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극장을 찾은 관객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두컴컴한 극장에 꼼짝없이 두어 시간을 발이 묶여 있어야 관람 가능한 매체다. 장르의 형식이라는 것도 틀이 짜여 있어 어떤 영화는 그 틀과 규칙을 잘 지켜 재미있고, 어떤 영화는 틀을 깨고 벗어났다며 신선하다고 반응한다. 그래서 우린 종종 영화의 역사란 것이 영화를 틀에 가둬두었다가 지루해지면 또 꺼내어 산산조각내었다가 또 가두는 등의 행위를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영화는 끊임없이 예술성을 획득하게 되고 시간을 더 아름답게 가둬두는 노하우를 얻게 된다. 여기 소개하는 영화 만들기를 둘러싼 두 가지 경향은 전혀 다르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에세이필름이란 형식은 영화의 형식보다 그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자신에 주목하는데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 자체의 형식을 되묻게 된다. VFX란 영화를 꾸며주는 시각효과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그 영화의 형태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토록 영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려 하는데 그 꿈틀대는 움직임 속에서 결국 영화 자체의 본질을 읽을 수 있으니 흥미로운 것이다. 에세이필름 경향과 VFX 분야의 발전 경향을 동시에 되짚어봄으로써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뻔한 질문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대담 참가자
강윤극 세종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박재욱 EVR 스튜디오 이사 채수응 영화감독 유태경 덱스터 디지털 휴먼 & VR 연구소 소장 지명구 IOFX 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