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영화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2016-07-25
글 : 씨네21 취재팀
일러스트레이션 : 윤예지 (일러스트레이션)

<씨네21>이 영화평론상을 뽑은 지도 어느덧 21년이 흘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영화도 변했고, 영화시장도 변했고, 관객도 변했다. 당연히 영화평론의 경향도 변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화평론’은 여전히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개념에 머물고 있다. 1990년대 말 저널과 결합한 영화비평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이후 영화비평은 항상 ‘위기’라는 유령의 언어에 시달렸다. 매번 진짜 위기였을 수도 있다. 시네필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기획영화의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비평이 자신의 소명을 저버린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을 때조차 목소리는 작을지언정 분명 자기 자리에 서서 영화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씨네21> 영화평론이 있어왔다고 믿는다. 말하는 비평에서 심도있는 부정기 간행물까지 영화평론이 다양한 형식과 통로로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이때, <씨네21>은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평론상을 뽑았다. 올해는 21번째 영화평론상을 계기로 지난 몇년간 활약해온 젊은 영화평론가들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는 자리도 마련했다. 아무리 상황이 변해도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동시에 주변의 변화에 눈 돌리지 않고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다짐이다. 앞으로도 올해 당선자를 포함해 <씨네21> 평론가들의 활약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시라.

심사평

주성철 <씨네21> 편집장

<씨네21> 영화평론상이 어느덧 21회를 맞이했다. 먼저 예정된 발표 시기를 늦추게 된 것에 대해 응모자들과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비평의 위기’라는 해묵은 표현이 새삼 짓누르는 가운데서도, 지난 10년 가까이 50편 안팎의 응모작이 접수됐던 데 반해 올해는 무려 100편이 넘는 응모작이 몰렸다. 그러다보니 꼼꼼히 읽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적으로는 1차로 좀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눈여겨 읽을 만한 글의 수는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고, 전체적으로는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확 붙들어 매는 내공과 개성의 글이 부족했다. 내부적으로는 몇년 전의 경우처럼 당선자 발표를 건너 뛰자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그러면서 2차로 좀더 시간을 갖게 됐다. 하지만 ‘비평에 대한 관심’ 이라는 측면에서 응모작 수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제대로 갈고닦은, 긴 시간 숙성한 느낌은 부족하지만 ‘무엇에 대해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 ‘내가 본 것에 대해 타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로 채워진 글들이 많았다.

본심 후보는 홍수정, 박찬후, 서은, 홍은미, 그렇게 4명이었다. 먼저 우수상 당선자 홍수정은 주성철, 김혜리 송경원, 3인의 심사위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에 대한 작가론 ‘<자객 섭은낭>을 중심으로한 허우샤오시엔의 무협적 세계’는 그의 이전 작품들로부터 조심스런 탈주를 시도하면서, 여성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로부터 심오한 철학적 단계까지 자연스레 확장시켜가는 흐름이 좋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작품비평 또한 ‘이 영화에 진정한 전복의 순간이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차분하고 명쾌하게 접근해가는 시선이 돋보였다.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홍은미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비교로 쓴 작가론은 무척 흥미로운 접근법을 보여줬지만, 그에 반해 결론이 약한 느낌이었다. 또한 <자객 섭은낭>에 대한 작품비평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많은 부분 미흡했다. 그래서 수상권에 포함시킬 수 없게 되어 아쉬움이 컸다. 이어 박찬후, 서은은 모두 흥미로운 발상과 명쾌한 흐름을 보여줬지만 ‘가능성’ 그 이상의 숙성된 필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남겼다.

지난 몇년간 최우수상 혹은 우수상 한명의 수상자만 발표해오다, 모처럼 지난해 20회 때 두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어 올해 영화평론상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최우수상 없이 한명의 우수상 수상자만 발표하게 됐다. 앞서 언급했지만, 오래도록 분석하고 고민하여 두편의 긴 글을 정해진 양식에 맞춰 작성하고 접수하기까지, 그것은 당락과 별개로 상당한 결심을 수반하는 숭고한 행위다. 아쉽지만 더 정진했으면 하는, 언급하지 못한 후보들이 꽤 많았다. 다시 한번 모든 응모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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