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테이프’ 앱을 론칭한 양성민 ATR 컴퍼니 대표는 CJ E&M에서 캐스팅 업무를 담당했고 이어 YNK엔터테인먼트의 전 대표로 매니지먼트와 캐스팅 업무를 맡았던 베테랑이다. 배우 지망생들을 위한 멘토링책 <스스로 빛나는 배우를 찾습니다>를 쓰기도 한 그는 다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배우와 제작자의 니즈를 반영한 셀프테이프 앱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셀프테이프’(SELFTAPE)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처음 셀프테이프를 기획하게 된 건 2년 전쯤이다. CJ E&M의 캐스팅팀에서 일했고, 이후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며 신인배우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때 신인배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어떻게 하면 오디션을 볼 수 있나요?”였다. 반대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괜찮은 신인을 발굴할 수 있나요”라고 묻더라. 배우와 제작진을 이어주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셀프테이프를 론칭했다.
-애플리케이션 론칭을 준비하며 참고한 플랫폼이 있다면.
=미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셀프테이프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론칭 단계에서 이 앱을 참고하긴 했지만 특성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의 셀프테이프 관련 앱은 비개방형이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 영상을 제작진 이외의 사람들이 볼 수 없다. 반면 우리 앱은 공유에 초점을 맞춘 개방형이다.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또 자신의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배우들이 스스로 찍은 연기 동영상을 마음껏 올리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길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셀프테이프’를 설명할 때 오디션 동영상앱이 아니라 ‘연기 동영상 공유앱’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지난 5월 7일 앱을 론칭한 뒤 한달이 지났다. 그간 앱을 운영해본 소감은.
=셀프테이프 앱을 론칭하며 일부러 홍보 마케팅을 전혀 안 했다. 돈을 벌고 잘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건 맞지만, 처음부터 일반인이 너무 많이 유입되면 제작진의 신뢰를 얻기도 전에 연기 영상을 공유하는 앱으로서의 특성이 변질되거나 흐려질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 만에 4천명이 이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배우들 사이에서 점점 입소문이 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감독과 제작사 대표 등 업계 관계자들도 현재 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아직 제목을 오픈할 수 없지만 6, 7, 8월에만 드라마 네편, 웹드라마 한편, 영화 세편의 오디션 제의가 우리쪽으로 들어왔다. 그중에는 셀프테이프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독점적으로 진행되는 오디션도 있다.
-올해 미투(#MeToo) 운동이 큰 화제였는데, 캐스팅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어떤 방식으로 예방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회원간에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낼 수 없게 했다. 앱에 가입하는 회원들이 누군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다. 만약 제작자들이 눈여겨본 배우에게 연락하고 싶다면 셀프테이프의 운영진을 거쳐야 한다. 이 앱을 통해 연기로만 배우를 평가할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해외에서도 셀프테이프 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다.
=론칭 단계에서부터 중국이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땅덩어리가 굉장히 넓잖나. 셀프테이프 앱을 사용하면 베이징에서 상하이나 광저우 출신의 잠재력 있는 배우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흥미로워하더라. 최근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영화 관계자와도 미팅을 했다. 셀프테이프 앱이 글로벌한 캐스팅을 가능하게 하는 게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셀프테이프 앱은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수익 구조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고민했던 문제다. 캐스팅 디렉터들처럼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또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사진 등 배우 관련 직종과의 협업을 통해 저변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프로그램적인 측면에서는 추후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통해 배우들에게 캐스팅과 관련된 양질의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할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