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나라>(2012)의 양영희 감독이 배우 안도 사쿠라와 함께 <가족의 나라> 관객과의 대화(GV)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30주년을 맞은 도쿄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북송사업의 일환으로 세 오빠를 북한으로 보낸 가족사를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09) 그리고 극영화 <가족의 나라>에 담아냈다. 개인적 이유로 작품 활동을 쉬다 최근 차기작 촬영에 들어간 감독은 아직 영화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키네마준보>에 실린 최동훈 감독과의 대담이 마지막으로 접한 근황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오사카에 계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아지셨다. 그래서 도쿄에 있는 내가 매달 오사카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는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일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서 차기작을 찍고 있다. <디어 평양>이 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면, 이번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사실 그 사이에 첫 소설도 썼다. 지금은 출판사에서 작업 중이고 내년 초쯤 발간될 것 같다.
-원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아버지는 성격이 부드럽고 술을 드시면 평소에 안 하던 얘기도 하시는 성격인데,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어머니를 존경하고 잘 모시며 살고 싶지만 아직도 어렵게 지낸다. 그런데 내가 50대가 되고 나니, 40대 초반에 북한으로 세 아들을 보낸 어머니의 힘든 인생을 생각하게 되더라.
-조총련 간부 출신인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넘어왔다. 반면 어머니는 제주 4·3사건을 직접 겪고 피난을 온 난민이다.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에는 담기지 못했던 이야기가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디어 평양>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족과 북한과의 관계를 그리지 않았나. 이번 작품에는 가족과 남한의 관계도 담는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내용도 물론 들어간다. 내년이 70주년인데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제주도로 촬영을 갈 예정이다. 4·3사건 이후로 한번도 남한에 가보신 적이 없다. 그외에 늙어가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한 것도 나온다. 사실 내가 최근에 일본인 남자와 약혼을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웃음)
-영화를 찍으면서 어머니에 대해 새삼스럽게 알게 된 점이 있나.
=아버지는 북한에 대해 좋은 말만 하다가 술을 드시면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술을 안 하시니까 카메라 앞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말만 하시더라. 아들들이 아직 평양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는 거다. 그렇게 아주 정치적으로 사시는 분이다.
-<디어 평양>은 겉보기에는 정치적인 작품이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번 작품은 어떤가.
=반대다. 겉에 입고 있는 외투는 어머니의 가족애 같은 정치적이지 않은 이야기인데, 뚜껑을 열어보면 정치적이다. 아버지보다 좌파라서 놀라고 있다. (웃음) 요즘 내가 난민의 딸이라는 것을 재인식하고 있다. 한 개인의 인생 속에 정치가 있고, 한 가족 안에 역사가 있다.
-<가족의 나라> 당시 극영화도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
=극영화 시나리오도 세편 생각하고 있다. 신주쿠를 무대로 일본인, 재일동포, 한국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먼저 쓸 거다. 한국에서도 촬영해야 하는 작품을 그다음으로 쓸 것 같고. 구체적인 것은 비밀이다.
-다큐멘터리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빠르면 2019~20년? 어머니가 다음주에 갑자기 쓰러지실지 20년 더 사실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뭐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작품을 완성하면 틀림없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가겠다. 이 영화를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 생전에 “어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너무너무 자주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