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스파이더맨: 홈커밍>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배우 톰 홀랜드, 제이콥 배덜런과 함께 한국을 찾은 존 와츠 감독을 기자회견이 열린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지금까지 단 두편의 저예산 장르영화를 만들었을 뿐인 신인감독에게 마블 스튜디오가 <스파이더맨>을 덜컥 맡긴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자신만의 스파이더맨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존 와츠의 피터 파커는 어떤 성격의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매사에 의욕 넘치고 쾌활한 히어로이길 바랐다. 이전 시리즈들이 스파이더맨의 기원을 보여주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면 이번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 스파이더맨이 먼저 등장한 덕분에 기원에 대한 설명을 생략할 수 있었다. 나는 틴에이저 슈퍼히어로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톰 홀랜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현장에서 그가 보여준 노력이나 재능에 감탄한 때는 언제인가.
=뻔한 대답 같지만 매 순간 그랬다. 그는 신체적으로 훌륭한 액션 연기가 가능한 능력을 갖추고 현장에 왔기 때문에 그가 날고 구르는 모습을 찍기만 하면 됐다. (웃음) 똑똑한 면도 있어서 항상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열정도 넘쳤다.
-많은 관객이 기대하는 이번 영화의 액션 컨셉은 어떻게 구상했나.
=해당 장면에 가장 적합한, 또 실제로 촬영 가능한 액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것이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이다. 과거 샘 레이미 감독 버전에서는 현실에서 촬영이 불가능한 앵글, 즉 CG숏이 많이 등장하는데 나는 드론이나 테크노 크레인을 이용하더라도 실제로 촬영할 수 있는 구도의 액션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시리즈의 인장 같은 다리에서 펼치는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과감한 변화인 것 같다.
=맞다. 다리 액션이 없다. (웃음)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전 시리즈에 이미 등장한 장면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스파이더맨이라면 응당 있을 만한 곳이 아닌, 워싱턴 모뉴먼트처럼 난이도 높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다소 어설픈 액션을 펼치도록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피터 주변의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인종이 무척 다양하다. 어떤 의도가 있나.
=피터의 고향 뉴욕 퀸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굳이 어떤 것을 의도하기보다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변 배우들의 캐스팅 의도를 이야기하라면 캐스팅에 제약을 두지 않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벤져스 멤버들은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고민하고 때로 그 부분이 충돌하기도 한다. 피터 파커에게는 어떤 고민을 안겨주고 싶었나.
=이번 영화는 스파이더맨이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피터가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현실뿐만 아니라 MCU 내에서도 옳고 그름의 가치가 충돌한다. 그 속에서 피터는 자신의 위치를 점차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