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배우 유아인은 2018년의 가장 강렬했던 경험으로 이창동 감독과 함께 <버닝>을 작업했던 순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주재범 스틸작가가 포착한 <버닝> 현장에서 뜨거웠던 유아인의 한철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이 극중 종수(유아인)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주재범 작가는 “유아인씨가 <버닝> 현장에서 이창동 감독님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아버지를 바라보는 듯 존경심이 가득한 느낌이었다”며 “아버지가 부재 중인 종수”의 모습과 “부자지간 같았던”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배우의 관계가 흥미로운 대비를 이뤘다는 소회를 전했다. 주재범 작가는 유독 두 사람을 찍은 사진만 흑백으로 변환했다. 사진을 컬러로 바꿔놓으면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감독과 배우라는 뚜렷한 구분이 생길 것만 같았다”고. 참고로 주 작가에 따르면, 유아인 배우는 <버닝> 현장에서 촬영한 모든 사진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기억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고.
<강철비>
의정부, 대구, 파주….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강철비>는 로케이션이 많은 현장이었다. 촬영지 사이의 동선이 길어 모두가 지칠 법도 했건만 ‘으으 ’ 하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탭들의 기를 북돋는 두 주연배우, 정우성과 곽도원 덕분에 <강철비>의 현장은 늘 활력이 넘쳤다고 송경섭 스틸작가는 말했다. “두 배우가 굉장히 친분이 두터웠다. 영화 현장에서 쉬는 시간에는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배우들도 있기 마련인데, 두 배우는 늘 함께하며 즐거운 분위기였던 것 같다. 정우성, 곽도원 배우의 그런 ‘케미’가 <강철비>의 드라마를 살린 게 아닌가 싶다.” 아래 사진은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가 최명록(조우진)이 이끄는 암살 요원들을 피해 남북출입소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긴박한 상황을 촬영하던 중 포착한 장면이다. “카메라앵글에 스탭이 걸린다고 해서 모두가 일제히 앉았다. 그 상황이 재미있었는지 두리번거리던 정우성씨와 눈이 마주쳤다.” 왼쪽 사진은 엄철우와 함께 남북 고위 간부들의 회담장에 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북한 공작원들의 공격을 피해 엎드려 있는 장면이다. “스탭들이 세팅하느라 대기하는 동안 배우들은 보통 따뜻한 데에서 몸을 녹이곤 하는데, 곽도원씨는 현장에 엎드려 계속 기다리더라.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셔터를 눌렀다.”
<신과 함께-인과 연>
“배우에게도, 스탭에게도 굉장히 생소한 경험이었다.” 촬영 분량의 90% 이상이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 시리즈에 대한 조원진 스틸작가의 소회다. 지금 여기에 없는 실체를 상상하며 촬영해야 한다는 건 두편의 <신과 함께> 영화에 참여한 모든 제작진의 애로사항이었지만,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세트로 구현한 웅장하고 거대한 ‘지옥’”은 영화에 대한 불안감을 상쇄해줄 정도로 멋졌다고 조원진 작가는 말했다. 아래 사진은 <신과 함께-인과 연>의 저승차사 덕춘(김향기)이 보육원 아이들과 놀고 있는 장면이다. “김향기 배우가 평소 현장에서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런데 보조 출연자로 함께한 아역배우들과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고등학생 본연의 얼굴이 나오더라.” 위 사진은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과 덕춘의 과거 장면으로, 고려시대 무인이었던 하얀삵(주지훈)이 여진족 소녀(김향기)에게 화살을 쏘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추운 겨울날, 야외에서 촬영한 장면으로, 두 배우와 주변에 쌓인 눈은 특수효과팀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조원진 작가는 덧붙였다.
<인랑>
오시이 마모루가 꿈꾸던 세계를 실사로 영화화한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배우들마저 감탄할 정도의 대규모 프로덕션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제작진이 완성한 지하수로가 너무나 웅장하고 진짜 같아서 배우들조차 틈틈이 촬영 현장에 와서 각자의 휴대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곤 했다”고 조원진 스틸작가는 말했다. 사진에서 <인랑>의 주연배우 정우성, 한효주가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대상은 배우 강동원이다. 이날 촬영은 영화의 후반부에서도 특히 중요했던 순간으로, 임중경(강동원)이 지하수로에서 다른 인랑들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강화복을 입는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강화복을 입고 있었을 강동원 배우의 모습에 ‘관객 모드’로 시선을 고정한 두 배우의 표정이 재밌다.
<공작>
‘구강액션.’ 배우 황정민은 <공작>의 핵심을 이렇게 표현한 적 있다. 진실과 거짓을 가늠하기 어려운 첩보 세계를 다룬 이 영화에서, 말과 말 사이에 오가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공작>의 출연진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었다는 의미에서다. 조원진 스틸작가는 “많은 양의 어려운 대사를, 긴 호흡으로 주고받으며 그 와중에 긴장감까지 유지해야 했던” 배우들에게 주어진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현장으로 <공작>을 기억한다. 하지만 <공작>은 동시에 베테랑 배우, 이성민과 황정민의 호흡이 강렬한 시너지 효과를 분출한 현장이기도 했다. “이성민 선배는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스탭들을 대하는 분이다. 황정민 선배는 장난기가 많고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분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두명의 걸출한 배우가 대사를 주고받을 때 생성되는 에너지가 있더라.” 위 사진은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이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을 처음으로 만나는 대목을 포착한 순간이다. 컷과 컷 사이, 사담을 주고받는 두 배우의 모습이 유쾌하게 담겼다. 아래 사진은 박석영의 김정일 독대장면을 촬영하던 중, 막간을 이용해 카메라 앞에 앉은 황정민 배우의 모습을 담았다. “황정민 배우가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 속 프레임에는 이성민 배우가 담겨 있었다”고 조원진 작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