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Always, 변신 - 조정석
2016-11-2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아주 그냥 흥(興)이 뚝뚝 떨어진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조정석, 제 안의 흥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듯 엉뚱한 포즈를 연이어 붙여낸다. 지켜보는 스탭들은 배를 잡고 웃기 바쁜데 정작 그는 ‘난 아무것도 모르겠는데?’라며 ‘순진한’ 표정이다. 시미치 떼기의 속사정은 이러했다. “사진 촬영을 정말 못한다. ‘연기하는 중’이라 상상하며 찍을 뿐. (웃음)” 그는 스스로를 “낙천주의적” 인간이라 말하며 “한번뿐인 인생, 즐겁게 살자”고 한다. 그러니 이왕 해야 할 일 최대한 즐기며 하는 게 몸에 뱄다. 긍.정.의 조정석이다.

<형>은 조정석 안에 들끓는 유쾌한 흥을 자극한 작품이다. 그가 맡은 고두식은 사기 전과 10범에 입도 거칠고 하나뿐인 동생 두영(도경수)도 막대하는 “양아치”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두영과 오랜만에 재회하나 두식은 아픈 가족사를 생각하면 두영이 그저 밉다. 배배 꼬인 이들 형제 사이에도 서서히 형제애가 틈입하며 두식 역시 변해간다. “두식은 미운 행동을 골라가며 하는데 절대 밉지 않은 캐릭터다. 그런 사람이 정말 예쁘잖나.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도 그렇고 매 작품 내가 추구하는 캐릭터의 스타일이 그렇다. 미운데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약 같은 매력의 인물.” 두식은 조정석이 연기한 인물 중에서도 촐싹대고 철없다는 면에서는 <건축학개론>(2012)의 ‘납뜩이’와 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다. “내 안의 흥과 발랄함을 끄집어내준 캐릭터가 납뜩이다. 오랜만에 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는 두식이가 꽤 반가울 것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납뜩이를 떠올릴 수 있겠다 싶게 연기했다. 납뜩이에 대한 오마주처럼. (웃음)”

웃음에 관대하고 코믹물에 각별한 애정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 “잡식성이다. 시나리오만 재밌으면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재미가 대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곤란하다. 문화예술을 한다는 건 대중과 공감하는 건데 그게 안 되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거다. 희로애락, 오욕칠정을 표현하되 ‘웃픈’ 감정처럼 새로운 감정을 일깨우는 연기를 하고 싶다. <질투의 화신>만 해도 클리셰를 파괴한 독특한 면이 있지 않았나. 그런 작품이 대중에게 어느 정도 인정받았고 내 선택이 통했다는 게 기분 좋다.” 즐겁게 연기하는 그의 연기에는 리듬감이 살아 있다. 들고 나는 호흡 막간을 조율하고, 일부러 말끝을 흐리거나 눈빛뿐 아니라 목소리의 떨림으로 템포를 조정해 상대 배우, 관객과 밀당한다. “연기할 때 ‘몸을 잘 쓴다’는 얘길 종종 듣는다. 대학 때 신체훈련 동아리를 했는데 그때부터 ‘배우는 온몸이 무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연기는 텐션과 릴렉스의 울퉁불퉁한 조합의 연속인데 릴렉스가 정말 어렵다. 한 격투기 선수가 ‘스피드와 정확도가 파워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힘 있는 연기 안에서 치고 빠지는 변수를 둬 연기의 재미를 더하고 싶다.”

조정석에게 올해는 “운수대통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ICELAND> 방영을 시작으로 10년 만에 다시 오른 뮤지컬 <헤드윅>에 이어 영화 <시간이탈자> 개봉과 드라마 <질투의 화신>까지 순항이다. 누군가는 조정석 이름 앞에 ‘대세 배우’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칭찬받았다고 어깨가 올라갈 필요도, 잘못을 지적받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하던 대로 할 일을 계속하면 된다. 그래도 그런 수식어는 감사하다.” 오히려 열을 내야 할 건 자신을 다잡는 데 있다고 말한다. “배우는 감정 노동을 하다보니 (가슴을 어루만지며)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 여기가 망가지면 정신도 망가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 긍정의 원천 역시 연기로의 도돌이표라니 놀랍다. “교회에서 성극하고 가스펠 부르고 무대 꾸미며 연기를 시작해서인지 ‘연기=놀이’라는 게 머릿속에 딱 있다. 인물, 신을 상상하는 게 즐겁다. 사람한테 상처받아도, 결국 사람한테 감동을 받는 게 세상사 아니겠나. 사람 작업인 연기를 하며 많이 배우고 자극받는다.” 물론 조정석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Always, 변신을 생각한다. 배우로서 그런 욕심은 절대 놓아서는 안 될 욕심이다. 도전하고 시도하는 힘이니까.” 올해는 <형>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내년도 계획표를 짜기 앞서 그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디테일하게 보면 나도 이제 이곳저곳 상한 곳이 많다. (웃음) 건강검진도 받고 여행도 가야지. 숨 한번 크게 쉬고 쉼표 한번 찍고 가야겠다.”

스타일리스트 정혜진 / 헤어 이미영 / 메이크업 정화영 / 의상협찬 자라, 클럽 모나코, 토즈, 뮌, 아르코발레노, 금강, 타임 옴므, 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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