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저스티스 리그’ 팀의 역사를 알려드립니다
2017-11-20
글 : 최원서 (그래픽노블 번역가)
슈퍼히어로 만화계의 선조 격
<저스티스 리그 vol. 1> 표지.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소재가 된 ‘저스티스 리그’ 팀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슈퍼히어로 집단이다. 이 팀의 탄생은 무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모인 히어로 협회라는 재미있는 의미의 이름인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JSA)는 미국 만화 역사상 최초의 슈퍼히로 팀인데 이것이 지금의 저스티스 리그 팀의 조상에 가깝다. 1938년 최초의 슈퍼히어로 만화인 <액션 코믹스> 1호에 슈퍼맨이 등장한 이후, 하나의 만화 타이틀에는 한명의 슈퍼히어로만 등장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또한 한권의 책에 여러 명의 히어로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각각 다른 스토리를 모아놓은 옴니버스 형식이었다. JSA는 그런 관행을 깨고 여러 명의 히어로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도록 한 최초의 시도였다.

<액션 코믹스> 1호 표지.

캐릭터들의 변천사를 보는 재미

1940년 출간된 <올 스타 코믹스> 3호 표지에는 JSA의 창단 멤버가 전원 등장했다. 당시 창단 멤버는 플래시와 그린랜턴 등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들을 비롯해 DC 코믹스의 애독자가 아니라면 생소할 캐릭터인 애톰, 샌드맨, 스펙터, 호크맨, 닥터 페이트, 조니 선더, 아워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위의 DC 코믹스 히어로들의 첫 공식적 만남에는 의외로 DC의 간판 스타들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빠져 있다. 그 이유는 1940년 당시만 해도 슈퍼맨과 배트맨은 캐릭터가 만들어진 지 3년이 채 안 된 햇병아리 히어로였고, 또 각각 <액션 코믹스>와 <디텍티브 코믹스>라는 간행물의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JSA 멤버 중 자신의 이름을 건 독자적 타이틀이 발간되던 캐릭터는 당시에 <플래시 코믹스>에서 활약하고 있던 플래시(영화에 등장하는 플래시와는 다른 인물이다)밖에 없었고, 다른 멤버들은 역시 옴니버스 형태의 만화 잡지 <어드벤처 코믹스>나 <올 아메리칸 코믹스> 등의 지면을 나눠가며 등장하고 있었다.

미국 만화의 특성상, 한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여러 작가들이 돌아가며 스토리에 살을 붙이면서 릴레이 연재를 한다. 작가진이 계속 교체됨에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해가는 캐릭터들의 변천사를 보는 것이 미국 만화를 읽는 재미 중 하나다. 1930년대 만화계를 풍미했던 JSA도 연재가 길어지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거나 뒤떨어지는 설정들은 지속적으로 수정되면서 몇몇 캐릭터들도 교체되기에 이른다. 원년 멤버들의 설정은 지금 다시 읽어 보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이름만 들으면 화학 실험을 통해 원자의 기운을 얻어 초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 애톰의 경우, 그가 실제로는 뛰어난 트레이너를 만나 운동을 통해 초인에 가까운 힘을 얻게 되었고 애톰이라는 이름은 그저 몸집이 작아서 불린 이름이라는 설정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 스타 코믹스> 3호.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만화책이라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독자층이 아동에서 점점 청소년과 성인으로 확대되는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좀더 현대적인 감각의 히어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플래시와 그린랜턴처럼 좀더 실용적이고 세련된 코스튬을 입고 당시로서는 현대적인 어법을 구사하는, 일종의 리부트된 버전의 히어로들이 활약하게 되고, 아예 인간이 아닌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샨 맨헌터 등 팬들의 인기를 얻게 된 히어로들도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소위 신세대 슈퍼히어로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되었다.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들이 점점 쌓여가자, DC 편집부는 JSA를 해체하고 이를 대신할 올 스타 팀을 다시 구성하기로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LA)다. JLA는 당시 DC 코믹스의 지적 재산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 그린랜턴, 마샨 맨헌터, 원더우먼으로 팀이 구성되었다. 이렇게 새로 꾸려진 DC의 간판 슈퍼히어로 팀은 1960년대 경쟁사인 마블 코믹스의 약진과 함께 시작된 만화책 관련 콘텐츠 붐을 타고 TV와 각종 머천다이징 영역까지 진출하며 일반 성인들도 아는 존재로 도약했고 1980년대까지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현재에도 끊임없이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통해 인용되거나 사용되는 설정들과 원형들이 이 시기에 이미 확립되었고,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이 당시의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슈퍼히어로 만화와 관련 콘텐츠는 거의 미국 내에서만 소비되는 분위기였기에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슈퍼히어로 장르가 전세계 일반인들도 즐기는 콘텐츠가 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아메리카’를 뺀 ‘저스티스 리그’가 일반적인 명칭으로 자리잡게 된다.

<저스티스 리그>

원작 만화를 읽어보고 싶다면

원작 속 저스티스 리그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와의 비교를 피할 수가 없는데, 이들이 미국의 양대 슈퍼히어로 만화 출판사의 현재 대표급 팀들이기 때문이다. JSA 시절까지 고려한다면 저스티스 리그가 연차로 어벤져스보다 한수 위이다. 실제로 JLA는 어벤져스의 탄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어벤져스는 JLA를 모방한 팀을 만들라는 마블 코믹스 사장의 구체적인 지시하에 만들어진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수없이 생겨난 슈퍼히어로 팀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저스티스 리그의 정신적 자손들이라 할 수 있다.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히어로 만화계의 선조격이라 할 만한 팀인 것이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 관람 전에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원작 만화를 읽어보고 싶다면 국내에 정식 번역 출시된 <저스티스 리그 vol. 1>과 <DC: 더 뉴 프론티어>를 권한다. 2권 분량의 <DC: 더 뉴 프론티어>는 JSA와 JLA의 탄생 과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뛰어나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저스티스 리그 vol. 1>은 2011년에 발간된 리부트 성격의 작품인데, 작가들의 기획 의도대로 DC 유니버스나 슈퍼히어로 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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