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프리즌> 이내경 미술감독
2017-04-06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어쩌다 보니 감옥 미술 전문이 된 것 같다. (웃음)” 영화의 대부분이 감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프리즌>의 이내경 미술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평소 강렬한 남성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던 바람과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 감옥 배경을 작업해본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형 감옥영화를 제대로 보여주자”며 뛰어들었다. 마침 <프리즌>을 마치고 뒤이어 작업한 <대장 김창수> 역시 구한말의 감옥을 배경으로 한 까닭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동안 감옥만 있었다. 두 남자가 만나 어떤 일을 도모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감옥에서만 진행되는 <프리즌>의 시나리오를 읽고 그녀가 떠올린 것은 “푸른 죄수복의 유건(김래원)과 갈색 모범수 옷을 입은 익호(한석규)의 옷 색깔을 영화적으로 공간에 활용해보면 재미있겠다”는 거였다. 그녀는 또한 사진작가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작품인 <브리프 엔카운터스>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도 톤 앤드 매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최지윤 프로듀서가 발품을 팔아 찾아낸 옛 장흥교도소에서 촬영 허가가 떨어지자 미술팀 역시 한달음에 현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웬걸, “분홍 빛깔의 공간과 새하얗고 화사한 톤의 벽지와 벽화 앞에서 조금 당황했다. 아무튼 최대한 밝은 톤을 걷어내고 애초에 의도했던 교도소 배경 취지에 맞게 바꿔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국영화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교도소를 처음으로 작업한다는 매력은 있었지만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영화를 보면 운동장에 별다른 체력단련 시설이 없다. 실은 철봉이라도 심어보려는 생각에 땅을 팠다가 첫 삽에 수도관이 터져버렸다. 오래된 부지였던 탓에 땅속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던 거다.” ‘잠시 일을 쉴까’ 고민하던 시기에 우연히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2009)를 보고 ‘저런 섬세하고 은은한 공간 미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는 말에서 감옥 미술 전문가다운 애정이 묻어난다.

독특하게도 세트팀에서부터 현장 경력을 시작해서 류성희 미술감독을 사수로 두며 미술팀의 노하우를 배운 그녀는 <집으로 가는 길>부터 미술감독 크레딧에 이름으로 올리고 있다. 영화 일을 그만둘지 말지 잠시 고민도 했다가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그녀는 “텍스트로 이뤄진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시각화하는 게 미술팀이다. 영화가 어떤 톤 앤드 매너를 갖게 될지를 상상하면서 뭐든 보이게끔 만들어내는 작업이 바로 미술팀의 매력이다”라고 말한다. 이내경 미술감독이 앞으로도 오래 영화 현장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그녀가 그동안 작업했던 영화 속 아름다운 공간들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노트

“미술감독 입봉 이후 노트 한권에 영화의 작업 과정 전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 때 느꼈던 감정이나 영감을 받은 글귀나 작품, 누군가와 전화통화한 내용 등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기록하고 또 기록하는 것은 “초심을 잃을 때마다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2016 <프리즌> 미술감독 2015 <악의 연대기> 미술감독 2013 <집으로 가는 길> 미술감독 2011 <고지전> 아트디렉터 2009 <마더> 미술팀장 2009 <박쥐> 미술팀장 2007 <헨젤과 그레텔> 미술팀장 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미술팀 2006 <백만장자의 첫사랑> 미술팀 2005 <태풍> 미술팀 2003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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