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군함도> 이성환 조명감독 - 이야기를 돕는 빛
2017-08-17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군함도>의 조선인 탈주 시퀀스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모든 스탭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가장 고난도의 촬영이었다. 시퀀스의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밤부터 다음날 아침 동이 터온 뒤까지 이어지는 영화적 시간을 표현하기가 여러모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탈주를 시도하는 조선인과 이들을 막으려는 일본인이 벌이는 전투 양상은 빛의 변화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데이 포 나이트’(낮 시간에 밤 장면을 촬영하는 것)로 촬영된 이 장면의 배후에는 조명팀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태양이라는 자연을 이길 수는 없으니 빛의 변화를 표현하는 건 후반작업팀에 맡기고 좀더 쉽게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을 이길 수 없다고 해서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성환 조명감독이 이끄는 <군함도> 조명팀은 새벽녘의 어스름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로 30m, 세로 12m 폭의 대형 실크천을 촬영장의 상공에 띄워 일광을 막았다. 크레인 두대를 연결해서 천을 띄워야 할 만큼 규모의 작업이었다. “바람 불어 천이 찢어지면 묶어서 올리는 작업”을 2주간 반복했다는 이성환 조명감독은 “실크천을 통해 새벽녘의 톤을 맞출 수 있었던 게 조명팀으로서는 큰 과제이자 수확”이라고 말했다.

<비열한 거리>와 <비스티 보이즈>, <불신지옥>과 <악마를 보았다>, <대호>와 <아수라>. 이성환 조명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그가 조명감독 또는 조명팀으로 참여한 작품 중에는 빛의 변화가 등장인물과 작품의 무드를 만드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영화가 많다. <장화, 홍련>(200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 김지운 감독과 다수의 작품을 함께한 오승철 조명감독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이야기와 캐릭터에 밀착된 라이팅을 하는 법”을 배웠다는 이성환 조명감독은 사수인 오승철 조명감독과 “지금은 부부 같은 사이가 된” 이모개 촬영감독을 처음 만난 <악마를 보았다>를 영화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으로 꼽는다. <아수라>의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의 얼굴에 드리운 깊은 그림자, 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박성배(황정민)를 위한 인공조명,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대호>의 횃불과 미군 폭격에 대비해 소등을 자주 했던 조선인의 상황을 고려한 <군함도>의 양초 불빛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이야기가 우선”이라고 믿는 이성환 조명감독의 원칙에서 비롯된 조명 방식이다. “누군가 어떤 영화를 보고 ‘이성환이 조명을 했구나’ 생각한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라고 잘라 말하는 그는 조명감독으로서의 개성을 추구하기보다 영화 속 빛을 매 순간 성실하게 설계해나가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원칙주의자다. 이성환 조명감독의 차기작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 SF 장르는 처음이라는 그의 시선으로 담아낼 빛의 스펙트럼이 궁금하다.

조명의 시작과 끝, 무전기

“현장에 처음 나가면 조명팀 막내가 무전기를 가져다준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조명 세팅이 시작되는 거다. 이 무전기를 통해 조명팀 스탭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재촉하고, 사과하고, 수고했다고 인사한다. 조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언제나 함께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영화 2017 <군함도> 2016 <아수라> 2015 <대호> 2015 <쎄시봉> 2013 <집으로 가는 길> 2013 <감기> 2012 <후궁: 제왕의 첩> 조명 B팀 2011 <최종병기 활> 조명 B팀 2011 <글러브> 조명부 2010 <악마를 보았다> 조명부 2010 <이끼> 조명부 2009 <불신지옥> 조명부 2008 <모던 보이> 조명부 2008 <비스티 보이즈> 조명 B팀 2007 <행복> 조명 B팀 2006 <마음이> 조명부 2006 <해변의 여인> 조명부 2006 <비열한 거리> 조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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