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궁합> 연우진·강민혁·조복래 - 진지한 남자들
2018-02-20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강민혁·연우진·조복래(왼쪽부터)

혈기왕성한 젊은 배우 셋을 한꺼번에 만났는데, 셋 다 성격이 차분한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영화제작사에서 마련했다는 <궁합> 체육대회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그날 축구 경기에서 가장 활약한 배우는 이 자리에 없는 최우식이었다. “오늘 보니 성격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굉장히 반갑다”며 강민혁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복래가 인생을 몇년 더 산 선배로서 말했다. “아마 몇년 더 지나면 너도 농담을 잘하게 될 거다. 그런데 사람의 본질은 결국 변하지 않더라. (웃음)” 정말이지 뼛속까지 조용할 것 같은 이 배우들. 하지만 계속 지켜보니 조금씩 돌출되는 매력이 안에 있었다.

지난해 연우진은 <내성적인 보스> <7일의 왕비> <이판사판> 등 무려 세편의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조용한 것처럼 보여도, 안에는 파이팅 넘치는 기질이 있는 편이다. 일부러 속에 비축해두다가, 작품을 할 때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게 아닐까.” 그런 그에게 수단을 가리지 않고 송화 옹주(심은경)의 부마 간택에서 살아남으려는 윤시경은 욕심나는 기회였다.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준 모습과 반대되는 색깔이라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자칫 기능적인 악역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내면에 무언가를 품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잡고 가니 연기가 풍성해지더라.” 주어진 캐릭터의 디테일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연우진은 사극에 적응하는 법을,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버릴 수 있는 여유를 터득했다고 전한다. “예전에는 사극의 특징으로만 사극 연기를 하려고 했는데, <궁합>이 이것을 많이 허물어줬다. 또한 일할 때 갖고 있던 고집을 버릴 때 오히려 연기의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경험도 했다.”

“술도 별로 안 좋아하고 방방 떠 있는 것 자체를 안좋아해서, 드럼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강민혁은 밴드 씨엔블루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는 강민혁.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를 만났다. 또 다른 부마 후보인 강휘는 풍류를 즐기기 좋아하며 항상 주변에는 많은 여자들이 있다. “난 그런 피가 아예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고 열심히 연기를 준비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까 아무것도 안 되더라. (웃음)” 강민혁은 첫 사극이자 첫 영화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너무 떨려서 얼마 후 있을 언론 배급 시사회를 안 보려고까지 했다고 자책했다. <궁합>이 준 숙제의 무게만큼 작품이 끝난 후 스스로에게 새롭게 발견한 점도 있지 않았을까. “질문이 너무 어렵다”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가 스튜디오에 동행한 홍창표 감독에게 SOS를 요청했다. “섹시하잖아! 난 목욕탕 신 찍으면서 약간 ‘심쿵’했는데.” 한치의 망설임 없는 대답이 단번에 튀어나오자 강민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계속 “제가요?”라고 반문했다. 자신이 배우로서 얻고 배운 것에 대해 쉽게 단언하지 않던 그가, 어떻게 홍창표 감독을 반하게 했는지 무척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사기를 일삼는 이류 역술가 개시는 <관상>(2013)의 조정석을 연상시키는, 극중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조복래는 이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탐은 났지만 다소 부담스러워했단다. “술자리에서 감독님에게 그런 말도 들었다. 너한테 너무 좋은 역할인데 왜 안 하려고 했던 거냐고, 좀 황당하다고. (웃음)” 조복래는 극단 목화에 몸담던 시절 전통 연희극 형태로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레이션으로 <궁합> 전체를 열어주는 일종의 사회자 역할까지 부여받은 개시는 만만치 않은 연기력과 배우의 존재감을 필요로 한다. 자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던 강민혁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쾌한” 조복래의 연기를 먼저 나서서 치켜세웠다. “이번 영화에서는 평소의 차분한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이런 게 본인의 숨어 있는 끼가 아닐까. 아마 밝고 유머러스한 면이 평소에도 안에 숨어 있을 것 같다.”

연우진은 신기하게 2015년 촬영한 <궁합>을 기점으로 작품이 연달아 들어와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강민혁은 <궁합>을 마친 후 드라마 <딴따라>(2016), <병원선>(2017)을 통해 드라마 주연급 배우로 자리잡았고, <범죄의 여왕>(2016)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조복래는 <예수보다 낯선> <도어락> 등 차기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궁합>이 가진 기운이 좋았던 덕분이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하자 연우진이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며 답했다. “와, <궁합>이 연기와의 ‘궁합’을 만들어준 거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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