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제이슨 본> 미리 보기-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 귀환하다
2016-07-20
글 : 송경원
업그레이드 혹은 리뉴얼 환상의 콤비가 컴백했다
<제이슨 본>

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첩보액션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본 시리즈’는 2009년 <본 얼티메이텀>을 끝으로 새로운 장으로 돌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본 레거시>(2012)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맷 데이먼의 아우라는 쉽사리 벗겨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팬들은 여전히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을 원했고, 마침내 긴 침묵을 깨고 <제이슨 본>이 7월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본 시리즈는 전작보다 속편이 좋았던 희귀한 시리즈다. 문을 연 것은 2002년 더그 라이먼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였지만 시리즈를 완성한 건 폴 그린그래스의 <본 슈프리머시>(2004)와 <본 얼티메이텀>(2007)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폴 그린그래스의 ‘본 3부작’이라 불러도 무방할 세 번째 영화 <제이슨 본>이 팬들의 열망에 힘입어 그야말로 강제소환됐다. 제목부터 영화의 방향과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본’의 귀환을 제대로 맞이하고자 몇 가지 짧은 가이드를 전한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전설을 목격하라.

<제이슨 본>

1. 시대의 변화, 제이슨 본을 소환하다

모두가 제이슨 본이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었다. 20 07년 <본 얼티메이텀> 엔딩에서 본의 실종을 알린 후 팬들은 물론 제작진도 항상 본의 복귀를 고민했다. 문제는 시점과 방식이었다. 맷 데이먼은 “우리는 제이슨 본을 정말 사랑한다. 몇달에 한번씩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만나 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준비가 되기 전에 괜한 오점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약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헤매는 중이었다”며 지난 과정을 회상했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을 21세기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것처럼 본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대의 이야기와 녹아들 만한 정치·사회적 토대가 필요했다.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니라 실제 사실같은 감각과 에너지가 본 시리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20 14년 무렵 제작진은 기대했던 변화들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감지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몇년 새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과 세계 내에서 우리를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프로듀서 그레고리 굿맨의 지적을 통해 <제이슨 본>이 딛고 선 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차별적 감시가 이루어지는 사이버 전쟁 시대, 제이슨 본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제이슨 본>

2. 제이슨 본에게 필요한 몇 가지 조건들

본이 자취를 감춘 지 12년이 지났다. 긴 공백을 깨고, 심지어 주인공이 바뀐 <본 레거시> (20 12)를 건너뛰고 제이슨 본이 돌아오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우선 그동안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돌아와야 했는지 답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이 난제는 본이 필요한 시대가 찾아옴으로써 해결됐다. 정보기관들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사이버 전쟁 시대, 완전히 정지된 줄 알았던 트래드스톤 프로그램이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의 유일한 성공작인 제이슨 본은 기억상실이라는 작동오류를 일으켰지만 여전히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10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인간병기다. 그를 찾아내 복귀시키기 위해 CIA는 그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려 한다. 맷 데이먼이 연기하는 제이슨 본에 대한 기대는 영화의 동력이자 장애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제이슨 본이 어떤 인물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프로듀서 프랭크 마셜의 통찰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제작진은 사람들이 원하고 기억하는 본을 지금 시대에 적응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본은 현대에 되살아난 냉동인간이 아니라 함께 고뇌하고 시대에 적응해나가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본은 모든 평범한 이들을 대변하는 특별한 존재로 우리에게 다시금 새로운 길을 선사한다.

<제이슨 본>

3. 슈퍼히어로에겐 적이 필요하다

제이슨 본에겐 시리즈 내내 그를 지지해준 니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 외엔 사방이 적이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본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적은 그리 흔치 않다. 슈퍼히어로영화에 비유하자면 제이슨 본은 배트맨보다는 슈퍼맨쪽에 가깝다. 새로운 적대자로 발탁된 배우는 다름 아닌 토미 리 존스다. 로버트 듀이 역을 맡은 그는 CIA의 중심에서 본의 행보를 통제하려 한다. 그는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 과정에서 일어날 희생에 개의치 않는 저돌과 맹목의 화신이다.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단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내야 하기에 토미 리 존스의 캐스팅에 믿음이 간다. 로버트 듀이가 정신적인 측면에서 제이슨 본을 괴롭힌다면 육체적으로 그에 도전하는 자는 디 애셋 역을 맡은 뱅상 카셀이다. 오직 액션으로 본을 위협하는 그의 존재는 사실적이면서도 대담한 본 시리즈만의 격투를 완성하는 중요한 열쇠다. “상어처럼 움직이라”는 주문을 했다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구상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제이슨 본과 로버트 듀이 사이에는 성공에 대한 야망으로 불타는 사이버 전문가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있다. 이 캐릭터는 새로운 기술과 세대를 대변하며 본이 겪어보지 못한 과제를 안겨준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제이슨 본>의 모든 캐릭터는 무언가에 완전히 몰두해 있고 그 하나만 좇으며 살기 때문에 다들 외롭다”고 평가했다. 선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들의 충돌이 <제이슨 본>을 본 시리즈답게 만드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제이슨 본>

4. 폴 그린그래스, 모든 이미지를 현실 세계로 안착시키는 마법사

“폴 그린그래스와 함께라면 시리즈에 복귀하겠다”는 맷 데이먼의 발언은 단지 우정을 과시하는 말이 아니다. 제이슨 본을 본답게 만드는 건 맷 데이먼의 연기와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라는 사실은 이미 <본 레거시>라는 한 차례 수업료를 지불하며 입증됐다. “일차원적으로는 다큐멘터리식 기법을 통해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것이 그린그래스의 특징이다. 그는 영화가 좀더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가리지 않고 취했다. 철저한 준비와 조사가 기본이지만 때에 따라선 현장에서 유연하게 이야기를 수정하기도 했다. 가령 중요 장면 중 하나인 엑소콘 심포지엄 연설 장면은 촬영 당일 아침 완전히 새롭게 쓰여졌다. 그럼에도 그 장면에서 활약한 배우 리즈 아메드의 말을 빌리면 “폴은 세트장에서 각본을 쓰고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그가 쓴 장면들은 언제나 철저한 조사와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버전의 대본을 받게 돼도 흔들리지 않는다”. 또 하나, 폴 그린그래스는 이 영화의 목표를 항상 배우들에게 상기시켰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데 있다. 가보지 못했던 세계에 데려가면서 이 세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5.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여주자

이 영화의 목표는 이 말 한마디로 요약된다. 애초에 관객이 가장 보고 싶어 한 존재가 제이슨 본이니 영화의 개봉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폴 그린그래스는 <제이슨 본>을 두고 “이 영화는 사람들이 정말 사랑하는 책의 다른 챕터”라고 말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본’의 세계 안에서 관객이 보고 싶은 걸 보여주되 이제껏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액션감독 사이먼 크레인 역시 “우리는 스펙터클한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본 시리즈다운 걸 추구한다”고 밝혔다. 결국 본 시리즈다운 게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9년 만에 의기투합한 제작진은 이미 이 부분을 훤히 꿰뚫고 있다. 오랜만에 공연하려고 모인 록밴드같다는 제작진은 폴 그린그래스의 지휘 아래 익숙한 액션을 새롭게 변주해낸다. 가령 <본 아이덴티티>(2 002) 촬영 시작 전 제이슨 본이 되기 위해 6개월간 복싱을 배웠던 맷 데이먼은 이후 꾸준히 운동을 이어왔다. “단지 운동을 좋아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제이슨 본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의 지금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관객이 진정 원하는 사실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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