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론칭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거둔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가입자 수나 시청 시간을 보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서 한국 관객의 취향을 알아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짧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한국 시청자만의 독특한 특성이 엿보이던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국 시청자들 역시 스토리텔링이 탁월한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또 양질의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좋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취향은 없었나.
=어떤 취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하기엔 아직 초기 단계다.
-넷플릭스는 최근 몇년간 아시아 지역에 론칭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현재 우리는 북한과 중국 시장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론칭 단계에서는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프로그램부터 시작하다가 가입자들의 시청 시간이 늘어나면 선택을 해야 한다. 지역적으로 더욱 특화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지, 혹은 어떤 장르를 더 특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있어서 콘텐츠에 등급을 매기고 심의를 한다는 점이 여타 시장과 다르더라.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투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직접적인 판단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나.
=우리는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들과 <워 머신> 등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는데 플랜B쪽에서 봉준호 감독과 우리의 만남을 먼저 주선해줬다. 그런데 우리도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를 워낙 좋아했기에 그와 만난 것이 기뻤다. 처음에는 <설국열차> 정도의 저예산영화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의 피칭을 들어보니 야심차고 큰 비전이 담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영화더라. 우리가 이런 부분을 그에게 지원해줄 수 있어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성공적으로 론칭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나 시리즈를 보면 유독 영화산업에서 넘어온 연출자나 배우, 제작자가 많다. 데이비드 핀처의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인 경우일 거다. 네트워크가 아닌 영화산업에서 제작진을 데려온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우선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단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 단 하나의 창구를 통해 본인의 작품을 공개하는 데 염증을 느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장점은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보장하고 창작의 자유를 주는 것 외에 전세계 8천만 가입자들을 통해 글로벌 관객과 만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극장에 걸 때처럼 재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좋게 생각해서 우리와 일하는 것 같다. 우리의 목표는 창작자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하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창작자의 자유가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 이외에 한국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창작자가 있나.
=지금 한국 제작자, 감독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말을 아끼고 싶다. 많은 시청자가 넷플릭스에 한국 최신 콘텐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한국에서 자체 제작 시리즈와 영화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얼마 뒤 한국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하게 될 판타지 시리즈 <드라마 월드>(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백인 여성이 그녀가 좋아하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와 박경림씨가 MC를 맡게 될 한국인 참가자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스 마스터>도 주목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