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8>
여덟개 도시에 사는 여덟 남녀가, 어느 날 갑자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들은 어떻게 이러한 능력을 갖게 되었으며, 이들의 능력을 노리는 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 즌1에서는 경찰, DJ, 회사원, 해커 등 다양한 정체성과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능력을 각성하는 과정을 다뤘다.
왜 하필 배두나였을까. 워쇼스키 자매의 미드 <센스8> 첫 시즌을 보며 캐스팅 뒷이야기가 사뭇 궁금했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선’은 이 작품의 액션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낮에는 투자회사의 임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이종격투기 선수로 링에 오르는 선은 감각을 공유하는 다른 7명의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녀의 액션 능력을 빌려준다. 도시를 오가며 험악한 이들과 격렬하게 맞붙는 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배두나의 가느다란 팔다리에서 저런 힘이 솟을 줄 워쇼스키는 어떻게 알았을까? “나도 모르겠다. (웃음) <센스8>에 출연을 제안하며 감독님들이 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딱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무술 하는 비즈니스 우먼’이라고. 그 말을 듣고 바로 ‘6개월을 달라’고 했다. 난 액션에 있어서는 연습 없이 바로 되는 사람이 아니다. <괴물>(2006)을 찍을 때 양궁을 연습하는 데도 6개월이 걸렸고.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감독님들이 참 고맙다.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를 함께할 때부터 나를 믿어주신다는 걸 느꼈다. 내가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장면을 가끔 맡기시는데, 나는 또 그걸 해내면서 희열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우린 잘 맞는다.”
<센스8>는 전세계 여덟개 도시(시카고·런던·서울·나이로비·뭄바이·샌프란시스코·멕시코시티·베를린)를 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재미있는 점은 각 도시에 갈 때마다 액션을 설계하는 스턴트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메인 스턴트 액션은 독일팀이 설계하는데, 서울에 오면 서울액션스쿨이, 나이로비에서 촬영하면 케냐 스턴트팀이 협업한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도시별로 액션 스타일이 약간씩 다르다. 서울에서 내가 마동석 오빠를 한방에 쓰러뜨리는 장면은 정두홍 감독님이 설계하셨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을 깨닫고, 그 능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두 번째 시즌에서는 더 많은 공간 이동과 액션을 선보일 거라고 배두나는 귀띔했다. 지난 시즌에 청계천, 북촌, 동대문 DDP, 남산 등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를 선보였다면, 이어지는 두 번째 시즌엔 서울의 밤거리를 주목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시작해 <주피터 어센딩>(2015)을 거쳐 <센스8> 시즌1, 2로 이어져온 워쇼스키 자매와의 협업은 배두나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과 가족 같은 사이가 된 것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대사를 수정하곤 하는 라나 워쇼스키의 연출 방식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단단하게 단련한 경험도 의미 있지만, 영화 <터널>로 오랜만에 한국 스탭들과 작업하며 한국 영화현장 특유의 정을 느껴 행복했다는 배두나의 바람은 앞으로도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균형 있는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최근 그녀에겐 고민이 하나 있다. “감독님들이 우리 모두에게 미션을 하나 주셨다. <센스8> 제작진이 어떤 도시로 이동하면,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이 다른 배우들에게 차 한잔을 대접해야 한다. 아마 서울에서는 8월에 티타임을 열게 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떤 차를 내어놓아야 할까. 녹차? (웃음)” 다음번 만남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