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봄이가도> 세월호 참사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
2018-09-12
글 : 이주현

<봄이가도>는 젊은 감독들이 만든 세편의 세월호 관련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장준엽 감독의 첫 번째 이야기는 고등학생 딸을 잃은 엄마(전미선)가 주인공이다. 딸이 사고로 죽은 지 3년째. 언젠가 딸이 돌아오리라 믿는 엄마 앞에 어느 날 꿈처럼 딸(김혜준)이 나타난다. 딸과의 시간을 마냥 붙들고 싶지만, 마음속 죄책감을 털어내고 진짜 이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진청하 감독의 두 번째 이야기는 세월호 구조 작업에 투입된 남자 상원(유재명)의 이야기다. 자신이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상원은 신체적, 정신적 병을 얻었다.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그를 위로하며 딸(김민하)이 말한다. “미안해. 그렇게까지 힘들어 하는지 몰랐어.” 전신환 감독의 세 번째 이야기는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전석호)의 일상을 보여준다. 혼자 남겨진 남자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아내가 냉장고 문에 붙여둔 김치찌개 조리법을 마주하며 아내를 생각한다.

세개의 단편이 시작되기 전 화면엔 영화 제목 대신 시 구절이 뜬다. 한용운의 <나는 잊고저>,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도종환의 <팔월> 그리고 정호승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각 시의 한 구절은 절묘하게 영화의 주제를 압축해 의미화한다. 영화 전반의 투박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하는 영화의 선한 의도가 전미선, 유재명, 전석호 세 배우의 연기를 통해 뭉클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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