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G-시네마④] <천화> 민병국 감독 & <앵그리버드와 노래를> 지혜원 감독
2017-10-16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소통 #제주 #인도_푸네 #문화충돌 #언어
지혜원, 민병국 감독(왼쪽부터).

민병국 감독의 <천화>와 지혜원 감독의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천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의 소통이 불발되는 과정을,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수많은 충돌을 극복하고 끝내 음악으로 소통을 이뤄내는 과정을 조명한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제주도와 인도 푸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다양성영화의 로케이션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두 작품 모두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혜원_ 이 영화에는 문화와 문화의 충돌이 있고, 자식과 부모 세대의 충돌이 있고, 가르치려는 자와 배우려는 자의 충돌이 있다. 이 충돌을 극복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콘서트라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KBS에서 방영한 케냐 지라니 합창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이 합창단의 지휘자 김재창씨를 알게 됐다. 나중에 안부를 물으니 인도에 가셨다고 하더라. 인도라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을 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민병국_ <천화>는 고승의 죽음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이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죽음을 향해 다가가며 영화 속 인물들은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되는데, 겉으로는 서로 연대하고 배려하며 사랑하 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기가 쌓아놓은 울타리 속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소통은 이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데, 제주도라는 공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점도 있다.

-이번 영화를 만들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혜원_ ‘언어’가 가장 힘들었다. 이것 역시 소통의 문제였다.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100% 인도에서 촬영했는데, 내가 힌디어를 알지 못하기에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언어를 서너 가지 섞어 쓴다. 힌디어부터 소수 민족어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언어가 한 장소에서 공존하기에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민병국_ 영화 제작 자체는 너무 신나는 일이고 어려움 없이 잘 진행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돈 문제였다. 여기저기에서 제작비를 끌어모아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 예정된 날짜에 제작비가 들어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하루 촬영하고 제주도에 내려갔는데, 돈이 하루치 숙박비 정도밖에 없었다. PD와 함께 여기에서 그만둘 것인지, 앞으로 제작비가 들어올 것을 기대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홍해가 갈라진 다음에 걸어가는 게 아니라, 일단 뛰어든 다음에 갈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는데 하루하루 간신히 제작비가 들어왔다. 운 좋게 촬영을 마쳤지만 정말 힘들었다.

-<천화>는 제주도,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인도 슬럼가를 배경으로 한다. 로케이션 촬영에 있어서 어떤 고민을 했나.

지혜원_ 자주 한국을 오갈 수 없으니 스탭을 최소한으로 꾸렸다. 계속 인도에 상주한 한국 스탭은 나와 촬영감독뿐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현지 스탭들을 고용했는데, 평소 인도 뭄바이가 발리우드 영화산업이 발전한 곳이라고 들었기에 인도 스탭들에게 기대를 많이 했었다. 한국과는 다른 테크닉과 영상 문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막상 촬영지인 푸네(뭄바이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곳이다)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현지 사운드맨의 경우 헤드셋도 쓰지 않고 오디오를 테스트하고, 붐맨은 움직이지도 않고. 현지 기술 스탭들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었다.

민병국_ <천화>를 찍기 전 제주도를 몇년간 오가면서 느낀 점이 있다.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상반되는 고립감과 음울함이 있었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리인데도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겉으로는 연대와 사랑을 표현하면서도 속으로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듯 제주도라는 지역이 가진 상충되는 요소들이 영화의 내용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성영화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지혜원_ 다큐멘터리에 한정해서 얘기하면,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의 평가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하면 놀라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합작하자는 제안을 먼저 받고 있다.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창작자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기술이 이국적 소재와 맞물렸을 때 그 결과물이 독창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술적으로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기에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 좀더 다양한 소재를 공략해도 충분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민병국_ 정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나 역시 정부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수도 없이 지원해보지만, 거기에 선정되는 게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사업에 몰리는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모두를 도울 수는 없다고 해도, 좀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천화>는 어떤 영화?

한 치매 노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여인과 그녀에게 다가온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윤정(이일화)은 10여년 전 제주도에 정착해 요양원 간병인으로 살아간다. 그녀가 돌보는 치매 노인 문호는 기억이 돌아왔을 때 윤정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한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종규(양동근)는 미스터리한 윤정의 삶에 매료되어 그녀와 정신적인 교감을 시도한다. <강원도의 힘> 조감독, <가능한 변화들>을 연출한 민병국 감독의 신작.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어떤 영화?

‘앵그리버드’라는 별명을 가진 성악가 김재창은 은퇴 후 저개발국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인도 푸네 빈민가의 불가촉천민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던 그는 부모의 생각이 변화하지 못하면 더이상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노래 한번 제대로 불러본 적 없던 아이들의 부모들을 가르쳐 함께 무대 위에 세우기로 결심한다. <인간극장> <KBS 스페셜> <다큐공감> 등에서 다큐멘터리를 연출, 제작해온 지혜원 PD의 첫 장편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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