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택시운전사> 정이진 미술팀장 - 시대와 장소의 분위기를 만든다
2017-08-24
글 : 임수연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 그러니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구체적인 시대와 장소가 배경이다. 화자는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이다. 때문에 <택시운전사>는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외부인의 눈으로 본 공간을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택시운전사>의 미술과 소품은 조화성 미술감독이 이끄는 화성공작소의 작품이다. 그리고 정이진 미술팀장은 8년간 조화성 미술감독과 함께 일해온 핵심 인력이다. 조화성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디자인을 총괄한다면, 정이진 미술팀장은 디자인에 따른 각 신의 컨셉을 정리하는 실무를 담당한다. 촬영이 다가오면 소품을 준비하고 디자인에 맞게 인원을 분배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품은 단연 택시다. 당시 광주 택시는 거의 ‘포니’였다고 한다. 후반의 카액션 신에서 다른 포니 택시와 구별되게 하기 위해, 또 좀더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브리샤가 만섭의 차로 낙찰됐다. 연출부가 어렵게 구해온 택시는 이후 의상과의 조합을 고려해 하늘색이나 노란색이 아닌 녹색으로 결정됐고, 색깔이 너무 튀지 않도록 올리브색을 조금 섞은 결과 지금의 색깔이 완성됐다고 한다. 가장 구하기 힘들었던 소품은 택시에 달린 미터기였다. 그에 따르면 고가의 돈을 들여 겨우 미터기 한대를 구한 다음 본을 떠서 비슷하게 제작했다고 한다. 특히 미터기가 꺾이면 실제로 돈이 올라가게끔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까다로웠다. 한편 <택시운전사> 최고의 1분이라 꼽히는, 비포장 검문소 중사(엄태구)가 만섭의 트렁크를 확인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품에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만섭이 국수를 먹으러 간 시장이 마침 부처님 오신 날 행사로 북적이고 있었고, 아마도 만섭은 그 시장에서 광주 사람들을 생각하며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등이나 초 같은 것을 구입했다고 가정했다.

정이진 미술팀장은 이전에 <밀정> <내부자들> <감시자들>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에 중점을 둔 <택시운전사>와 달리 <밀정>은 같은 시대극이지만 누아르적이면서 차갑게 보이는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지금은 <마약왕> 현장에서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번 연속 송강호 주연의, 시대극을 맡게 됐다. 유신정권 시대를 리얼하게 재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환각적인 느낌을 내는 색감이나 패턴을 튀지 않게 넣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미술이 눈에 확 들어오면 결코 잘한 미술이 아니”라는 조화성 미술감독의 말에 따라 현장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그의 또 다른 시대극이 어떤 디테일로 구현돼 있을지 기다려보자.

줄자

“소품을 준비할 때도, 세트를 지을 때도 사이즈가 중요하다. 공간에 딱 어울리는 소품이 들어와야 우리가 생각했던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항상 줄자를 갖고 다니면서 어디든 재는 게 습관이 됐다.”

영화 2017 <택시운전사> 2016 <밀정> 2015 <조선마술사> 2015 <내부자들> 2014 <역린> 2013 <남자가 사랑할 때> 2013 <감시자들> 2012 <신세계> 2011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1 <모비딕>

사진 한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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