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 옆에는 김민의 빈틈을 채워주는 ‘서필’(오달수)이 있다.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 서필은 어느덧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상수가 되었는데, 서필의 존재감이 이만큼 격상될 수 있었던 건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 오달수의 맛깔나는 연기 덕이 컸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서도 오달수는 행동 하나,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웃긴다. “최상의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다는 3편. 오달수의 코미디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이 천만을 넘기면서 필모그래피에 또 한편의 천만 영화를 추가했다. 더불어 특별출연을 자청한 <1987>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필모그래피에 흥행작이 많은 이유는 단지 다작을 해서가 아니라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좋아서일 것이다.
=두편 다 잘될 것 같았다. <신과 함께>는 원작 만화를 보면서도 울었던 작품이다. <1987>은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으니까 시켜만 달라고 떼를 썼고.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이 나거나 크게 마음이 요동쳤던 작품들이 결국 잘되더라. <7번방의 선물>(2012)도 시나리오를 읽다가 덮고 좀 울다가 마음 가라앉히고 다시 읽었던 작품이다.
-<조선명탐정>의 3편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설마 했다. (웃음) 다행히 1, 2, 3편 중 3편의 시나리오가 제일 좋았고, 완성도도 가장 높은 것 같다. 찍을 때도 재밌게 찍었다. 축구든 야구든 ‘팀워크가 참 좋다’는 얘기를 듣는 팀이 성적이 좋다. 또 재밌는 경기를 하고.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경우 1편부터 3편까지 스탭이 바뀌지 않았고 감독님도 그대로고 김명민씨와 나도 그대로다. 그러면서 서로 더 잘 의기투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팀워크가 최상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그게 3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얘기한 것처럼 감독과 주연배우의 교체 없이 3편까지 시리즈물이 만들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
=제임스 본드도 1대가 있고 2대가 있듯이, 만약 가능하다면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1대 탐정, 2대 탐정, 1대 서필, 2대 서필이 나오면 좋겠다. 그렇게 더 발전된 이야기, 발전된 모습으로 시리즈가 쭉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시리즈물의 한계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는 거다. 배우 입장에서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시리즈물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캐릭터를 버리면 안 된다. 그래서 캐릭터의 새로운 이미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느냐, 그 상황이 바뀌는 거니까 인물을 특별히 재가공할 필요는 없었다. 촬영에 임하면서도 익숙함이 주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지 적어도 몇회차는 찍어봐야 현장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데, 이번엔 첫 촬영인데 이미 반쯤 찍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
-캐릭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편이 나온 때로부터 7년이 흘렀으니 그 물리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필에게 생긴 변화가 있을 텐데.
=있다. 서필에게 액션을 안 시키더라. (웃음) 와이어를 탄다든지 고난도의 합을 요하는 액션이 3편엔 없다. 2편에선 하늘도 날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는데 이번엔 와이어 액션도 안 시키더라. 감독님의 배려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명민과는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거라 눈빛만 보고도 상대의 마음을 읽고 반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여기선 어떻게 반응해야 되겠다’ 그런 계산을 하지 않아도 동물적으로 툭툭 튀어나온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대신 매너리즘에 빠져 연기하는 건 경계했다. ‘우리는 1, 2편도 같이 찍었고, 손발이 잘 맞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영화의 코미디는 주로 서필의 몫이다.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영화 초반 서커스 장면도 그렇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구현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럴 때 오히려 상황을 극대화한다거나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사했는데, 관객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명탐정>의 서필은 그렇게 대놓고 슬랩스틱을 하고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게 가능한 캐릭터다. 연기하면서도 재밌었다. 요즘은 세련된 코미디, 말로 하는 코미디가 많지만 사실 슬랩스틱 코미디만큼 어려운 연기도 없다. 어정쩡하게 해선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가 없다.
-현재 이환경 감독의 <이웃사촌> 촬영이 한창이다.
=정치인과 국가정보원 도청 직원의 이야기인데, 가택연금 중에 도청을 당하는 야당 총재 역을 맡았다. 촬영은 70%쯤 진행됐다. 3, 4월엔 오랜만에 드라마를 찍게 될 것 같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나, 이선균, 송새벽, 나문희 선생님이 한가족으로 출연한다. 아저씨 3형제 중 첫째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컨트롤>은 촬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