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제21회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홍수정 인터뷰
2016-07-25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두려움 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홍수정씨는 “제가 영화 전공자가 아니어서”라는 말을 대답 중에 몇번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겸손이,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는 글쓰기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성실한 분석으로 무장한 글쓰기로 이어진 것 같다. 제21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홍수정씨는 로스쿨을 졸업한 법학 전공자다. 법과 영화,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부진 마음이 전해졌다.

-당선을 축하한다.

=지난해에 처음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도전했다. 매년 응모할 마음으로 올해도 도전했는데 두 번째 도전에서 이런 결과를 얻어 놀랍고 또 감사하다.

-지난해엔 어떤 작품에 대한 글을 썼었나.

=폴 토머스 앤더슨에 관한 작가론을 썼고, 데이비드 핀처의 <나를 찾아줘>(2014)로 작품론을 썼다. 그땐 내가 생각해도 여러모로 서툴렀던 것 같다.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력이 특이한데.

=대학에 생명과학과로 입학했는데 3학년 때 법대로 편입했고 그 뒤 로스쿨에 들어갔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던 차에 여유를 좀 낼 수 있었고, 그 기간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영화비평 수업을 들었다. 지난해 초의 일이다. 자발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 수강을 한 게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진심으로 쓰고 싶었고,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의 20대를 다 바친 학문이 법학이고 여전히 필드에서 뛰길 희망하지만,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건 어렸을 때부터 간직한 꿈이었기 때문에 영화평론 역시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작품비평은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이론비평은 <자객 섭은낭>(2015)을 중심으로 한 ‘허우샤오시엔의 무협적 세계’에 대해 썼다.

=허우샤오시엔의 거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는데 <자객 섭은낭>도 너무 좋아서 이 영화에 대해 꼭 긴 글을 써보고 싶었다. 영화에 대한 비평을 살펴보니 ‘정적인 무협영화’라는 글이 많던데 대체로 방점은 문장의 앞쪽에 찍혀 있더라. 나는 허우샤오시엔이 무협영화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면 무협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필연적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이 진정 이 영화를 무협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염두에 두고 장면을 분석해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의 복수와 순정 사이에 모순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분석하고 싶었다.

-장면 분석을 꼼꼼하게 잘했다는 심사평이 있었다.

=영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이론이나 영화사에 해박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꼼꼼하게 보고 나의 논리를 정치하게 세우려 하는 편이다.

-최근에 흥미롭게 본 영화가 있다면.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다. 한동안 한국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이경미 감독의 전작이자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였다. 그 두 편의 영화가 보여주는 인생의 부조리함이 내겐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 또한 다른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이경미 감독에 대한 작가론을 써보고 싶다.

-어떤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나.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의견 대립이 있을때 내 주장을 밀고 나가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만큼은 양보하지 않고 내 생각을 밀어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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