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살인자의 기억법> 김민수 무술감독 - 현혹하기보다는 드라마에 호응하는 액션
2017-09-21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자동차가 트리플로 돌아가다가 한번에 전복되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림. 원신연 감독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김민수 무술감독에게 요구한 가장 중요한 액션 신은 바로 김병수(설경구)의 기억을 망가뜨린 17년 전의 차량 전복사고 장면이었다. 눈이 쌓인 한겨울의 뚝방길, 김병수의 두뇌에 각인된 그날의 사고는 영화의 베스트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차량 전복 신이야 경험이 많다. 그런데 단 한번의 기회에, 세번 돌아서 정면으로 착지한다는 건 타이밍과 계산이 정확해야 하는 싸움이었다.” “마치 CG를 쓴 것 같은” 이 장면은 김민수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 팀원들, 그리고 설경구 대역으로 차량에 탑승한 권귀덕 무술감독이 장비 없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김병수가 혈기왕성한 청년 민태주(김남길)와 엉켜 붙는 장면도 영화에서 중점을 둔 액션이었다. “UFC 경기에서 서로 붙어서 하는 컨셉을 기본으로 했다.” 손의 힘 하나로 연쇄살인을 해온 김병수의 기술과, 끈이나 밧줄 같은 도구를 이용한 태주의 기술이 부딪히며 “서로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질퍽한’ 액션을 만들었다”.

‘무리한’ 차량 전복 신부터, 26회차에 달하는 액션 장면은 현장경험 30년차인 김민수 무술감독의 지휘 아래 능란하게 수행됐다. 1988년 김영모 무술감독을 따라 액션배우 일을 시작한 후 <태극기 휘날리며>(2003)에 정두홍 감독과 참여하면서 액션에 투신해 살고 있다. <싸이렌>으로 무술감독으로 입봉했고 그간 <지구를 지켜라!> <오직 그대만> <프리즌> 등에 참여했다. 특히 액션배우를 대중적으로 알린 드라마 <시크릿 가든> 역시 그의 작품. “18살 때,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무술한다고 집을 나와 5년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웃음)” 원신연 감독과는 전작 <세븐데이즈>를 함께하기도 했으며, 선배인 정두홍 감독과 서울액션스쿨을 함께 창립한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장동건씨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무대에서 내 이름을 말해주더라. 하지원씨도 <시크릿 가든> 때 그런 말을 해주었고.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무술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없었는데, 이제 드라마 액션 장면에서 컷과 오케이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생겼다.” 자신 역시 서브무술감독이었다가 무술감독이 되었고 허명행, 최봉록 등 막내들이 무술감독이 되는 등 후배들이 지속적으로 무술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된 지금. “매번 새로운 액션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현란함이 아닌 드라마와 함께 호응하는 액션”을 구상하려 한다.

은팔찌

김민수 무술감독은 자신의 눈과 입이 작업의 보조도구라고 말한다. 어떤 동작을 볼 때마다 저건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하고 팀원들에게 그걸 설명하는 게 일이어서 그에겐 다른 기기보다 눈과 입이 중요하다. 굳이 꼽자면 <시크릿 가든> 때부터 10여년간 푼 적이 거의 없는 은팔찌는 그에게 부적같이 소중한 것. “선물받은 건데 이걸 하고부터 일이 계속 잘되더라. 반팔로 화면에 나와야 할 때를 빼고는 항상 차고 다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영화 2017 <살인자의 기억법> 2016 <프리즌> 2011 <오직 그대만> 2008 <미인도> 2007 <세븐데이즈> 2005 <그때 그사람들> 2003 <지구를 지켜라!> 2000 <싸이렌> 드라마 2017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2015 <킬미, 힐미> 2012 <아랑 사또전> 2010~11 <시크릿 가든> 2007 <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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