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영화 굿즈 제작과 판매에 관련된 FAQ - 저작권 해결부터 제작비, 영화 상영(혹은 흥행)에 미치는 영향
2017-03-27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핀배지, 마스킹테이프 등 굿즈별 동호회가 생길 정도로 굿즈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하지만 영화사들은 굿즈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영화’라고 말한다. 마케팅비가 제한적인 작은 영화들이 최소한의 금액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 고안한 것이 굿즈 마케팅의 시작이다. 영화의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해주는 굿즈 마케팅에 대한 궁금증을 수입, 홍보사 담당자들에게 물어 풀어보았다.

-굿즈 저작권법, 어디까지 적용되나?

=굿즈는 본격적인 판매 목적이 아닌 개봉 프로모션을 돕기 위한 아이템이다. 제작사들도 이같은 경우에 한해서 제작을 허용해준다. 할리우드나 한국영화에 비해 유럽, 아트영화가 포스터나 배우의 이미지를 재가공하는 데 비교적 허용 범위가 높은편. 한국영화의 경우 출연배우 소속사의 컨펌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배우 얼굴을 새롭게 가공할 경우 초상권 등 저작권을 허락받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러다보니 “굿즈를 만들 수 있는 영화가 대략 정해져 있다”는 것이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답변이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때 진행한 엽서 세트는, 굿즈로 제작된 적이 없던 터라 관객 사이에서 호응이 높았던 아이템이다. 최근 자비에 돌란 굿즈 제작으로 화제를 모은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저작권 문제를 푸는 게 만만치않다. 포스터 제목 폰트 하나하나 다 허락받고 제작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럼 마켓에서 판매하는 굿즈의 경우는 저작권 협의가 이루어진 건가. 최근 <라우더 댄 밤즈> 굿즈를 제작한 그린나래 임진희 과장은 “증정용으로 만들고 남은 수량을 판매한다. 이 경우는 대부분 판매를 허락해준다”고 말한다. 개인 굿즈 제작자들이 영화사와 협의 없이 만드는 굿즈는 저작권 해결이 안 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굿즈 제작비는 얼마나 되나?

=새로운 걸 하려고 해도 예산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굿즈는 어디까지나 정해진 마케팅 예산 안에서 제작되기 때문이다. 주로 전체 마케팅비의 10%를 넘지 않는 선이 일반적이다. 상상마당의 경우전체 예산의 5% 정도를 굿즈 제작비로 사용했다. 전체 P&A 비용이 몇 천만원에서 1억원선이라면, 굿즈 제작비는 금액으로 따지면 품목당 주로 100만~200만원 선으로 책정하는 편. 그린나래 임진희 과장은 “다양성영화의 경우 P&A 비용이 높지 않다. 굿즈는 적은 비용으로 영화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활용하는 마케팅 툴이 되었다”고 말한다. 주로 대량 제작하기 때문에 제작 단가는 낮아지는 편이다. 엽서, 노트, 포스터 등 지류는 제작 예산이 크지 않은 아이템이다. 최근 굿즈계의 인기 아이템인 마스킹테이프의 개당 제작비는 2천원선. 100개를 만들어도 20만원이면 가능하다.

-굿즈가 흥하면 흥행도 따라온다?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폭스캐처> 같은 경우 굿즈로 제작한 맨투맨 티셔츠는 품절 사태를 일으켜 재차 만들 정도였지만 영화 흥행은 저조했다. <단지 세상의 끝> 역시 자비에 돌란의 팬층을 고려해 굿즈 제작비로 800만~1천만원선을 책정했지만, 흥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굿즈와 흥행이 상반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굿즈를 제작한 티캐스트 최경미 팀장은 “가령 엽서 때문에 영화를 본다고 말하긴 힘들다. 영화를 보는데 엽서도 받는다면 기분이 달라지고, SNS에 그걸 노출하니 홍보 효과가 더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굿즈 증정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제 굿즈 마케팅은 다른 수입사나극장에서 다 하니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굿즈가 영화의 호기심이나 호감도에 기여하는 건 확실하다. 개봉 초기에는 굿즈를 증정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재고하고, 영화에 대한 팬심이 붙으면 반복 관람에도 영향을 준다.

-굿즈 스페셜 상영의 경우 효과를 보나?

=‘굿즈 패키지 상영’은 마케터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영화 흥행에 도움을 주는 요소다. 최근에는 굿즈가 포함된 금액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특별 상영이 부쩍 늘었다. <족구왕>을 시작으로 최근 <할머니의 먼집> <문영> 등의 굿즈를 진행한 상상마당 김신형 팀장은 “한 10명 중 2~3명은, ‘굿즈 때문에’ 영화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캐롤>같이 영화의 팬층이 형성된 영화의 경우 굿즈 패키지 상영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상영과 더불어 <캐롤>의 필름 북마크, 다이어리 등을 증정하는 스페셜 패키지를 마련했는데, 굿즈가 N차 관람자들의 관람을 이끌어줬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는 “이제 굿즈는 감독, 배우가 움직이는 GV(관객과의대화) 시사와도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한다. 다양성영화 시장에서는 결코 무시 못할 홍보 툴로 굳혀졌다.

-굿즈 디자인, 어떤 원칙으로 만들어지나?

=‘굿즈가 너무 갖고 싶어서 영화를 볼 수 있게끔 하자.’ 굿즈 디자인은 여기서 출발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쳤다면, 지금은 영구히 소장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추구하기도 한다. “굿즈 제작회의도 마케팅 회의의 중요한 과정이 되었다”고 말하는 CGV아트하우스 이명희 과장은 “점점 고민이 커진다. 예전엔 아트포스터, 엽서만 해도 됐다면 요즘은 아이템이 진화했다. 다른 영화도 눈여겨보면서 새로운 걸 찾는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제1 원칙은 영화에 나오는, 영화랑 어울리는 컨셉을 찾을 것. 영화에 나오는 소품이 있다면 그걸 굿즈로 제작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영화를 설명할 글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영화 제목만 간결하게 쓰거나 느낌만 가져가는 걸 추구한다. 그린나래 임진희 과장은 “개봉일은 절대 안 넣는다. 한글 제목은 조그맣게 넣는다”며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홍보하고 있다는 걸 숨기고,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되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가장 잘 팔린 굿즈는?

=굿즈 판매 수치는 흥행 수치처럼 정확히 데이터가 남지 않는다. 판매가 아니라 증정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구에 회자되는 굿즈들은 있다. <폭스캐처> 맨투맨 티셔츠. 티셔츠를 입으면 본인도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호응이 컸다고 한다. 원래 150개를 만들었다가 품귀현상이 일었고, 주변 요청이 많아 100개를 더 찍었다. 마스킹테이프의 제작 붐을 몰고 온 건 재개봉한 <빌리 엘리어트> 때부터. <라우더 댄 밤즈>의 휴대폰 케이스도 유사 제품이 만들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굿즈 제작이 어렵다는 인식이 많은데 <할머니의 먼집> 같은 경우는 할머니 스웨터 모양의 핑크색 배지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이런 굿즈도 있다?

=<범죄의 여왕>은 고시원생들이 먹을 법한 합격탕을 만들었다. 관객이 받은 합격탕의 내용물은 더치 커피였다고. 영화의 내용과 겹치면서 호응을 얻고 SNS에 많이 노출된 경우다. 비슷한 예로 <죽여주는 여자> 상영 후 나눠준 ‘박카스 할머니’ 양미숙 캐릭터가 그려진 박카스도 있다.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아예 어린이 관객을 위한 동화책을 제작하기도 했다. <캐롤>의 필름 북마크는 영화 필름을 잘라서 북마크로 만들었는데, 받는 사람은 복불복이 된다. 어느 장면을 받을지 모르는 거다. “하늘이나 남자를 받은 분들이 SNS에서 항의가 컸다. (웃음)”는 담당자의 말. 결국 다시 엄선하여 또 한차례 진행했고 호응이 좋았던 굿즈다. <카페 소사이어티>의 굿즈로 제작된 스트레이트 잔, 언더록 잔도 영화의 분위기를 고려해 만든 굿즈다.

-플리마켓 수익이 상당할 것 같다?

=굿즈를 판매하는 장터는 요즘 굿즈 마니아들에게 큰 이벤트다. 아트나인 플리마켓, 상상마당 플리마켓 등은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대기번호를 받고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호응이 높다. 처음 굿즈 플리마켓을 할 때만 해도 각 사가 10만원 정도 수익을 냈다면, 지금은 1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5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처음엔 증정용으로 시작해서 이제 굿즈 단가가 조금씩 조금씩 비싸지다보니 예매 이벤트나 선물로 주게 됐다. 그러다보니 못 받은 분들은 구매를 원하게 됐다. 플리마켓 같은 바자 형식, 수익을 전제하지 않는 선에서 수입·배급사들이 시작한 행사다”라고 말한다. 돈을 번다기보다 실비 제작비 정도의 수익만 올리는 게 목표. 한편 심부름센터 직원이 사러 오고 퀵서비스가 기다리는 등 수집 목적이 아니라 2차 판매를 위해 대량구매를 해 원성을 산 경우도 있어서 굿즈 판매에도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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