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 사랑스러워!!
2018-01-09
글 : 김현수 | 사진 : 최성열 |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 사랑스러워!!

진태는 특별한 아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그는 결코 아픈 아이는 아니다. 게임 중독이면서 피아노 천재인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면부지의 형이 생기면서 그의 일상도 변화를 겪는다. 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진태의 모습을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그러면서도 결코 희화화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며 코미디를 만들어가야 했다. 쉽게 말해 그는 불편하지 않은 긍정의 웃음을 만들어야 했다.



-진태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다.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이 처음 만나 가까워지며 벌어지는 일들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태를 우울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호감 가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또 진태의 감정 표현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을, 그의 섬세한 감정이 영화에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준비해나갔다.



-또 피아노 천재라는 설정 때문에 피아노 연습도 해야 했을 텐데, 영화에서도 실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그길로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서 하루에 5~6시간씩 골방에 앉아 연습했다. 나중에 감독님이 집에서 연습하라고 피아노를 한대 사주시더라. (웃음) 생전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었던 내가 이제는 어렵지 않은 곡들은 악보를 보고 따라 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진태와 같은 인물들의 감정은 누구에게 설명을 들을 수도 없고 오로지 상상에 의존해야만 하는 영역이었을 것 같다.



=진태의 감정을 상상하면서 연기할 때 나 자신의 감정이 먼저 튀어나올 때가 가장 어려웠다. 내 감정을 표현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를 해야 하는, 그래서 박정민으로서는 들끓는 심경을 숨기면서 진태를 연기해야 했다. 사소한 동작 하나도 박정민의 표현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진태가 하는 엉뚱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이 희화화되는 것을 견제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삶을 너무 우울하게만 바라보지 말아야 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헝그리 복서 역의 이병헌과 코미디 연기를 자주 주고받아야 했을 텐데 현장에서 둘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정말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또 그것들을 미세하게 바꿔가면서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놀랐다. 옆에서 나 혼자 튀지 않으면서도 그의 연기에 장단을 맞춰주는 위치에 충실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진태를 연기하기 전후로 나눠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세상에 우리와 조금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전에 느낌 감정은 TV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느끼는 전형적인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었다. 솔직히 ‘촬영 내내 진태로 살아봤다’라는 말은 못하겠다. 그저 진태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또 진태와 같은 친구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서번트 증후군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나갔다. 이후 내 마음에 찾아온 변화는 그들을 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정도다. 내게 도움을 줬던 친구들에게 그들을 환자나 어린이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편한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게 된 것.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출연작이 많아질수록 혹은 나이가 들수록 배우로서 현장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나.



=일단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그와 동시에 불안하고 부담감이 늘어간다.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 현장에서 내가 아무렇게나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 특히 <변산> 찍을 때 심했다. 거의 원톱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준익 감독님께서 “세상의 모든 짐을 너 혼자 짊어지려 하지마라”고 하시더라. (웃음) 2017년 내내 그랬다. 성격 탓도 있지만 결국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다.



-<염력>과 <변산> <사바하>에 이어 최근 캐스팅된 <사냥의 시간>까지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올해는 박정민의 해가 될 것 같다.



=요새 자기 전에 잠시 고민해본다. ‘왜 이렇게 일이 많아졌지’ 하고. (웃음) 너무 궁금하지만 답을 내리진 못했다. 주변에서는 즐기라고 하는데 부담감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세편 모두 맡은 인물과 영화 스타일이 달라서 각양각색의 박정민을 볼 수 있을 거다. 우선 <염력>의 정현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착한 모습을, <변산>에선 무명 래퍼 학수를 통해 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웃음) <사바하>의 캐릭터는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지만 차갑고 날카롭지만 약하기도 한 면모를 품고 있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다시 만나 작업할 <사냥의 시간>도 많이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