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 - <조작된 도시> 심은경
2017-02-07
글 : 이예지
사진 : 백종헌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영화가 나올 것 같더라. 영화를 찍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SF, 애니메이션 등을 열심히 챙겨보는 자칭 “장르마니아”라는 심은경은 <조작된 도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조작된 도시>는 현실에 가상이 적절히 섞여 있는 영화다. 마치 내가 가상공간 속 인물이 돼서 직접 게임을 하는 양 찍으면서도 한명의 관객처럼 즐길 수 있는. 딱 내 취향이다.” 장르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감독에 대한 신뢰도 깊었다. “내가 박광현 감독님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웰컴 투 동막골>(2005)에서 팝콘이 눈처럼 날아오르는 장면을 본 순간부터 팬이 됐다. <조작된 도시>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니 여울이 매력적이더라. 해커는 주로 남자들이 맡았는데 여자 해커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커를 해보겠나 싶어 달려들었다. (웃음)” 그에겐 “한번쯤 캐릭터들이 함께 활약하는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은 로망”도 컸다. “할리우드영화 <어벤져스>에서 배우들이 어벤져스 멤버로서 힘을 합칠 때 멋지지 않나. <조작된 도시>의 ‘레쥬렉션’에서 권유(지창욱)가 리더, 데몰리션(안재홍)이 수비수 역할이라면 여울은 팀의 브레인이다. 레쥬렉션 일원으로 활약할 수 있어 좋았다.”

팀의 브레인 여울(AKA 게임명 털보)은 게임 속에선 민폐만 끼치지만, 현실에선 능력 있는 해커다. 심은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이자 “의외성의 총집합”이다. 비상한 해킹 능력을 지녔지만 대인기피증이 있어 면전에 있는 사람과 휴대폰으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서는 쌀밥을 고봉으로 올린 밥상을 차려먹는 구수함도 지녔다. 그는 먼저 여울의 비주얼에 공을 들였다. “외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다. 박광현 감독님이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리스베트(루니 마라)의 강인한 모습을 이야기하셔서 참고했고, 부스스한 웨이브에 민소매에 핫팬츠, 후드를 뒤집어쓰고 와일드하고 터프한 모습을 연출했다. 촬영장에서 변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니 희열이 느껴지더라. (웃음)” 여태껏 한 영화 중 가장 큰 외적 변화를 줬다는 그는 여울이 “세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쑥스러움도 많고 겁도 많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귀여운 캐릭터”라고 말한다. 여러 요소들로 여울을 빚어나가면서 심은경은 “게임 속 아바타를 만드는 것처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다. 한편 그는 <조작된 도시>가 “단지 쾌감과 재미만을 주는 장르물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 시대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도 담겨 있는 영화다. ‘비주류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용기를 건네주는 이야기랄까. 장르적 쾌감으로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동시에 감동도 있다.” 그는 느린 걸음을 선언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그린 <걷기왕>(2016)을 통해 “동세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세대가 공감을 느낄 법한 이야기에 많이 집중하게 되더라. 세대의 대표라기보단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수상한 그녀>(2014), <널 기다리며>(2015), <걷기왕> 등 주로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온 심은경에게 <조작된 도시>는 무엇보다 “함께 만들어나가고, 일궈나가는 재미를 느낀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올해 그를 스크린에서 마주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 <특별시민>과 <궁합>의 개봉이 예정돼 있으며, 올 상반기엔 연상호 감독의 <염력> 촬영을 앞두고 있다. “류승룡 선배의 딸 역할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여자다. 연상호 감독과 함께 <부산행>(2016)보다 더 굉장한 작품으로 돌아오겠다”는 포부가 단단하다. 매 작품 자신이 향하는 길의 이정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심은경은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궤도를 넓혀갈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최영주 / 헤어 이하정 / 메이크업 오성희 / 의상협찬 게스진, 트루릴리전, SJSJ, 레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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