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영화 굿즈 제작업체 소시민워크 를 만나다
2017-03-27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양경애(왼쪽). 안은주(오른쪽).

영화 수입사, 홍보사, 배급사에 물었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영화 굿즈 제작업체가 있나요? 열에 아홉이 ‘소시민워크’를 추천했다. 어떤 제품을 의뢰하든 별다른 수정을 거칠 필요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작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비단 영화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영화 굿즈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소시민워크의 이름을 들어봤음직하다. 최근 품절 사태를 빚은 <캐롤> 블루레이 한정판에 포함된 금장 핀배지, 추가입고분마저 모두 소진된 <단지 세상의 끝>의 에코백,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굿즈아이콘 등의 행사에서 완판을 기록한 <E.T.> <프리 윌리> <중경삼림> 배지 등이 소시민워크의 작품이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유의미한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소규모 스튜디오”를 지향하는 소시민워크는 안은주와 양경애, 이 두 사람의 협업으로 운영되는 스튜디오다. 상상마당 디자인팀(안은주), 시각예술팀(양경애)에서 동료로 일했던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퇴사한 뒤 “재미있는 작업을 함께해보자”고 의기투합해 2014년 12월 소시민워크를 설립했다. 그 유래가 궁금한 ‘소시민워크’라는 회사명은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두 사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의 제안으로(‘소심인’과 ‘소시민’은 발음이 같다) 탄생한 이름이라고. “걱정이 많아서 앞으로도 큰 작업은 못할 것 같다”라며 두 사람은 웃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들에게 굿즈 제작을 의뢰하는 영화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걸 보니 앞으로 기분 좋은 걱정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책과 관련된 전시를 기획하고 굿즈를 판매하는 스튜디오로 출발한 소시민워크가 영화 굿즈를 제작하게 된 데에는 감독 자비에 돌란의 영향이 컸다. “우리 둘 다 자비에 돌란을 무척 좋아한다. <마미>(2014)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영화 수입사인 엣나인필름에 연락을 했다. 음악과 영상이 감각적인 작품이라 콘텐츠적으로 다양하게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우리의 제안이 흥미로웠는지 엣나인에서 영화 굿즈와 전시를 기획하게 해줬고 그게 시작이었다.”(안은주) <마미>의 주인공 스티브(안토니 올리버 피론)는 음악과 보드를 사랑하는 소년이다. 소시민워크는 그런 주인공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마미>의 굿즈를 제작했다. 판지로 만든 스케이트보드의 뒷면에 새겨넣은 이미지 아트워크(스티브가 늘 듣던 아빠의 믹스테이프 속 추억의 명곡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림이다)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슈가미트의 작품이다. SNS에 소시민워크가 게시한 <마미>의 굿즈들을 보고 국내 영화 팬들은 물론이고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사랑하는 해외 팬들까지 구입 방법을 문의해왔다고 한다. 이들의 작업물을 보게 된 자비에 돌란 역시 “(한국에서 제작한) <마미>의 보드 아트워크를 갖고 싶다”고 자신의 SNS에 언급할 정도로 만족스러움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돌란에 대한 소시민워크의 애정은 <단지 세상의 끝>의 개봉 당시 에코백과 더불어 자비에 돌란의 전작 핀배지 세트를 제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영화 굿즈 제작업체로서 소시민워크의 원칙은 “굿즈를 제작하기 전 가급적이면 영화 본편을 관람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고편이나 짧은 영상만 보아서는 매력적인 굿즈 상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미>처럼 꼭 맡고 싶은 영화나 페스티벌 굿즈의 경우 먼저 적극적으로 제작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레코드 모양의 배지가 인상적이었던 ‘2015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의 굿즈, 찰리 채플린 기획전과 함께 제작한 <모던 타임즈> 플립북 또한 소시민워크의 제안으로부터 탄생한 작품이다.

때로는 영화사와의 협업이 아닌 자체적인 기획으로 굿즈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1990년대 TV에서 방영한 <토요명화>와 <주말의 명화> 중 50편의 장면을 엮은 <우리들의 명화 50>(그림 슈가미트)이 바로 그런 작업의 결과물이다.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을 중학교 중간고사 때 본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그게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으로 당시의 TV 편성표를 검색해 봤다. 국립중앙도서관까지 찾아갔는데도 1990년대 TV에서 어떤 영화들을 방영했는지 찾기가 정말 힘들더라. 그런 과정을 거치며 당시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들을 아카이빙의 방식으로 정리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양경애) 작업의 시발점이 된 <이유 없는 반항>부터 <대부>와 <죠스>, <사탄의 인형>과 <시네마천국> <가위손> 등 주옥같은 명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린 삽화들이 수록된 이 책을 제작하기 위해 소시민워크는 텀블벅으로 제작비를 모금했다. 200여명이 후원에 참여한 <우리들의 명화 50> 프로젝트는 목표액을 140% 초과 달성했다. 인상적인 점은 나이 지긋한 후원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들의 명화 50>을 들고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여했는데, 등산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오셔서 ‘이거 우리가 후원했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오히려 20대 초반 관객은 우리 책을 보고 ‘이게 무슨 영화예요’라고 묻기도 하더라.” (양경애)

소시민워크는 앞으로도 영화사와의 협업과 스튜디오 차원에서의 작업을 병행해나갈 예정이다. 향후 바라는 점이 있다면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작업실 한켠에 작은 숍을 내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소시민워크의 굿즈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지만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소시민워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각종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건데, 좁더라도 우리만의 공간에서 소시민워크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최근 의뢰받은 서너개의 프로젝트 중 어떤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소시민워크의 소식은 홈페이지(www.sosiminwork.com) 또는 그들의 SNS계정(www.instagram.com/sosiminwork, twitter.com/sosiminwork)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화 굿즈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소시민워크가 열어놓은 각종 창구들을 예의 주시하길 권한다. 매력적인 굿즈는 적고, 잠재적 구매자는 늘 많은 법이니까.

소시민워크가 제작한 영화 굿즈

2014.12 <마미> 에코백, 목걸이, 아트워크 전시 2015.03 <모던 타임즈> 플립북 04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매트 06 2015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배지 2종, 아트디렉팅 0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념품 2016.03 <트윈스터즈> 배지 2종 06 <본 투 비 블루> 플립북 09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배지 5종 09 <립반윙클의 신부> 배지 2종 11 ‘기타노 다케시 특별전’ 배지 2종 11 <테일 오브 테일즈> 트럼프카드 세트 2017.01 <빌리 엘리어트> 플립북, 배지 3종 01 <단지 세상의 끝> 에코백 2종, 배지 6종 01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에코백, 배지, 노트 2종 02 <캐롤> 블루레이 배지 03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에코백, 배지 03 <쇼콜라> 배지 2종 03 <라빠르망> 배지 3종 03 <오버 더 펜스> 플립북 03 인디다큐페스티발 배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