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칸에서 만난 영화인⑤] 배우 유태오, “키릴 감독은 아직 가택구금 중이다”
2018-05-23
글·사진 : 이화정
<레토>

올 칸영화제에서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는 유태오다. 집 차고에서 노래를 부른 오디션 영상을 러시아 제작사로 보낸 후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 역에 캐스팅되고, 감독이 구금된 현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을 마치고 칸에 와서 주목받기까지, 1년여가 흐른 이후 그의 현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칸 비치에서 배우 유태오를 만났다.

-지난해 겨울 <레토>의 러시아 현장 동행 취재를 했다. 그때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가택구금 상태라 ‘과연 영화가 완성될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칸영화제에 초청되고 전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당시에는 영화에 관한 결과를 전혀 생각지 못했다. 단지 우리가 시작한 일을 잘 끝내야겠다, 라는 책임감을 안고 임했다. 여기까지 올 줄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정말 꿈만 같다. 실감이 잘 안 난다.

-레드카펫의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감독 이름이 새겨진 팻말과 얼굴이 새겨진 배지로 부재한 감독의 존재를 알렸다.

=키릴 감독이 러시아, 독일에서 연출하는 작업이 많다. 그래서 제작사 대표들이 감독의 이름을 해시태그로 걸고 행사장이든 어디든 다 등장하더라. 감독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미인 거다. 당연히 우리도 그렇게 키릴 감독의 활동을 지지하고, 그래서 이런 퍼포먼스도 하게 됐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을 대신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책임감과 함께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 것 같다. 현재 감독과 소통은 할 수 있나.

=키릴 감독은 아직 가택구금 중이다. 소통은 아예 불가능하다. 제작사 대표가 변호사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상영이 끝나고 눈물을 흘린 것도 그간 고생했던 성과, 벅찬 마음에 더해 나를 선택한 감독님이 안 계신 데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와서였다. 관객의 반응을 혼자 즐겨도 되나 하는 미안함도 있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더라.

-빅토르 최라는 실존 인물을 생각해보면 외형적으로는 닮은 점이 거의 없어 캐스팅 소식에 의아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공개된 영화를 보니 노래할 때 입모양이나 체형까지 그 느낌을 잘 살리더라. 연구가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는데, 실제 연습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고 들었다.

=준비 과정이 3주 반밖에 없었다. (웃음) 미친 듯이 준비했다. 호텔 방에 내가 나를 자체 구금했다. 스피치 코치, 제스처 코치, 노래 부르는 사람까지 제작사에서 함께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들과 같이 연습했다. 키릴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해진 빅토르 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가 처음 왜 그렇게 음악에 매진했나 그런 느낌을 담으려고 했고, 그 목적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독일 교포 출신’이라는 점이 배우 유태오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간 작업을 돌아보면 한국, 타이, 베트남, 미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전세계가 무대였다. 한국에서 스타성을 확보한 뒤 해외 진출하는 배우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업들을 보면 선택권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생활 연기자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유명한 적이 없었고, 먹고살아야 하니 주는대로 열심히 했다. 가령 동남아시아에 한류 열풍이 불면 한국 배우들을 필요로 한다. 유명한 배우들은 개런티가 높으니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하는데 마스크는 그럴듯해야 한다. (웃음) 연기도 하고, 영어도 하길 원한다. 현장에서 소통이 원활해야 작업하기 편하니까. 어떻게 보면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운 좋게 그 회색선 안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왔던 것 같다.

-러시아영화로 알려지고 한국 관객과도 만나게 될 텐데.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예전에도 역할을 맡고 김칫국부터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대는 안 하게 되더라. (웃음) 주어진 생활에 성실히 임하고 싶다. 연기선생님 만나고 자기계발하고, 연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지금까지와 같은 시간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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