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중심잡기 - <부산행> 공유 & 김수안
2016-07-1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첫인상은? 조각상이다!” “수안아, 그런 얘기는 (녹음기에 본인 얼굴을 가까이하며) 더 크게 말해도 돼.”“조. 각. 상. 하하하! 근데 이렇게 멋있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지?” <부산행>에서 부녀로 만난 공유와 김수안이 첫 만남을 떠올린다. ‘조각상’ 공유 앞에서 부끄러워 몸을 배배 꽜던 김수안은 이제 스스럼없이 공유를 “아빠”라고 부른다. 공유가 김수안에게 할 말이 있는 눈치다. “수안아, 오늘 처음 말하는데 촬영장에서 모두들 수안이를 예뻐할 때 아빠는 한발 떨어져 있었어. 혹여나 수안이가 연기하는 데 영향이 갈까봐. 알고 있었니?”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 아빠 성격이 원래 조용하고 소심한가보다 했는데. (일동 웃음) 근데 아빠가 티 안 나게 되게 잘해줄 때가 있다. 정말 진~~심 같은 게 보였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대충 알아들으셨죠? (웃음)”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웃었지만 <부산행>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펀드 매니저로 바쁜 아빠 석우와 아빠의 사랑이 그리운 딸 수안은 아빠와 별거 중인 엄마를 만나러 부산행 KTX에 오른다. 느닷없는 좀비들의 습격에 아빠는 어떻게든 딸을 지켜주고 싶지만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부산행>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군중극”이라는 연상호 감독의 말을 힌트 삼아 보자면 영화는 주연배우라고 더 많은 분량과 스포트라이트를 두지 않는다. 공유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석우는 극의 중심에 있지만 주인공이라기보다 사회자와 같다. 역할로서의 클리셰, 클리셰로서의 상황이라는 게 분명 있다. 좀비로부터 도망쳐야 해서 상황은 급박한데 석우가 감정적으로 뭔가를 터뜨릴 만한 부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려들은 저만치로 밀쳐버렸다. 그리고 기꺼이 <부산행>에 함께 올랐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님이 한국형 좀비물을 만든다고 했을 때 신선한 그림이 기대됐다. 평면적으로 보이는 석우를 내가 합류해 다르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결과? 배우는 늘 자신의 부족함부터 보이나보다. (웃음)” 과도한 캐릭터 설정은 피하되 피로하고 차가운 인상의 석우에게 따뜻한 감정의 결을 입힌 건 전적으로 공유의 몫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정확히 알아봤다. “본인이 튀려고 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다. 연극적이지 않고 힘을 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유의 연기는 분명 더 빛날 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말이다.” 감독의 깊은 지지에 공유는 “15년간 배우로 살아오며 나름 지켜온 연기에 대한 소신을 읽어주신 것 같아 코끝이 찡해졌다”고 속내를 비춘다.

김수안의 합류는 결정적이었다. 애초에는 석우와 수안이 부녀가 아닌 부자 관계였다. 하지만 김수안을 보자마자 연상호 감독은 그 모든 설정을 뒤엎어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김수안에게 매료됐다. 감독은 “아이지만 감정 연기가 정말 좋다. 수안에게 ‘평생 가자!’고 했다(웃음)”며 진심이 묻어나는 농담을 한다. 단편 <콩나물>(2013)로 김수안과 작업한 윤가은 감독도 “감정을 유연하게 표현하는 데 타고났다. 수안이 가진 천연의 순전한 생명력을 온전히 담아줄 영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아낌없이 애정 고백을 할 정도다. 자신을 향한 이런 관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11살 김수안은 “그저 연기가 재밌다”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을 한다. 열차는, 아빠는 어떻게 생겼지. 모든 인물을 다 그려본다. 내가 맡은 인물만 빼고.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전체 그림을 그린다. 퍼즐놀이하듯이.” 좀비물이라 혹여 무섭지는 않았냐고 묻자, “처음에는 진짜 무서웠다. 근데 나중에는 오히려 연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좀비분들과 친해졌다”며 씩씩하게도 답한다.

공유는 올해 쉼이 없다. <남과 여>(2015), <부산행>에 이어 후반작업 중인 <밀정>(2015)까지. “욕심껏 필모그래피를 채웠는데 그러다보니 에너지가 부족해진 걸 느낀다.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작품마다 쌓인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할 것 같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가제) 출연은 그런 의미에서 적잖은 에너지가 돼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안은 <신과 함께>(2016), <군함도: 필사의 탈주>(2016) 촬영을 이어간다. “가끔 다른 친구들처럼 주말에 놀러 가고 싶기도 한데 나중의 내 모습을 생각한다. 무조건, 연기로 달릴 거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공유가 다감하게 거든다. “수안아, 지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 그래도 돼.” “아, 시간이 쪼금 없긴 하지만. 다 하고 있어요. 다 할 거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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