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설립 준비하는 친구들, 우리는 아직도 그가 그립습니다
2018-11-29
글 : 김성훈 |
노회찬재단 설립 준비하는 친구들, 우리는 아직도 그가 그립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사진 한겨레 강재훈, 왼쪽)

노동자와 서민의 영원한 ‘호빵맨’, 고 노회찬 의원의 등신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사무실은 재단 설립 준비로 11월 20일 오전부터 분주했다. 내년 1월 출범이 목표인 노회찬재단은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회찬의 꿈을 이어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1년 개봉작을 몽땅 챙겨볼 만큼 영화광으로 유명했고,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특히 좋아한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씨네21>이 진행한 시네마테크 후원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씨네21>은 고인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동료 의원, 영화인 등 노회찬의 친구들에게 노회찬 하면 무슨 영화가 떠오르는지와 생전 그와 함께했던 일화를 물었다. 조승수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을 만나 재단 설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공통질문



01 노회찬 하면 무슨 영화가 떠오르는가. / 02 노회찬과 함께했던 추억 중에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01 “특정 영화가 아니라 다큐를 볼 때면 문뜩 노회찬 의원이 떠오를 때가 있다. 노회찬의 삶이 그랬으니까. 연출 없는 있는 그대로.”



02 “노회찬 의원에게 선글라스 하나 사주겠단 말을 자주 했었다. 진보도 때깔 나고 패셔너블 좀 하자고. 그게 마음에 맺혀 있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감독



01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생전 노 의원이 이 소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노회찬을 떠올리면 난 ‘평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82년생 김지영>이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개봉되면 노회찬재단 후원회원들이 단체 관람을 하면 좋겠다.”



02 “2013년 우리 부부가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했을 때 노 의원이 축하하러 오셨다. 당시는 그가 ‘삼성 X파일’ 폭로 건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때다. 그 말고도 많은 분들이 축하하러 왔지만 김승환씨 부모님이 가장 좋아했던 분이 노 의원이었다. 김승환씨 부모님은 창원에 사신 중산층, 신한국당에서 시작해 한나라당을 거쳐 새누리당까지 내리 보수정당에만 투표하셨던 분들이라 내겐 의외였다. ‘정치인이라면 그처럼 기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부모님들이 노의원을 좋아했던 이유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창원에서 출마하면 되겠구나!’였는데, 이후에 창원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되는 걸 보면서 나 혼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01 “<더 미라클 시즌>(감독 숀 맥나마라, 2018)은 미국 웨스트 고등학교 여자배구팀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성공담도, 영웅담도 아니다. 간판스타 캐롤라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배구팀이 실의에 빠지자 캐롤라인의 아버지가 ‘캐롤라인처럼 살아라’(Live Like Line)라고 말한다. ‘노회찬 같은 사람이 되어라’ 하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겠나. 그보다는 ‘노회찬처럼 용기를 가지고, 때로는 침묵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아봐라’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더 큰 힘이 될 거다.”



02 “노회찬 의원과는 경기고 1년 선후배 사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비 오는 어느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창덕궁 비원에 모였는데 그곳에서 갑자기 유신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의 감시가 삼엄했을 때라 불시에 반대 시위가 벌어지곤 했다. 그 시위를 주동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고등학생 노회찬이었다.”



<내부자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01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2015)을 보면서 안기부의 ‘삼성 X파일’을 폭로했던 노 의원이 떠올랐다. 권력과 언론과 재벌 등이 결탁한,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기득권 세력의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던 문서가 아닌가. 당시 노 의원이 어렵고 힘들게 폭로했던 기억이 난다.”



02 “노 의원과 나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동지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 자유한국당사가 있는 건물에 당 사무실을 차렸다. 우리는 ‘국회 정문 앞까지 왔다’고 기뻐했다. 국회는 우리에게 늘 멀었으니까. 2008년 총선 때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노 의원과 둘이서 프랑스 파리에 간 적 있다. 그곳에서 프랑스와 노르웨이의 진보정당들이 연정을 통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들을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했고, 노 의원은 통합진보당을 만들면서 갈라서게 됐다. ‘박용진 3법’을 포함한 요즘 하고 있는 의정 활동들을 노 의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가 살아 있었다면 많이 좋아했을 것 같다.”



<라디오 스타>

박중훈 배우



01 “영화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2006)에서 최곤(박중훈)의 매니저(안성기)가 그랬듯이 노 의원은 이 세상에서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준 사람이자 항상 약자의 편에 섰던 사람이다.”



02 “10여년 전 노 의원과 단둘이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적 있다. 둘 다 취할 정도로 마셨고, 시간이 오래 지나 그날 술자리 대화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세상에 그렇게 욕심이 없는 사람이 또 없었다. 사욕이 없는 그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변영주 감독



01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닝 스톤>(감독 켄 로치, 1993)은 해피엔딩이지 않나. 노회찬 의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해피엔딩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02 “당시 진보신당 대표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2010년, 마지막 유세 지역이던 서울 명동에서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 (선거에서) 떨어지는거 알아’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당시 민주당은 진보신당의 공약을 받겠다는 약속조차 없이, 거대악을 이겨야 하니 물러나라 했다. 단일화는 상대의 공약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마지막 유세였다.”



<흐르는 강물처럼>

유시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필자가 보내온 원문 그대로 싣습니다.



01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감독 로버트 레드퍼드, 1992). 이 영화 속 인물 노먼은 모범생의 길을 걸어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형 노먼과 달리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했던 동생 폴은 신문기자가 되었고요. 노회찬 대표는 진보적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모범생이었고, 저는 크게 보면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종종 진보진영의 일반적 규범에 반항하고 일탈하며 살았습니다. 우애가 깊으면서도 강에 가면 더 큰 고기를 낚으려고 경쟁했던 노먼과 폴 형제처럼, 노 대표와 저도 서로 좋아하면서 속으로 은근히 경쟁하는 관계였는지 모릅니다. 영화에서는 자유분방한 폴이 죽었는데, 현실에서는 진보의 모범생이었던 노 대표가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예기치 않았던 폴의 죽음을 맞은 노먼이 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듯이, 저도 노 대표를 그렇게 혼자 놔두었던 저를 책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군요.”



02 “저는 중요한 선택을 앞둔 때 노 대표를 낚시터에 모시고 간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2011년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통합을 추진할 때도 그랬습니다. 수면에 비친 달과 파르란 찌불을 바라보면서 선문답하듯 의견을 나누었지요. 조황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몇해 전 일인데, 경기도 파주시의 큰 저수지에서 밤낚시를 하는데 웬일인지 씨알 굵은 떡붕어가 줄을 지어 나오는 겁니다. 노 대표 생각이 나서 해뜨기 전에 오시라고 전화를 드렸죠. 낚싯대를 그냥 걸어두고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에 오신 노 대표를 제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붕어 입질이 딱 끊어진 겁니다. 저는 민망해서 말이 안 나왔지만 노 대표는 덕분에 바람 잘 쐬었다며 허허 웃으셨지요. 돌아가시기 얼마 전 <썰전> 인수인계를 하러 만났을 때입니다. 저는 가을이 오면 추자도 감성돔 낚시에 모시겠다고 했고, 노 대표는 불감청 고소원이라며 좋아하셨지요. 요즘도 낚시를 할 때는 노 대표를 생각하곤 합니다. 그렇게 가시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정치는 그만두고 나와 함께 방송 조금 하고 글 쓰다가 오늘처럼 바람 없는 가을날 마릿수 감성돔을 낚으면서 함께 웃으면 좋을 텐데. 그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끼면서요. 저는 물 위에 있을 때 노 대표를 그리워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정우성 배우



01 “지금 지부티라는 나라에 유엔난민기구 일로 와 있다. 숙소에서 눈 뜨자마자 <죽은 시인의 사회>(감독 피터 위어, 1989)의 존 키팅이 떠올랐다. 지독하게 보수적인 명문 학교에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해서 아이들에게 참된 인생과 인격 그리고 삶의 가치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가르치려고 애쓰던 ‘캡틴’.”



02 “생전 노 의원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게 아쉬운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은유적 언변에 담긴 해학은 누구도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평생 민중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이해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거침없는 표현에 품위를 담아 우아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에 돌아가면 재단 후원회원으로도 참여할 생각이다.”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가톨릭대 교수



01 “노 의원은 2013년 2월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적 있다. 2005년 안기부의 ‘삼성 X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해 대법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노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그해, 나는 노조가 없는 삼성의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삼성노동인권지킴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며 삼성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 노 의원 하면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 2013)이 떠오른다. 노 의원의 삼성 X파일 공개는 국민의 불신 대상이었던 정치권의 체면을 살려줬고, 그래서 정치권은 노 의원에게 빚진 게 많다.”



02 “늘 똑같은 옷을 입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든지, 동료들의 선거 운동을 돕느라 자신의 선거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일들, 당원들이 준 잔을 전부 받아 마시던 일들. 그리고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진보 정치계의 말술 양대 산맥이었던 노 의원이 평소 자기 자랑 한번 한 적 없더니 권 대표와의 대작에서 이겼을 때 자랑하던 게 유독 떠오른다.”



조승수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전 의원



01 “<투캅스>(감독 강우석, 1993). 2010년쯤인가, 현직 의원이었을 때 노 의원을 따라 가서 박중훈씨를 처음 만났다. 밤새 우리는 영화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9월9일 노회찬 의원 49재 추모제 때 배우 박중훈씨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서로 말없이 쳐다보다가 와락 껴안았다. 노회찬 의원 하면 <투캅스>나 <라디오 스타> 같은 박중훈씨가 출연한 영화들이 먼저 떠오른다.”



02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노회찬 공동대표, 김석준 총선 비례후보, 이영희 최고의원과 함께 한강에 뛰어들어 대운하 반대 시위를 했다. 3월이라 물이 차가웠는데 노 의원이 한손으로는 배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피켓을 들고 시위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



01 “영화 <낮은 목소리>(감독 변영주, 1995). 세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95년, 우리 사회에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누구보다 열심히 귀 기울이고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많이 노력하신 노회찬 의원의 시선과 포개진다. 노 의원은 ‘12·28 위안부 합의’가 잘못된 점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며, 이 문제가 철저히 피해자 할머니들 입장에서 바로잡히길 염원하신 분이다. 변 감독이나 노 의원이나 각각 영화와 정치라는 ‘도구’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꿨다는 점에서 서로 많이 통한다.”



02 “호주제 폐지운동을 함께하며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호주제 위원소송변호인단이었고, 노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정치권 내에서 호주제 폐지운동에 앞장서고 계셔서 국회 법안소위 때마다 뵀다. 호주제 폐지 여부를 놓고 사회적 공방이 뜨거운 때 ‘호주에도 없는 호주제는 없애자’며 위트 있는 한방을 날리기도 했다. 해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이면 이날을 상징하는 빨간 장미를 보내주셨는데, 남녀 정치인을 통틀어 이만큼 젠더 감수성이 뛰어나고,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은 드물다.”



<이리나 팜>

황윤정 영화사 하원 대표



01 “<이리나 팜> (감독 샘 가바르스키, 2007). 희귀병에 걸린 손자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할머니 이리나의 조금은 불편한 선택과 삶을 통해 아름다운 희생과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언제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노의원님의 모습이 이리나와 겹쳐져 늘 가슴이 저린다.”



02 “1992년 6월 노회찬 의원님을 처음 만났다. 당시 노 의원님은 진보정당추진위원회 소속으로 ‘강서구을’에 처음으로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였고, 나는 선거운동을 돕는 대학생 자원봉사자였다. 당선 가능성이 1%도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노 의원님 특유의 유쾌함과 긍정 마인드의 영향을 받으면서 즐겁고 유쾌하게 선거운동을 함께했던 추억이 있고… 지금도 그때 초심을 떠올리면 울컥할 때가 있다.”



*노회찬재단 후원방법 노회찬재단준비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croh.org)에 들어가 월회원, 연회원, 평생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월회원과 연회원은 신청한 계좌나 신용카드에서 지정한 후원금이 자동으로 출금되고, 평생회원은 일시금으로 납부한다. 월회원은 5천원, 연회원은 10만원, 평생회원은 100만원부터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준비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