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18 러시아월드컵②] KBS 이영표·이광용, "중계도 경기처럼 신뢰하는 파트너라면 감점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18-06-18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이광용 캐스터와 이영표 해설위원(왼쪽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KBS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깔끔하고 정확한 해설에 힘입어 중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이영표의 예언에 가까운 예측도 화제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이영표의 날카로운 ‘촉’은 여전할까. 브라질에는 가지 못했지만 이영표 해설위원의 데뷔 중계를 함께했고 K리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광용 KBS 아나운서도 자신의 첫 월드컵 현지 중계를 앞두고 예리하게 정보 분석 중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승부 예측이나 시청률 경쟁보다 중요한 건 자신들이 먼저 즐겁게 경기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설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영표 위원과 성공한 축구 팬 이광용 아나운서를 만났다.

-러시아월드컵 준비는 잘하고 있나.

=이광용_ 이영표 위원의 2014년 멕시코전 해설 데뷔 중계를 함께했는데, 이후 브라질월드컵 중계엔 동행하지 못했다. 월드컵 현지 중계는 오랫동안 바랐던 일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에 했던 방송들을 보면서 부족했던 점은 고치고, 다른 사람들의 방송도 모니터하면서 좋은 점은 흡수하려고 하고, 이영표 위원과도 방송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영표_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축구 경기 그 자체다. 선수들이 경기를 잘하면 좋은 중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좋은 경기가 좋은 해설의 밑바탕이다. 그다음 나의 역할은 시청자들이 경기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술적인 부분이나 경기 외적인 정보들, 이를테면 감독에 대한 이야기나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얘기하면서, 팬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으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돕는 거다.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이영표 위원의 경우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정확한 예측으로 신뢰감을 주었다. 브라질월드컵 중계를 평가해본다면.

이영표_ 우선 브라질월드컵 중계 이전에 생애 첫 평가전을 2014년 1월에 이광용 아나운서와 함께했다.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있었던 멕시코 평가전이었는데, 그때가 정말 힘들었다. 방송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90분 생방송에 투입됐고, 게다가 한국 대표팀은 0 대 4로 무기력하게 졌다. 패배도 패배였지만 경기 내용 자체가 좋지 못했다. 그때 경기 끝나고 나서 ‘방송이 정말 어렵구나, 나는 해설이랑 안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광용_ 당시 멕시코전 후반전에서 이영표 위원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국가대표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는 인상적인 말을 했는데, 다음날 스포츠 뉴스 헤드라인으로 이영표 위원의 일침이 인용되기도 했다.

-브라질월드컵 중계 당시 이영표 위원의 예측은 종종 예언이 되기도 했는데.

이영표_ 내가 무슨 특별한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 (웃음) 예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에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 부담을 가진다는 건 스스로 경기 결과를 맞힐 수 있다고 인정하는 셈인 거니까. 물론 이번에도 예측과 예상은 하겠지만 그건 언제든 틀릴 수 있다.

이광용 캐스터

이광용_ 모든 전문가들이 예측을 한다. 그게 전부 맞지는 않는다. 이영표 위원도 마찬가지다. 경험과 분석을 바탕으로 예측을 한다. 그런데 워낙 현장 경험이 많고 다양한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 같다. ‘저런 데이터는 아무나 생각지 못하는 건데’ 싶은 것까지 준비한다. 나 역시 이영표 위원의 중계를 들으면서 놀랄 때가 있다.

이영표_ 과거의 기록은 미래를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100%란 있을 수 없다. 지난 3월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 때 그런 얘길 했다. 최근에 우리는 첫골을 넣은 경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다고. 그런데 그 날 첫골을 넣고 2 대 1로 역전패당했다. 다시 말해, 과거에서 힌트를 얻을 순 있지만 100% 예측은 불가능하다.

-중계에선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호흡도 중요하다. 두 사람의 중계를 믿고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광용_ 감히 말하자면 이영표 위원은 축구 중계의 정답이다. 이영표 위원의 중계를 들어본 사람은 다른 중계를 들을 수가 없다. KBS 해설위원이라서, 내 파트너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이영표 위원과 조우종 캐스터가 참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걸 하나의 교본으로 삼아서, 거기에 나의 장점을 잘 더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영표 위원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이영표 위원이 적재적소에 잘 얘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면 된다. 중계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이고 선수들이지 캐스터나 해설자가 아니다. 그런 만큼 돋보이려 하기보다 조화롭게 서로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면 될 것 같다.

이영표_ 첫 해설도 이광용 아나운서와 했고, K리그나 대표팀 평가전 중계도 여러 번 같이했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고 불편한 게 없는 사이다. 제일 중요한 건 경기 자체를 재밌게 즐기는 일이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즐기는지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우리가 진심으로 월드컵을 흥미롭게 즐기고 있는가, 그 마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기쁘면 기쁜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감동적이면 감동적인 대로 그 감정을 전달하면 된다. 경기가 시청자들에게 담백하게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우리의 역할이고, 최선을 다해 즐거운 방송을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4년 전 월드컵에선 KBS가 시청률 1위였다. 올해도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텐데, 타 방송국 중계진을 살펴보면 SBS는 박지성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했고 MBC는 안정환이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해설을 맡는다. 공교롭게도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들이 각 방송사의 메인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게 됐다.

이영표 해설위원

이영표_ 이렇게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정환이 형도 말을 잘하지만 지성이도 사석에선 말을 정말 재밌게 잘한다. 이번 기회에 지성이의 말솜씨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이광용_ 2002년 4강 신화를 다들 기억하겠지만,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멋진 골을 넣을 때 이영표 선수가 어시스트를 했다. 그리고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골든골을 넣었는데 그때도 이영표 선수가 공을 안 올려줬으면 골 못 넣었다.

이영표_ 그 사람들은 주지 않으면 못 먹는 사람들이다. (웃음)

-SBS의 박지성 카드가 특별히 신경 쓰이지 않나보다.

이영표_ 2014년엔 차범근 감독님이 SBS 해설이었다. 2002년부터 월드컵 3회 연속 중계방송 시청률 1위를 하신 분과 경쟁했다. 그래서 4년 전엔 시청률 1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시청률 2위를 할까 걱정했지. MBC는 25~28% 정도의 고정 시청 팬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MBC는 올해도 2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광용_ 중계방송이 참 어렵다. 이건 영원히 100점이 불가능한 과목이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최고의 멘트를 던질 수가 없다. 게다가 사람들은 실수를 더 잘 기억한다. 하지만 신뢰하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면 감점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욕심 부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 또한 두텁기 때문에 시청률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린 한팀이니까. 함께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도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팬들과 함께 대표팀을 응원하자, 그런 마음으로 러시아에 가려 한다.

-한국은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함께 F조에 편성됐다. 조별 예선 성적은 어떻게 예상하나. 16강 진출이 쉽지만은 않은 조 편성인데.

이광용_ 캐스터로서가 아니라 축구 팬으로서 얘길 하겠다. 1승1무1패 16강 진출. 스웨덴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멕시코와 비기고 독일은 뭐 넘사벽이니까….

이영표_ 기대 성적과 예상 성적이 다를 수 있는데, 기대 성적은 1승2무. 1승의 상대는 스웨덴이고, 예상 성적은 말하지 하겠다. (웃음)

-올해 한국 대표팀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혹은 주목하는 선수가 있나.

이광용_ 아들이랑 K리그를 자주 보러 가는데 아들이 ‘K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누구야?’ 물으면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이재성 선수라고 답한다. K리그를 대표하는 이재성 선수가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고 실제로도 좋은 활약을 펼칠 것 같다. K리그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입증해주길 바란다.

이영표_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기대했던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하는 건 당연하고, 거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까지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이기 때문에 이름을 얘기할 순 없다. (웃음) 이번 월드컵에서 사건을 만들어낼 선수가 누구일지 나 또한 궁금하다. 솔직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16강 진출이 쉽지 않다. 변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4년에 한번 열리는 스포츠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체감상 월드컵에 대한 관심,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낮은 것 같다.

이광용_ 지금까지의 월드컵을 돌아보면 기대감이 낮았던 대회에선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냈고, 이번엔 무조건 16강 진출한다고 기대했던 때엔 진출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만약 첫 경기 스웨덴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지 않을까. 그 첫 승리를 기대한다.

이영표와 이광용이 예상하는 우승국

이영표_ “프랑스. 올해는 프랑스가 주목받기에 충분한 것 같다. 선수들도 좋고 디디에 데샹 감독이 뭔가 일을 낼 것 같다. 만약 기대하지 않은 나라 중 한팀을 뽑으라면 이란이다. 스페인, 포르투갈과 한조에 속해 있지만 이란을 한번 지켜보자. (웃음)”

이광용_ “개인적으로는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걸 보고 싶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를 우승국으로 꼽겠다. 메시뿐만 아니라 포지션별 선수들도 톱클래스이고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감독이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내 인생의 영화

<남한산성>

이영표_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엔 <남한산성>(2017)이 좋았다. 비행기에서 어쩌다 세번쯤 본 것 같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얘기해버리는 오늘날 사회에서, 다양한 관점과 시선이 필요하다고 시사점을 던지는 영화라 좋았다. 그리고 진정한 내 인생의 영화는 <쉰들러 리스트>(1993). 우리가 왜 영화를 만들고 또 봐야 하는지 말해준 영화, 영화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영화였다.”

<쇼생크 탈출>

이광용_ “<쇼생크 탈출>(1994). 주인공은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찾는다. 그것이 비록 탈옥이라는 방법을 통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그리고 예전에 스페인 프로축구리그를 중계한 적이 있는데, 그때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팀 로빈스가 경기를 보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축구 팬이라서 괜히 반가웠던 기억도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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