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하우스①] <23 아이덴티티>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2017-12-04
글 : 임수연|
[호러 하우스①] <23 아이덴티티>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파라노말 액티비티>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성장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머니볼>(2011)과 같은 성공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최초 제작비의 1억배 이상을 벌어들인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를 시작으로 ‘가성비’ 높은 호러영화를 주로 만들어왔고,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후 제작한 <겟 아웃>(2017)은 흥행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수상작만큼의 비평적 성과를 얻었다. 작은 회사가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근사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모색하는 그 다음의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23 아이덴티티>

한국 극장가에서 해외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이거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이어야 한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2017년 한국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 50위권 안에 든 작품 중 스타 배우를 내세우지 않은 중소 규모 영화는 단 세편인데, 그중 두편이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다른 한편은 뉴라인 시네마의 <애나벨: 인형의 주인>이다). 200만 관객을 불러모은 <겟 아웃>(2017)에 이어 최근 <해피 데스데이>(2017)가 누적관객수 130만명을 돌파했다. <해피 데스데이>의 원톱 주인공을 연기한 제시카 로테는 관객에게 낯선 배우고, <사랑의 블랙홀>(1993)처럼 하루가 반복된다는 단순한 설정에 화려한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해피 데스데이>는 첫날 박스오피스 3위로 진입해 개봉 6일차에 1위에 올라섰고, 점점 관객 드롭률이 커지는 일반적인 추세와 달리 2주차 평일 관객수가 1주차보다 늘어났다.



사실 한국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에 뒤늦게 응답한 국가다. 원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비롯해 적은 예산으로, 점차 입소문을 타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장르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주목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이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에 반응하기 시작한 2017년이 그들의 영화가 완성도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것이다. 올해 2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겟 아웃>은 평단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흥행 및 비평 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27회 고담어워즈에서 관객상, 각본상, 신인감독상을, 전미비평가협회(NBR)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쾌거는 과거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작품에는 없었던 것이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중이다. 한편 올 초 한국에서 개봉한 <23 아이덴티티>(2016)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더 퍼지>

500만달러 이하로 장르영화를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 다시 한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영화를 만드는 공식은 간단하다. “500만달러 이하의 낮은 제작비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르영화를 만든다.” 특히 호러는 유명하지 않은 배우가 나와도 많은 관객이 들 수 있는 장르이며, <블레어 윗치>(1999) 등의 사례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아주 적은 예산으로 대중적 성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1만5천달러의 제작비로 약 130만%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흥행 성적이 저조한 한국 내 누적매출액만 따져도 제작비의 200배에 달한다.



낮은 제작비와 높은 수익을 연결하는 핵심은 ‘창작자의 자유’다. 이것은 제작사의 경험이 쌓이면서 <겟 아웃>처럼 완성도까지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드는 발판이 된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수장 제이슨 블룸은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면 창의적인 영화가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 만큼 대중적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계산이 개입하고, 안전한 기획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와이드 릴리즈 개봉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는 특정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적은 예산은 곧 대중 전반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고 독창적인 시도가 가능해지며, 제작사는 아이디어는 줄지언정 감독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 결과 소규모로 개봉하거나 아이튠즈, 넷플릭스, VOD 서비스 등 2차 시장 수익을 노리는 것으로도 제작비 회수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나 최근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판권을 사들이면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또 다른 안정적인 수익 창구를 마련하게 됐다.



<해피 데스데이>

물론 아무리 적은 제작비를 투자했다 하더라도 어떤 작품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는 고만고만한 성적만을 거둔다면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450만달러로 제작해 2억5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겟 아웃>은 낮은 제작비를 고집하는 현재의 방식을 고수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흥행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는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노린다. <겟 아웃>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함께 극장 릴리즈에 나섰고 2천만~3천만달러가 마케팅에 소요됐다. 다시 말해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500만달러 이하로 만든 저예산영화가 25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기대될 때 극장 배급에 2천만~3천만달러를 과감하게 투자한다. 그리고 적은 제작비로 영리한 성공을 거둔다는 회사 특유의 이미지를 여전히 홍보 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겟 아웃>

“오리지널 영화는 500만달러, 시퀄은 1천만달러”



“필름메이커에 대한 투자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좋은 스토리와 기술,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할리우드 리포터>, 제이슨 블룸) 연출 경험이 없는 신인감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서는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다.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은 감독 경험이 없지만 좋은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고,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그에게 연출, 각본, 제작의 기회를 과감하게 부여했다. 제이슨 블룸은 <데일리 데드>와의 인터뷰에서 “딱히 자선을 베풀기 위해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영화산업이 종종 간과하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서다. 여성감독 혹은 다양한 감독을 고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더 좋은 영화를, 더 많은 돈을 벌고, 회사가 더 발전하기 위해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과감한 감독 고용은 20년 전 흥행 및 비평에 모두 쓴맛을 봤던 <스폰>(1997)의 리부트판에서도 나타난다. 음울하고 잔인한 안티 히어로가 등장하는 코믹스 원작을 그린 토드 맥팔레인이 연출 및 각본을 맡는다. 그는 만화가일 뿐 한번도 영화를 연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를 그에게 맡긴 것에 대해 제임스 블룸은 ‘커밍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적임자다. 토드 맥팔레인은 훌륭한 관리자로서, 맥팔레인 엔터프라이스를 경영하며 매일 누군가를 통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은 여러 방면에서 영화 연출과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만 십수편의 작품을 제작할 예정인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호러영화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오리지널 영화는 500만달러, 시퀄은 1천만달러 정도를 투입하며 5:5 비율로 편수를 맞추자”(<할리우드 리포터>)는 전략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퍼지> <위자> <인시디어스> 등이 시리즈물로서 힘을 발휘한다면, <살인소설>(2012),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 <겟 아웃> 등은 오리지널 영화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변주 가능한 시리즈물이 위험부담을 줄여준다면, 개별 영화에서는 보다 과감한 도전이 가능해진다. TV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며 <더 퍼지>의 TV시리즈 버전을 제작할 예정이다. 마블 혹은 DC 코믹스처럼 하나의 유니버스도 만들어진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성공적인 재기작 <23 아이덴티티>는 같은 감독의 <언브레이커블>(2000)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3부작 개념으로 그가 준비하는 <글래스>는 일종의 슈퍼히어로영화가 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던(브루스 윌리스), 엘리자 프라이스이자 영화 타이틀롤이기도 한 글래스(새뮤얼 L. 잭슨), 그리고 <23 아이덴티티>의 케빈(제임스 맥어보이)과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할로윈>(1978)의 리메이크도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준비하는 야심작 중 하나다. 1978년판의 존 카펜터 감독이 제작 총괄 및 음악을 맡는다. 무엇보다 1978년판의 제이미 리커티스가 출연한다는 것이 호러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주요 흥행작


출처: 박스오피스 모조


<더 비지트>

제이슨 블룸은 누구?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수장으로 지금까지 100여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가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린 예정작이 23편에 다다른다. 1993년 애로필름에 입사한 제이슨 블룸은 이곳에서 5만달러 이하의 장르영화를 구입해 케이블 및 홈비디오 회사에 판매하는 일을 했다. 처음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그의 대학 룸메이트였던 노아 바움백의 첫 장편영화 <키킹 앤드 스크리밍>(1995)이다. 그리고 미라맥스에서 5년간 하비 웨인스타인과 함께 일을 한 후 2000년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그는 일을 성사시킬 때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고 전한다. 주로 호러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제작자가 됐고 올해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이름을 올렸다.


<인시디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