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신예에서 할리우드 중심에 우뚝 서기까지 채 2년도 걸리지 않은 만큼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도전은 당연한 행보다. <제이슨 본>에서 CIA 소속 사이버 전문가 헤더 리 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컨트롤룸에서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표정만으로 상황을 전달할 줄 아는 그녀에게 적역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만나본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역시나 깊게 생각하고 소탈하게 답할 줄 아는 매력적인 배우였다.
-시대극부터 SF까지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영화를 좋아한다. 장르에 상관없이 목표와 색깔이 분명한 영화에 끌린다. 감독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그럼 점에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흠잡을 데 없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실적인 환경을 꾸며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제이슨 본>에 합류하게 되었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이 영화는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영화다. 10대 때부터 ‘본 시리즈’ 팬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007로 대표되는 첩보물을 재탄생시킨 점에 흠뻑 빠졌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지만 정치·사회적 맥락이 녹아 있다는 점이 이 시리즈를 특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제이슨 본 같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인상을 받았다.
-발레를 했던 경험이 신체적인 표현이나 액션 연기에 영향을미치나.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다. 운동도 좋아하고 몸 쓰는 데 익숙하다. <제이슨 본>에서 액션 연기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데 직접 보고 확인하기 바란다. 이번에 맡은 헤더는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이다. 실제로 나가서 행동하진 않아도 전체를 파악하고 조율한다. 혹시 또 모르지, 의외의 장면이 있을지도. (웃음)
-오스카 아이삭, 에디 레드메인, 맷 데이먼까지 여러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운이 좋아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행복한 일이다. (웃음) 세 배우 모두 사랑스럽고 친절한 동료들이고,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맷 데이먼의 경우 남다른 집중력에 놀랐다. 카메라 앞에는 제이슨 본이 서 있는데, 촬영이 끝나면 바로 평범한 친구가 된다. 겸손하고 성실하고 무엇보다 장난기가 넘친다. 내가 아는 가장 착한 사람 중 한명이다.
-본 시리즈를 함께했던 스탭들이 9년 만에 다시 뭉쳤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동창회? (웃음) 만나자마자 서로 장난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등학교 소년들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전학 온 학생이었던 셈인데. (웃음) 다행히 따뜻하게 맞이해줘서 작업 내내 즐거웠다.
-최근 영화 제작사 ‘비카리어스 프로덕션’을 설립해 제작자로도 활동 중이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지만 여성끼리 맞부딪치고 호흡을 맞추는 영화를 해본 적이 없다. 신작 <유포리아>에서 에바 그린과 작업하는 건 그래서 의미 있고 즐겁다. 영화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첫째지만 적어도 내가 앞으로 제작하는 영화에서는 되도록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는 작품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