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상식을 벗어난 관계와 이들이 만드는 치정극으로 담아낸 일본 사회의 단면 <도쿄 연애사건>
2017-01-1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타에코(기이시 유키노)와 마야(안도 와코)는 친한 친구 사이다. 타에코와 타에코의 엄마 미도리(이시바시 게이)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마야는 해맑게 말한다. “쿄스케씨는 제 이상형이에요.” 타에코는 아빠 쿄스케(후키코시 미쓰루)에 대한 마야의 난데없는 애정고백을 가볍게 넘긴다. 며칠 후, 타에코는 아빠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을 결심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소식을 반기면서도 쿄스케의 내연녀를 경계하는 마야를 보며 타에코는 마야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야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쿄스케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우유부단한 쿄스케는 선뜻 마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딸의 친구와 사귀는 남자, 학생과 사귀는 선생, 내연 관계의 동료 등 <도쿄 연애사건>은 상식을 벗어난 관계와 이들이 만드는 치정극으로 꾸려진다. 관계만 기이한 게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과 스토킹을 일삼고 자해까지 시도한다. 영화의 초반부엔 이런 황당한 설정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이끈다면, 작품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온갖 치정관계가 빚어내는 서스펜스가 영화의 주된 동력이 된다. 작품 전반에는 블랙 유머의 정서가 짙다. 자살하러 가는 사람에게 남은 사람들만 귀찮고 불편해진다고 꾸짖는다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체면을 챙기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렇다. 딸뻘의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중년 남자, 투병과 남편의 외도를 겪고 지칠 대로 지친 중년 여자, 대학 입학 후 연애의 쾌락적인 면에만 천착하는 20대 청년들 등은 일본 사회의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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