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영상물 베스트3
2017-11-27
글 : 장영엽 (편집장)
캐스팅 vs 분위기 vs 호화 열차

시드니 루멧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1974)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영화화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은 당대의 뛰어난 스토리텔러, 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이었다. 비평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 작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 가장 성공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배우 앨버트 피니가 포와로를 연기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숀 코너리, 로렌 바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잉그리드 버그먼, 앤서니 퍼킨스, 존 길구드 등 당대의 톱스타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특히 잉그리드 버그먼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출신인 캐릭터 그레타 올슨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드니 루멧 영화는 원작과 달리 모든 사건의 전말이 된 비극적인 사건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캐릭터의 다국적성을 십분 이용한다는 것인데, 이름 있는 영미권 배우들의 이국적인 악센트 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사건이 해결된 뒤 모든 등장인물들이 잔을 부딪히며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엔딩 신은 짧지만 강렬한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필립 마틴의 드라마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0)

영국 는 명탐정 에르퀼 포와로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애거사 크리스티의 포와로>를 1989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했다. 영국 배우 데이비드 서쳇이 포와로를 연기한 이 시리즈는 원작의 어두운 면에 보다 초점을 맞춘 이야기와 아름다운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영국 드라마 <프라임 서스펙트>로 에미상을 수상하고 <월랜더>로 영국아카데미상을 받은 필립 마틴이 연출을 맡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2010년 1시간29분의 러닝타임으로 <ITV>에서 방영한 이 드라마의 열두 번째 시즌 세 번째 에피소드다. 이 작품은 다양한 버전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중 가장 어두운 필치로 완성되었다. 서쳇의 포와로는 말수가 적고 날카로우며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가톨릭 신자로서 포와로의 면모가 부각되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의는 신의 것”이라고 믿던 포와로는 자신의 오랜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묵주를 쥔 포와로가 울먹이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타니 고키의 드라마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5)

<후지TV>가 개국 55주년을 기념해 2부작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한 작품. 일본의 유명 극작가 미타니 고키가 연출을 맡고 니노미야 가즈나리, 마쓰시마 나나코, 다마키 히로시, 니시다 도시유키, 기치세 미치코 등의 스타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가장 대담하게 각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기억될 만하다. 쇼와시대(193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시모노세키발 도쿄행 열차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조명하는 이 드라마는 명탐정 포와로를 닮은 형사 스구로 다케루를 주인공으로 하며, 열차에 탑승한 용의자들 역시 모두 일본인으로 설정했다. 드라마의 1부는 원작의 전개를 따르며, 살인이 일어난 뒤 탑승객들을 심문하고 결론에 이르는 스구로의 모습을 다뤘다. 2부는 용의자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전말을 새롭게 조명한다. 영미권 버전에 비해 다소 극화된 인물들과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리는 사건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철도 강국답게, 이 드라마가 선보이는 열차만큼은 영상화된 모든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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