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새로운 자본의 시대③] 정철웅 키위미디어그룹 대표, “투명하고 정직한, 제작자 중심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
2018-08-29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정철웅 대표는 통합 마케팅 회사이자 미디어 콘텐츠 회사 LH를 이끌다가 2016년 키위미디어그룹의 대표이사가 돼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 공연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다. 음악사업은 작곡가 김형석이 맡고, 공연사업은 음악감독 박칼린이, 영화사업은 <터널> <끝까지 간다> <최종병기 활> 등을 제작한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프로듀서가 총괄한다. 키위미디어그룹은 사업 첫해 <범죄도시> <기억의 밤> <대장 김창수> 세편을 투자·배급했는데, 이중 <범죄도시>가 홈런을 날리면서 신생 투자·배급사로서 시장에 확실히 이름을 각인시켰다. 사람을 중시하고 크리에이터를 존중한다는 정철웅 대표는 경영인의 마인드로 영화시장을 진단하고 분석했다. 그의 시각에선 영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시장이 무궁한 가능성의 세계인 듯했다. 새롭게 영화 투자·배급 사업에 뛰어든 정철웅 대표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LH라는 회사를 운영하다가 장원석 프로듀서, 김형석 작곡가, 박칼린 뮤지컬 감독과 손잡고 제작자 중심의 종합 콘텐츠 회사 키위미디어그룹을 만들었다.

=올해로 사업한 지 딱 20년째다. 대학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하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뜻하지 않게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아카이빙으로 시작해 온라인 마케팅을 하다가 서울시를 해외에 홍보하는 마케팅 업무를 맡으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김형석 작곡가와 박칼린 교수는 호원대학교 방송연예학부 교수 시절에 만났고, 장원석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감우성 배우에게 소개받아 친해졌다. 그러면서 제작자가 중심이 돼서 콘텐츠를 만드는 환경을 구축할 순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2년 전 키위미디어그룹을 인수해 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시작했다.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 영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부가사업을 시도하려 한다.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가 키위미디어그룹의 영화사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데, BA와는 어떤 식으로 협업하고 있나.

=BA는 키위미디어그룹과 연대하는 제작사다. BA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키위가 모두 투자하는 건 아니다. 장원석 대표 라인업 중 키위와 컨디션이 맞는 영화는 우선적으로 협의해 정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그리고 장원석 대표와는 좋은 투자·배급사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거라 키위에선 제작사 기능을 별도로 가져갈 생각은 없다.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가 버티고 있고,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폭스코리아, 메가박스플러스엠 등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배급 사업에 뛰어들기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장원석이라는 경험 많은 좋은 제작자가 파트너로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투자받기까지 어려움은 있었다. 2016년에 <범죄도시> <기억의 밤> <대장 김창수> 세편에 투자·배급하기로 내부 확정하고, 벤처캐피털을 돌면서 설득하고 투자금을 모았다. 결과와는 무관하게 가장 먼저 투자가 마감된 작품은 <대장 김창수>였고, <기억의 밤> 역시 장항준 감독과 넷플릭스 선판매 라는 기대치가 있어서인지 반응이 괜찮았다. 그런데 <범죄도시>는 신인감독에 이야기도 어둡고 마동석, 윤계상 두 배우 모두 주연작으로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는 때여서 다들 투자를 꺼렸다. 메인 투자사로서 키위의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된 작품이 <범죄도시>인데,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 영화가 되었다.

-<범죄도시>가 회사에 가져다준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할 수 있나.

=금액을 말하기보다는, 올해 새로 들어가는 영화 3편의 투자 금액은 마련된 상태라고 답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범죄도시>처럼 영화사업은 변수가 많고 예측하기 힘든 지점이 많다. 경영자 입장에선 재밌지만 어려운 사업이 아닐까 싶은데.

=영화사업이 리스크가 많다고들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아이돌 제작 사업보다 리스크가 낮다. (웃음) 다른 콘텐츠 사업과 비교해서 리스크가 적은 것 중 하나가 영화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투자·배급업은 제작이나 관련 부가사업보다 진입장벽이 높을지 몰라도 사업 자체의 리스크는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 시장에서 평판이 좋은 사람을 데려와 함께 일 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이 리스크를 낮춰준다.

-신생 투자·배급사로서 어떤 차별화 전략, 어떤 승부수를 가지고 있나.

=우선 키위에서 만든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는 감독, 제작자 이름만 나간다. 투자자인 내 이름은 엔딩 크레딧에만 올라간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들이 먼저인 영화를 만들려 한다. 두 번째는 슬라이딩 배급 수수료 방식을 취해서 제작사와 부분 투자사에 수익이 더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 세 번째로 ‘정’에 의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 내부 모니터링 평점이 3.5점을 넘지 않으면 크랭크인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작자의 편집권을 보장한다. 슬라이딩 배급 수수료 방식은 우리가 처음 시도했다. 통상 극장 매출의 10%를 배급사가 가져간다. 관객이 100만명이 들든 천만명이 들든 배급 수수료율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배급사에 돌아가는 배급 수수료를 10%에서 1%씩 떨어뜨리는 방식을 취했다. 예를 들면 손익분기점이 100만명인 영화가 있으면 100만명이 넘는 순간부터 9%, 200만명이 넘는 순간부터 8%의 배급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범죄도시>의 경우 최저 6%까지 낮추어 적용했고, 배급 수수료 10%를 다 받았을 때의 수익과 슬라이딩 방식을 적용했을 때의 수익을 계산해보니 5억원 정도 차이가 나더라. 그 5억원은 영화를 믿고 투자해준 사람들에게 돌려줬다. 그러한 일들이 벤처캐피털의 환심을 산 것 같다.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제대로 일 잘하는 회사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슬라이딩 배급 수수료 방식은 어떻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인가.

=장원석 프로듀서가 왜 배급 수수료는 관객이 100만명이 들든 천만명이 들든 똑같은지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가 천만명을 넘기면 배급사가 수십억원을 가져가는데, 700만명 넘고 천만명이 넘으면 그건 관객의 힘으로 흥행을 이어가는 거지 배급사가 특별한 일을 해서 도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범적으로 배급 수수료율을 조정하면 어떨가 했던 거다. 그런데 의외로 투자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았다.

-<범죄도시> <기억의 밤>은 메가박스플러스엠과 공동 배급했다. 지난해 <범죄도시>의 흥행으로 주목받은 건 사실 키위보다 메가박스쪽이었다.

=메가박스 요청으로 연말에 관객수를 집계할 때 반반 나누지 않고 메가박스쪽으로 관객수를 몰아줬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사업 첫해 세편을 무사히 개봉시켰고 그중 두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사실이었지 업계에서 몇위를 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메가박스는 좋은 파트너였고 파트너가 원할 때 양보할 수 있는 태도 역시 사업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기회가 많다.

-대외적으로 투자·배급사 5위가 목표라고 밝혔는데.

=첫해에 5위를 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고 (웃음), 몇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본다. 감사하게도 올해는 투자가 훨씬 수월해졌다. 우리의 장점 중엔 정산을 투명하고 빠르게 한다는 점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신뢰도가 쌓인 것 같다. 콘텐츠 전문 심사역들에게 좋은 소문이 난 것 같아 다행이다.

-올해와 내년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올해는 <악인전> <유체이탈자> <바디스내치> 세편이 있다. <악인전>은 마동석, 김무열 주연의 범죄액션물로 7월에 크랭크인했고, <유체이탈자>와 <바디스내치>는 연말에 크랭크인 예정이다. 내년엔 <범죄도시2> <헝그리> <일렉트로맨>을 준비 중이다.

-키위 영화만의 색깔은 어떻게 가져가고 싶나.

=시나리오를 볼 때 세 가지를 본다. 첫째, 따뜻하고 감동이 있는 영화인가. 둘째, 흥이 있는가. 다시 말해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확실한가. 셋째, 제대로 비극적이고 비통미가 있는가.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월등한 강점이 있으면 된다고 본다. 애매한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 위 세 가지 중 하나도 없는, 색깔 없는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 결론적으로 색깔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키위의 색깔이다. 그 밖에 사업적인 측면에선 투명하고 정직한, 제작자 중심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

-BA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키위미디어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건지 궁금하다.

=장원석 프로듀서 본인은 상장하려는 주요 이유가 자유롭게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정부가 문화콘텐츠 사업을 육성하는 분위기에서 문화콘텐츠 관련 회사가 상장을 한다는 건 그 분야의 대표선수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BA의 상장 시도가 의미 있는 건, 콘텐츠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증권사의 기준이 변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결과가 곧 나온다고 하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다만 상장 여부 자체가 키위미디어그룹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는 건 없다. 만약 장원석 프로듀서가 상장사 대표가 되면 지금보다 더 바쁜 척하지 않을까? (웃음)

-궁극적 목표는 뭔가.

=콘텐츠, 유통, IT 플랫폼을 통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싶다. 지금의 넷플릭스가 바로 그 세 가지를 연동한 모델이다. 넷플릭스가 이미 세계를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는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냉장고나 에어컨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고, 5년 뒤엔 하드웨어가 콘텐츠를 장악할지도 모른다. 휴대폰, 내비게이션 등 전세계 10억대의 디바이스를 가진 삼성도 그래서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삼성과도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흥미로운 협업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와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고, 이마트와 MD 관련한 사업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월드디즈니가 MD 부가사업을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영화사업이 극장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영화 관련 부가사업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리미트리스>

최근 꽂힌 영화?

“영화는 아니지만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리미트리스>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예전에 영화로 개봉했을 때도 좋아했던 영화인데 드라마로도 잘 풀었더라. 제작 형식과 플랫폼을 자유롭게 크로스오버하면서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는 미국의 제작 환경이 너무 부럽다. 키위의 경우 <범죄도시>를 <신과 함께>처럼 시리즈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리미트리스>처럼 영화에서 확장해 드라마로도 제작한다면 롱런하는 장르물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출근해서 처음 하는 일

“일기 쓰고 책 읽는다. 전에는 간헐적으로 일기를 썼는데 상장사 대표이사가 되고 난 이후부터 매일 일기를 쓴다. 전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상장사 대표가 쉬운 자리 가 아니더라. 콘텐츠 사업은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순간 내가 소양이 부족하면 흔들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일기 쓰고 책 읽고 운동한다. 경영자는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일과는 루틴하다. 오전 5시40분쯤 집에서 나와서 남산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 시작 전에 일기 쓰고 책 보고, 오전 8시30분 임원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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