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루멧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1974)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영화화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은 당대의 뛰어난 스토리텔러, 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이었다. 비평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 작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 가장 성공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배우 앨버트 피니가 포와로를 연기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숀 코너리, 로렌 바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잉그리드 버그먼, 앤서니 퍼킨스, 존 길구드 등 당대의 톱스타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특히 잉그리드 버그먼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출신인 캐릭터 그레타 올슨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드니 루멧 영화는 원작과 달리 모든 사건의 전말이 된 비극적인 사건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캐릭터의 다국적성을 십분 이용한다는 것인데, 이름 있는 영미권 배우들의 이국적인 악센트 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사건이 해결된 뒤 모든 등장인물들이 잔을 부딪히며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엔딩 신은 짧지만 강렬한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필립 마틴의 드라마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0)
영국
미타니 고키의 드라마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5)
<후지TV>가 개국 55주년을 기념해 2부작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한 작품. 일본의 유명 극작가 미타니 고키가 연출을 맡고 니노미야 가즈나리, 마쓰시마 나나코, 다마키 히로시, 니시다 도시유키, 기치세 미치코 등의 스타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가장 대담하게 각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기억될 만하다. 쇼와시대(193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시모노세키발 도쿄행 열차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조명하는 이 드라마는 명탐정 포와로를 닮은 형사 스구로 다케루를 주인공으로 하며, 열차에 탑승한 용의자들 역시 모두 일본인으로 설정했다. 드라마의 1부는 원작의 전개를 따르며, 살인이 일어난 뒤 탑승객들을 심문하고 결론에 이르는 스구로의 모습을 다뤘다. 2부는 용의자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전말을 새롭게 조명한다. 영미권 버전에 비해 다소 극화된 인물들과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리는 사건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철도 강국답게, 이 드라마가 선보이는 열차만큼은 영상화된 모든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