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더 잘하고 싶다 - <하루> 유재명
2017-06-16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유재명은 자화자찬을 못 견뎌하는 부산 남자다. 과거에 했던 자신의 인터뷰도 “멋있는 척하고, 폼 잡았다”고 괴로워했다.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또 없다고도 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오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대호>, 드라마 <응답하라 1988> <4등> 등 여러 작품에서 이름을 알린 비결인지도 모른다. <하루>에서 그가 맡은 택시 운전사 강식은 준영(김명민)과 민철(변요한)이 겪는,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스포일러와 직접 관련된 캐릭터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유재명은 지금껏 보여준 인물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인상을 보여줬다.

-생각보다 동안인데. (웃음)

=배우들이 가진 욕심인데… 동네에서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유재명이)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하며 옥신거리다가 내 얼굴을 확인한 뒤 “맞잖아” 할 때 기분이 되게 좋다. 생각보다 어려 보이고, 실물이 잘생겼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웃음)

-<하루>에서 연기한 택시 운전사 강식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속도감이 있었고, 몰입도가 높았다. 하지만 그간 해왔던 캐릭터가 친근하고 코믹했던 까닭에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과 술을 마시다가 취중에 “강식이 접니다”라고 한 뒤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강식은 어떤 남자였나.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뒤 고통과 절망감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 매일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그 상황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그로 인한 연민의 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더라.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이 계속 반복되는 설정을 통해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의도치 않게 어떤 사고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나.

-현장에서는 어땠나.

=살인마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강식의 아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관객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사고 때문에 아버지로서 죄책감이 생겼고, 그게 분노로 발전해 어떤 행동으로까지 이어진 거다. 직감이 오기를 기다렸던 장면이 많았고, 테이크를 많이 갔다. 그냥 넘어가는 신이 없었다.

-옛날 얘기도 듣고 싶다. 부산대 공대 출신(92학번)인데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뭔가.

=고등학생 때,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부모님도, 선생님도 싫어하셨다. 벼락치기로 공부해 운좋게 대학에 진학했다. 1학년 때 연극동아리인 극예술연구회 선배들의 연극 <정부사> 리허설을 보고 무언가에 이끌렸고, 그 뒤로 연극에 미쳐 살았다. 나 때문에 가족들이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10년 만에 학교를 졸업했으니까.

-대학 시절부터 극단 ‘배·관·공’ 시절까지 연극 100여편의 무대에 올랐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내가 뭔데 거절을 해’ 그랬다. (웃음)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알겠습니다’ 하고 열심히 한다.

-<바람>(감독 이성한)에 출연한 것도 그때쯤인가.

=부산에서 활동할 때 찍었던 작품이다. 당시 시나리오도 새로웠고, 배우들도 독특했으며, 나도 독특할 때였다. 교련 선생과 과외 선생 1인2역을 했다. (웃음) 되돌아보면 재미있게 작업했다. 예전에 했던 연극들의 흔적은 팸플릿과 사진 정도지만, 그때 경험들이 나이테처럼 내 속에 쌓여 있는 것 같다. 체력도, 에너지도 젊은 시절만큼은 안 나오는 아저씨가 됐지만 말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이동휘)의 아버지이자 ‘학주’(학생주임) 역을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는데.

=그 드라마 출연하기 전에 (부산에) 내려가려고 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아 되게 불안했던 시기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차장검사를 맡았는데 권력형 검사 여럿 떠오르더라.

=내 연기를 직접 모니터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던지. 잡았던 컨셉이 대구경북(TK) 출신이고,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검사들이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다소 무성의한 태도를 가진 아저씨와 멋들어진 드라마 속 검사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지난 1, 2화를 보니 내 연기가 다소 아쉽더라. (웃음)

-차기작은 뭔가.

=<마약왕>(감독 우민호)에서는 송강호 선배를 돕는 밀수단속반 김 반장을 연기한다.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 <읽지 못한 편지>에도 출연했다.

영화 2017 <하루> 2016 <비밀은 없다> 2015 <내부자들> 2015 <대호> 2015 <베테랑> 2015 <메이드 인 차이나> 2015 <4등> 2014 <제보자> 2014 <황제를 위하여> 2013 <남쪽으로 튀어> 2012 <자칼이 온다> 2012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09 <바람> 2008 <무방비도시> 2007 <눈부신 날에> 2006 <사생결단> TV드라마 2017 <비밀의 숲> 2017 <힘쎈여자 도봉순> 2016 <화랑> 2016 <질투의 화신> 2016 <욱씨남정기> 2015 <응답하라 1988> 2015 <파랑새의 집> 2014 <오늘도 청춘> 2013 <칼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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