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는 100여권의 소설을 썼다.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다. 앞으로 100년이 더 흘러도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각색되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크리스티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았다. 어떤 것은 크리스티 입문 가이드로 필수적인 정보일 테고, 또 어떤 것은 TMI(Too Much Information). 아마도.
●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말고도 애거사 크리스티는 기차와 관련된 작품을 더 썼다. <칼레 열차 살인 사건>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마찬가지로 살해 방법이 자상이며, <블루트레인의 수수께끼>의 살해 방법은 교살, <패딩턴발 4시50분>은 교살과 비소, 아코니틴을 사용했다. 단편 <플리머스 급행열차>(<포와로 초기 사건집> 수록)에서도 자상으로 죽은 사람이 등장한다.
●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은 연극으로 만들어져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최장기 공연기록을 세웠다. 1952년 11월 25일부터 공연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2만7천회를 넘겼다. 참고로 두번째 최장기 공연 기록 작품은 <레미제라블>로 1985년 10월 8일부터 무대에 올랐다.
●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애거사 크리스티는 토키에 있는 한 지역 병원에서 간호사로 자원 근무했다. 병원에 약품 조제실이 생긴 뒤로는 조제사로 일했고,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런던 대학 병원에서 조제사로 자원 근무했다. 크리스티는 독약을 사용하는 추리소설을 여러 편 썼는데, 첫 작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1920)이 출간된 뒤 <약학 저널과 약사>라는 학술지에서는 “정확하게 씌어졌다”고 평가받았다. 이 소설은 포와로가 등장하는 첫 번째로, 스타일스는 마지막 포와로 소설 <커튼>의 무대이기도 하다. <커튼>의 출간과 함께 포와로의 부고가 <뉴욕 타임스> 1975년 8월 6일 1면에 실렸다. 포와로는 <뉴욕 타임스>에 부고가 실린 유일한 가상 인물이다.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높은 확률로 용의자였던 사람들 중 커플이 생긴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쓴 장소는 터키 이스탄불의 페라 팰리스 호텔로 411호에 머물렀으며, 크리스티는 이 호텔을 각별히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텔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객실이 여전히 보존되어 있다. 작품 속 시간으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에서 이어지게 되어 있으나 작품 발표 순서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먼저다.
● 일본 추리소설 평론가 시모쓰키 아오이가 크리스티의 모든 소설에 대해 평론을 실은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에서 별 다섯개를 받은 소설들과 한줄평은 다음과 같다. <죽음과의 약속>(“무적의 스토리텔링”), <백주의 악마>(“심플 & 솔리드”),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서점으로 달려가라!”), <장례식을 마치고>(“이렇게 나중에 발표된 작품이었다니!”), <커튼>(“포와로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최고의 추리소설”), <주머니 속의 호밀>(“복수의 여신, 탄생하다”), <카리브해의 미스터리>(“미스 마플이라는 영웅”), <N 또는 M>(“여기에 기만의 천재가 있도다”),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신과 배우와 관객과”), <죽음의 사냥개>(“공포와 논리의 문제”), <검찰측의 증인>(“당신은 배심원이 된다”), <봄에 나는 없었다>(“읽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 <끝없는 밤>(“여기에는 크리스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시모쓰키는 형편없는 소설에는 과감히 폭탄을 주었다. <프랑크푸르트행 승객>이 유일하게 폭탄을 받았다.
● 미국 드라마가 ‘외화’라고 불리던 시절 <제시카의 추리극장>(1984년부터 1996년까지 방영)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안절라 랜스베리가 연기한 제시카 플레처의 모델이 바로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미스 마플. <제시카의 추리극장>의 영어 제목은 ‘Murder, She Wrote’인데,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패딩턴발 4시50분>을 각색한 조지 폴록 감독의 1961년작 제목이 바로 <Murder, She Said>였다. 이 영화에서 미스 마플을 연기한 배우는 미스 마플 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명인 마거릿 러더퍼드.
● 애거사 크리스티가 직접 꼽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편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살인을 예고합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열세가지 수수께끼> <0시를 향하여> <끝없는 밤> <비뚤어진 집> <누명> <움직이는 손가락>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재단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크리스티 작품들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서재의 시체>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벙어리 목격자> <마플양 단편 모음집> <다섯 마리 아기 돼지> <빅포> <ABC 살인 사건>이다. 이 목록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혹시 아직 읽지 않았다면 <다섯마리 아기 돼지>를 당장 읽을 것.
●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서술 트릭의 원조인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크리스티를 유명 작가로 만든 동시에 ‘반칙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작품의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알게 되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 정당한 방식으로 게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피에르 바야르의 책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의 범인이 정말 유죄인가를 다시 파헤친다. 포와로의 범인 폭로 쇼에 휘말려서 혹시 놓친 것은 없는가? 포와로의 추리가 틀린 거라면 크리스티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혹시 크리스티는 추리소설 탐정이 범할 우려가 있는 ‘해석에 의한 살인’이라는 위험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바야르가 생각한 범인은….
●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데이비드 핀처가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을 때, ‘오리지널 <나를 찾아줘>’가 바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수수께끼의 실종사건이라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바람난 남편은 이혼을 원한다. 똑똑하고, 유명세가 있는 아내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상한, 엉뚱한 쪽으로 이끄는 단서들. 현금이 가득한 돈 벨트. 헤드라인 뉴스.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색에 참여. 갑작스러운 재등장과 사랑스러운 커플이 대중에 전하는 감사 인사… 그리고 정말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불확실함.” 1926년 실제 있었던 크리스티 실종사건은 1979년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영화 <애거사>로 만들었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크리스티를 연기했다. 일설에 의하면 영화 제작사에서는 그녀의 실종에 대한 단서를 더 얻기 위해 LA에서 유명하다는 영매에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크리스티의 유령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데, “나의 실종에 대한 열쇠는 페라 팰리스 호텔에 있다”라는 것이었다고.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