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금지된 자유는 춤이 되었다
2018-12-04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어떻게 4편까지 왔다.”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의 성공 이후 <써니>(2011)와 <타짜-신의 손>(2014)까지 강형철 감독은 다양한 장르에서 손대는 작품마다 성공한 흥행사였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결국 그들이 봐줘야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나. 호불호를 떠나 관객이 보여주는 반응이 내겐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북한 인민군 소년병 로기수(도경수)와 스윙키즈단의 춤을 향한 열망을 그린 <스윙키즈> 역시 많은 관객이 보고, 한국전쟁이 만들어낸 부조리한 상황을 되돌아봐주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뮤지컬 <로기수>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전작을 끝내고 쉬던 중 디스코 음악 폴더를 듣게 됐다. 신나더라. 디스코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춤만 추면 MTV 영상과 다를 바 없겠더라. 스토리가 있어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왜 이념 때문에 갈라져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을 때였다. 전쟁을 야기한 강대국들이 그 피해에서 벗어나 있는 것과 달리 우린 왜 그 잔재를 가지고 아직까지 고통받고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때였는데 <택시운전사>(2017)의 장훈 감독이 마침 ‘이런 뮤지컬이 있는데 형이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한 게 <로기수>였다. 내 관심사를 하나로 감싸줄 수 있는 틀이 되는 작품이었다.

-춤을 소재로 한 작품 중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가 있었나.

=원작을 보면서는 <빌리 엘리어트>(2000)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일부러 그 생각을 지웠다. 그렇게 가려고 하면 하염없이 그 분위기로 갈 것 같았다. ‘할리우드 키드’처럼 무의식중에 들어간 작품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막상 레퍼런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겠더라. 이념, 춤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그레고리 하인스와 미하일 바르시니코프가 나온 <백야>(1985)가 떠오르지만 비슷하지는 않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우리 영화의 잭슨 역을 맡은 재러드 그라임스가 그레고리 하인스의 제자라고 했다.

-로기수와 스윙키즈 단원들이 탭댄스를 추는 건 결국 당시 금지된 자유를 찾는 과정이다. 전쟁의 그림자가 깔린 거제포로수용소에 브로드웨이의 화려함을 불러오는 착시현상을 준다.

=그곳에 있는 인물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욕망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들에게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들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버금가는 춤 실력으로 거제포로수용소라는 공간을 변화시킨다. 영화 속 관객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바깥의 관객도 잠깐 그 속으로 소환시키려는 시도다.

-댄스 장면의 연출과 편집 과정이 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작품을 할 때는 머리만 하얘졌는데 이번에는 얼굴도 썩어갔다. (웃음) 춤영화는 많이 찍어서 편집실에서 승부를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본 단계부터 쓰려던 곡이 있었고, 그 곡으로 장면의 페이소스를 극대화할 컷들이 있었다. 그 컷들을 살리려 한컷 한컷 콘티를 그리고 그걸 구현해갔다.

-음악이 모티브가 되었고, 선곡도 다양하다.

=시대 배경으로 볼 때 베니 굿맨 음악같이 맞는 음악도 있지만, 시대와 상관없이 음악에서 파생된 장면들이 있어서 그런 곡들도 꼭 쓰고 싶었다. 중요한 선곡 중 하나가 데이비드 보위 곡이었다. 지옥 같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피끓는 청춘이 있었다.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행복인데, 시대 상황 때문에 이루지 못했다. 그 욕망을 환상에서나마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곡이 사용된다.

-청년 로기수의 열망이 도경수의 연기로 완성된다.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카드인데, 직접 경험해본 배우 도경수는 어땠나.

=큰일났다 이제. (웃음) 여기저기서 다 하자고 할 텐데. 다음에도 또 같이 해야 하는데 지금보다 더 바빠지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처음 미팅하러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나 혼자 씩 웃었다. ‘아, 주인이 이렇게 뜬금없이 찾아왔구나’ 싶더라. 왜 내 시나리오의 실제 인물이 저기 앉아 있지. 살면서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거다’ 하는 것들이 있다. 도경수가 딱 그랬다.

-<써니>에서 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서 벌인 소녀들의 패싸움이, 비극을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쟁 중에 웃음을 담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와 도전이었나.

=전쟁이라는 커다란 부조리 안에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웃음이 나쁜 게 아니라 전쟁이 나쁜 거고, 그들도 충분히 웃고 살 권리가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시대의 아픔을 마냥 무겁게 접근하는 것보다 재밌는 이야기도 섞어서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영화가 끝났을 때는 그 시대가 매우 아팠고, 우리가 지금도 그때로부터 자유롭지 않구나, 과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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