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지원 - 배우는 재미
2018-01-30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차기작을 너무 빨리 들어가게 돼서 스스로도 놀랐다. (웃음)”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김지원의 행보는 꽤 조심스러웠다. 해를 넘긴 고민 끝에 선택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는 결국 김지원을 확실한 스타로 자리매김시켰다. 그러니 그가 드라마가 종영한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3>) 촬영에 들어갔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월영’은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던 김지원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한 캐릭터다. 월령은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여인으로, 두 남자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전편의 여성 캐릭터들보다 서사를 중심에서 이끌고, 장르적 연기는 물론 굵직한 감정 신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 김지원은 인터뷰 내내 표현을 조심스럽게 고르면서도 영화에 대해 말할 땐 설렘이 묻어나는 표정을 보였다.

-첫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원래 사극을 굉장히 좋아했다. “너 나랑 사귈래?”가 아니라 얼굴을 보지 않고 “오늘 밤 달이 밝구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매력이 있지 않나. (웃음) 그런데 이런 식의 대사로 의미를 잘 전달하려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야 하는 것 같더라. 어떻게 해야 감정이 더 잘 전달되는 뉘앙스를 만들 수 있을까, 확실히 감이 오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조선명탐정3>가 현대극과 사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화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그 틀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이민호·박신혜·김우빈 등과 출연한 드라마 <상속자들>(2013), 박서준과 주연을 맡은 <쌈, 마이웨이>에서는 또래랑 호흡을 맞췄다. 반면 <조선명탐정3>는 선배들과 함께했다.

=사실 <태양의 후예> 때도 함께하는 배우들과 10살, 12살씩 차이가 나니까 ‘난 선배들과 촬영을 많이 하는 편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대선배님들 아닌가. (웃음) 또래와 함께할 때는 무언가를 공유하며 같이 만들어가고 친구처럼 작업하는 재미가 있었다. 김명민·오달수 선배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아무래도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던 분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거라 배우는 게 많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 다른 톤으로 선배님들이 대사 핑퐁을 치는 것도 신기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웠나.

=김명민 선배님은 현장에 1시간 먼저 온다. 미리 분장을 받은 후 현장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어떻게 연기를 할지 고민하더라. 드라마를 찍을 때는 제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면 세팅할 때 대기하고 바로 슛 들어가는 게 대다수였는데, 많은 걸 배웠다. 오달수 선배님은 연기할 때 굉장히 자유분방하다. 텍스트로 적혀 있는 대본을 자신의 말처럼 하는 게 참 대단했다.

-이미 두편에 걸쳐 호흡을 맞춘 선배들이 있지만 본인이 할 일이 참 많은 작품이더라.

=내가 어떻게 하기보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주는 게 많다. 선배님들이 리액션을 워낙 잘해주니까 중반까지는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됐다. 코미디도 내가 김민, 서필과 섞이지 않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느 경계까지가 내 캐릭터가 가져갈 몫일까를 고민하는 건 모든 작품에 다 해당한다. 경계가 명확해지면 그 안을 꽉 채워야 하는 것도 연기자의 몫이다. 김민, 서필과 함께 수사하면서는 케미스트리가 잘 맞아야 했고, 동시에 월영 개인의 사연에도 집중해야 했다.

-<무서운 이야기>(2012)에서 호러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지만 <조선명탐정3>에서는 좀더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 감정 신도 많고. 김지원의 복합 연기쇼 같은 느낌까지 들더라.

=그 복합적인 부분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연기라는 게 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촬영하면서 원래 생각한 것을 수정하기도 했다. 가령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 월영이 청순가련한 모습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호위를 받는 느낌으로 가면 안 될 수 있겠더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또래 여배우라면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잡은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부러울 것 같다고. 그만큼 한국영화에는 할 일 많은 여성 캐릭터가 너무 적다.

=캐릭터가 좋아서 차기작 선택을 더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주어진 연기를 잘해냈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다. 어느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되고 골고루 잘 소화해내지 못하면 월영이라는 캐릭터의 기억의 조각이 잘 맞춰지지 않을 것 같아서 한신 한신이 참 무겁더라. 그런데 나도 평소에 다른 여배우들을 보며 부러움이나 존경과 애정을 많이 느낀다.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개인적인 친분이 없더라도 어떤 고충이 있고 재미가 있을지 자연스럽게 전해질 때가 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조선명탐정3>에 너무 바투게 들어간 터라 이번에는 좀 천천히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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