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할로윈>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대표, ”미국에서는 TV시장이 영화시장보다 훨씬 건강하다”
2018-11-01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존 카펜터의 전설적인 호러영화 <할로윈>(1978) 이후 나온 9편의 속편은 거의 대부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호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하 블룸하우스)이 <할로윈>을 리부트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도 그 전례 때문에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판 <할로윈>은 현재 로튼 토마토 지수 80%대를 기록하고, 북미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에서 주말 7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10월 개봉작 오프닝 성적 2위 기록을 세웠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은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대표는 “우리에게는 아주 구체적인 영화제작 시스템과 접근 방식이 있는데, 이를 통해 좋은 <할로윈>을 만들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있었다”고 전한다. 입국 직후부터 한국 관계자들에게 “배우처럼 멋있는데, 소탈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며, 호감을 얻고 있는 그와의 만남을 전한다.

-존 카펜터와 1978년 <할로윈>의 주연이었던 제이미 리 커티스가 참여해야만 <할로윈>을 제작하겠다고 했다고. 존 카펜터는 이번 <할로윈>의 음악을 맡았고, 제이미 리 커티스는 40년후 로리를 직접 연기한다. 결과물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도 궁금하다.

=블룸하우스 시스템의 중요한 원칙은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든다면 반드시 오리지널 창작자를 개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해피 데스데이>(2017)의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이 속편의 감독과 각본을 맡았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전편에 1편을 연출한 오렌 펠리가 개입했다. 존 카펜터와 제이미 리 커티스는 모두 작품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특히 존 카펜터 감독이 “이번 버전에도 실망하기를 기대했는데, 결과물이 좋아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는 게 약간 속상하다”고 했다. (웃음)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고든 그린, 시나리오를 쓴 대니 맥브라이드는 원래 코미디 장르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블룸하우스가 강력하게 믿는 또 다른 호러영화 제작 방식이 있다. 훌륭한 영화감독이라면, 그가 원래 호러영화 감독이 아니라도 훌륭한 호러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겟 아웃>(2017)의 조던 필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두 사람 역시 그 기준에 잘 맞아떨어졌다.

-이번 <할로윈>의 주인공은 연쇄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가 아닌 로리와 딸 캐런(주디 그리어) 그리고 손녀 앨리슨(앤디 마티책)이다. 1978년판에서 마이클을 보여줬던 연출 방식으로 로리를 보여주면서 무게중심이 이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강조하는 식이다.

=<할로윈>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삼대에 걸친 여자들이 악마 같은 남자를 이겨내는 것이다. 또한 <할로윈>이 남긴 로리의 트라우마로부터 40년 이후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싶었다. 대부분의 호러영화는 한 캐릭터에게 벌어지는 일에 주목한다. <할로윈>은 그가 받은 고통이 40년 동안 로리에게서 캐런, 앨리슨으로 삼대에 걸쳐 전수된다는 점을 진단한다.

-<할로윈>은 윗세대의 여성이 아랫세대의 여성에게 세상의 공포와 맞서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여성 연대를 그린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겟 아웃>은 인종차별 이슈를 다뤘다. 차기작 중에도 정치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이 많다.

=영화든 TV시리즈든 블룸하우스가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우리를 무섭게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에 확실히 매력을 느낀다. 지금 미국 대통령이 날 너무 열 받게 해서 점점 더 정치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웃음) 영화사에서 공포영화는 <프랑켄슈타인>(1931)이 나왔을 때부터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이것을 제일 잘했던 감독이 바로 1978년판 <할로윈>을 연출한 존 카펜터다. 그리고 <겟 아웃> 이후 할리우드에서 호러영화를 통해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움직임의 르네상스가 온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외쳐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영화의 제일 중요한 덕목인 ‘재미’를 보장하면서 메시지도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블룸하우스는 500만달러 이하로 영화를 만드는 대신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독특한 모델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이 유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23 아이덴티티>(2016)의 제임스 맥어보이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면 제작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는지 궁금하다.

=블룸하우스는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배급은 대부분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큰 회사가 맡는다.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극장에서 돈을 벌면 그 수익은 모든 사람이 나눠 가지는 구조다. 때문에 적은 예산은 <겟 아웃>처럼 독창적이면서 수익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게끔 창작자를 장려한다. 또한 예산이 적게 들어가면 로케이션 장소 등이 제한되는 대신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그의 에이전시는 이 시스템에 동의했고, <23 아이덴티티>의 성공으로 큰 이윤을 챙겼다.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들도 블룸하우스처럼 창작자의 자율권 보장을 내세운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넷플릭스와 블룸하우스는 완전히 다른 회사다. 넷플릭스는 창작자에게 선급하고선 수익을 나누지는 않는다. 우리는 선급 개런티가 없는 대신 극장 개봉 이후 수익을 전부 나눈다. 감독들에게 최종 편집권에 대한 완벽한 자율권, 창작의 자유를 주면서 자기 작품에 대한 ‘도박’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와는 달리 작업을 마친 후 감독이 나를 찾아와 조언을 요청할 때도 있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 배급 및 마케팅까지 감독과 블룸하우스가 의견을 교환한다.

-최근 블룸하우스는 TV플랫폼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두고 있다. 예전에도 TV드라마를 만들긴 했지만, 최근 만드는 작품들이 좀더 블룸하우스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HBO>의 <몸을 긋는 소녀>, <USA 네트워크>의 <더 퍼지>, 훌루의 <인투 더 다크> 등이 방송됐고, <폭스뉴스> 전 회장 로저 에일스의 성추행을 다룬 드라마 <방에서 가장 큰 목소리>와 스티브 배넌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악마의 거래>를 기반으로 한 작품도 준비 중이다. 블룸하우스의 TV 드라마는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소개해달라.

=미국에서는 TV시장이 영화 시장보다 훨씬 건강하다. 그래서 저예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TV쪽에는 거의 없고, 블룸하우스 역시 TV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저예산 모델을 추구하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호러 장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TV에서는 그만큼 비중이 높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 영화든 TV시리즈든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우리를 무섭게 만드는 것’이다. 가령 TV시리즈 <더 징크스: 더 라이프 앤드 데스 오브 로버트 더스트>(2015)나 TV영화 <더 노멀 하트>(2014)는 에이즈 환자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도 블룸하우스와 뉴라인시네마로 대표되는 저예산 호러영화의 흥행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가 특정 장르에만 집중하면 이 또한 다양성을 해치게 될 우려도 엿보인다. 할리우드의 대표 제작자로서, 영화산업이 더 다양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블록버스터영화 아니면 호러영화만 잘되는 추세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영화가 대부분 극장에서 TV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러셀 크로 그리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작품을 TV드라마에서 본다. 충분한 홀드백(한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 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기간이 보장되어야 극장영화가 발전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룰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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