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창작에서는 크게 노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
2018-09-12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호주 시드니에서 대규모 탄층 가스 채굴로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자 다큐멘터리 감독 안나는 가스 채굴에 반대하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강력한 선동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안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1987년에 직접 영화 교본까지 쓴 영화 애호가 김정일이었다. 안나는 김정일의 프로파간다 기술을 배우러 직접 평양으로 가서 북한영화계의 거장들을 만나 그들의 테크닉을 배우기 시작한다.

비교적 코믹한 다큐멘터리다. 원제는 ‘Aim High in creation!’. 김정일의 영화 교본에 나오는 두 번째 원칙, “창작에서는 크게 노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를 번역한 제목이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안나는 기본적으로 북한영화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영화인들은 유머와 여유를 가진 인물로,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사명감을 안고 있다. 북한에서 촬영된 영상의 많은 부분은 김정일을 찬양하거나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만, 영화는 이것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패러디를 통해 약간은 풍자적으로 해석한다. 한편 이 영화는 북한 체제와 영화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가스 채굴 반대’라는 분명한 운동의 목적을 가진 영화이기도 하다. 끝부분에서는 안나가 북한의 멘토들에게 받은 지침을 바탕으로 만든 단편영화가 나오는데, 이 ‘북한식’ 선전영화가 상당히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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