, 내레이션을 삽입하는 등의 구성은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 기획한 편집 방향은 더 심각하고 어두웠는데 내가 워낙 블랙코미디를 좋아하기도 하고, 워킹홀리데이 다녀온 일을 좋은 추억으로 품고 살아갈 많은 누군가들의 기억을 망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기에 영화가 조금 발랄하게 나왔다. 영화를 만들기로 해서 처음 넷이 모였을 땐 다들 사이가 좋아서 갈등과 비극이 너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웬걸, 갈등과 비극의 끊임없는 연쇄였잖나. (웃음)

-도입부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다트머스대학 졸업식 연설로 시작한다.

=그건 일종의 헌사였다. 코난 쇼를 무척 즐겨보고 코난도 무척 좋아한다. 극적이고 시니컬한 블랙코미디를 좋아해서 직접 미국에 가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잘 안 통할 것 같아서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정작 조국에서 못한다는 비애는 있지만 아무튼 양파밭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그걸 영화로까지 만들고 나니 해외 진출에 대한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 북미 콘텐츠와 시장의 흐름도 직접 보고 싶어졌다. 이십대를 보내고 나니 내 정서도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고, 어느새 나도 편하고 안정적인 걸 찾게 되더라. 날 다시 한번 실험대에 던져놔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엔 월급 잘 주는 데로 가서 편히 목숨 연명하고 살아야겠다 싶었는데 호주에서의 시간을 겪고 나니 좀더 막살아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 인생, 어차피 각개전투인데 뭐. (웃음)

-잘하면 <홀리워킹데이> 2편도 나오겠다.

=그럼 내 인생은 어떡하지…? (웃음) 아무튼 그래서 미국 자동차 면허도 따려고 준비중이다. 영화든 방송이든 웹시장이든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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