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속의 소년 소녀, <부산행>의 최우식과 안소희는 풋풋함 그 자체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뛰고, 엎어졌다가도 달려나가는 씩씩함. 감염자들과의 처절한 사투 속에서도 교복 위에 야구 점퍼를 걸친 소녀와 배트를 쥔 소년의 청신한 사랑스러움은 좀처럼 감춰지지 않는다. 최우식과 안소희가 맡은 고등학교 야구부 4번 타자 영국과 그를 짝사랑하는 야구부 응원단장 진희는 십대 소년 소녀의 진가를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들이다. 안소희는 진희를 “밝고 당찬 소녀”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솔직한 아이다. 극한 상황에 처하자 영국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무서우면 떨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의로워지기도 한다.” 진희의 옷을 그대로 입은 안소희와 달리, 영국은 최우식이 캐스팅되면서 초반 설정이 살짝 바뀌었다. “연상호 감독님이 처음 영국을 설정했을 땐 고등학생이지만 체격도 좋고 액션도 잘하는 4번 타자였는데, 내가 이 역할을 맡다보니 비실비실한 모습도 생겼다. (웃음) 하지만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 된 것 같다.”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을 평범한 십대의 입장에서 풀어나갔다. 최우식은 “영국과 진희는 어쩌다보니 열차에 타게 됐을 뿐인 학생이다. 현실의 고등학생처럼 무서우면 울고, 싸울 때는 몸이 앞서나가고, 옆사람에게 도움의 손길도 뻗는다”고 말한다. 실제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의지했을 것”이라는 두 배우의 말처럼, 진희의 풋사랑으로 시작한 그들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재난에 휩쓸리면서 서로를 살리고 살기 위해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영국과 진희는 이미 가족이거나 부부인 인물들과 달리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지 않은 채로 재난을 겪으며 애틋해진다.”(최우식) “맞다. 그 과정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감정이 간질간질해 보이지 않을까.”(안소희) 무거운 재난영화 속에서도, 청량한 청춘물의 맛을 낸 영국과 진희의 관계에 대해 두 배우가 내리는 명쾌한 해석이다. 실제 그들은 고된 액션 연기를 통해 “전우애”를 쌓았다. 최우식은 야구 배트를 무기 삼아 휘두르는 영국을 연기하기 위해 “동전을 넣고 하는 코인 야구장”에서 스윙 연습도 숱하게 했지만, “야구공과 좀비처럼 움직이는 감염자들의 움직임은 달라”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소희는 “몸을 사리지 말자”는 일념하에 그저 열심히 뛰고 굴렀다.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연기엔 “몸을 많이 썼던 걸그룹 경험”이 도움이 됐다. 최우식은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붙어 있어야 하는 연기가 행복했다”며 웃는다. <부산행>의 무더운 여름을 함께 난 그들은 부쩍 친밀해진 기색이었다. “이전 소속사(JYP)에 있을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다. 이 얘기 안 하면 서운해할 것 같은데(웃음)… <거인>(2014)에서 연기를 정말 잘했지 않나.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배려를 많이 해주더라.” 안소희의 칭찬에 최우식은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운 시늉을 하더니 덕담을 돌려줬다. “데뷔하기 한참 전부터 가수로서 소희를 알고 있었다. 그뒤 드라마 <하트 투 하트>(2015)에서 연기를 너무나 능청스럽게 해서 인상 깊었는데, 함께 연기하게 돼 좋았다. 호흡? 핑퐁 같았달까. 척하면 척이었다. (웃음)” <뜨거운 것이 좋아>(2008) 이후 8년 만에 영화를 하게 된 안소희는 현장이 더없이 설다. “원래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다. 연상호 감독님이 큰 스케일의 실사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흥미가 동하더라. 긴장도 했는데, 애니메이션을 하셨던 감독님이라 그리는 그림이 디테일까지 명확해 연기하는 입장에선 수월했다.” 그녀는 <싱글라이더> 촬영을 마쳤고, 현재 드라마 <안투라지 코리아>(가제)를 촬영 중이다. <거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최우식은 <궁합>과 <그대 이름은 장미> 촬영을 마치고, <옥자>를 촬영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님은 생각하는 동선과 이미지가 확실해 그대로 연기했는데 봉준호 감독님은 배우를 풀어주는 편이더라. 잘 찍고 있다. (웃음)” 현실의 무게에 허덕이는 고등학생(<거인>)부터 해커(<빅 매치>), 가수(<그대 이름은 장미>)까지 연기 변신을 시도해온 그는 “신체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에 관심 있다. 언젠가 영화 <트라이브>(2014)처럼 수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한편, “연기를 본격적으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 해본 역할이 많다”는 안소희는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단다. “진희를 연기하며 내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 <부산행>의 씩씩한 소년 소녀들의 앞날은 쾌청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