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한국영화감독조합①] 이경미 감독이 <공작>의 윤종빈 감독에게 묻다
2018-12-27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북한에서 찍었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감쪽같은 재현
이경미, 윤종빈 감독(왼쪽부터).

“이 감동을 안고 집에 못 가겠다 해서 내리 뒤풀이까지 달렸다. (웃음)” 이경미 감독이 지난여름 VIP 시사에서 <공작>을 처음 본 그 순간의 감흥을 전하며, 윤종빈 감독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12월 11일 메가박스 코엑스 10관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한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의 또 하나의 토크 주인공은 <공작>이었다. 윤종빈 감독의 대화를 이끌어낼 모더레이터가 된 이경미 감독은 <공작>을 “윤종빈 감독의 영화 역사 안에서 만개한 작품이자, 그래서 같은 감독으로서 부러웠다”며 <공작>이 가진 의미를 정의했다. “내가 워낙 윤종빈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윤종빈 감독이 과거를 소환하는 데는 낭만이 있다. 아픈 기억들도 낭만이 들어가면서 다시 살게 해주는 힘을 준다.”

무엇보다 감독의 야심을 성취해줄, 실화 아이템의 운용에 대해 이경미 감독은 “나 역시 실화를 접하고 영화화해보려고도 했는데 잘 안 되더라. 만들 수 있었던 순간이 얼마나 기쁠지 상상이 안 된다”라며 같은 감독으로서의 놀라움을 전했다. 이에 윤종빈 감독은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중앙정보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 사건’을 알게 됐다”며 “나도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개인적인 호기심이 커지더라. 알아보고 또 알아보다가 결국 영화로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또 수소문 끝에 감옥에 수감 중인 실제 흑금성을 면회한 일화, 영화화 허락을 받기까지의 어려움, 지난 정권의 관련자들이 거론되는 영화를 그 정권하에서 만든다는 어려움 등을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그래서 조용히 만들자 해서 지은 제목이 지금의 <공작>이다. 완성되기까지는 흑금성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게 외부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아야 했다.” 그같은 어려움에도 <공작>은 결국 ‘윤종빈 감독이라서’, 그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되었기에 가능한 작품이기도 했다. “내가 좀 치밀하지 않고 무데뽀 기질이 있어서 영화 한편 만드는 게 뭐 대수겠어 이런 마음으로 임했다”며 어려움을 돌파한 시간을 돌아봤다.

<공작>

이경미 감독은 실화에 근접한 영화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윤종빈 감독은 “기본적인 틀은 모두 실화에서 가지고 왔다. 사건 자체가 쉽지는 않아서 각색할 때부터 나이 어린 관객은 물론이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원칙이 있었다. 인물들 역시 단순화하자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북한과 관련해 자문해주는 전문가에게 하나하나 조언을 구하며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전한다. 심각한 상황인데 웃긴 디테일들로 이경미 감독이 “정무택(주지훈)과 김명수(김홍파)가 춤을 출 때 실제로 북한 사람들이 즐겨 추는 춤이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춤인데, 긴장감 속에서도 여럿 배치됐다”는 점을 말하자 윤종빈 감독은 “그것 역시 실제로 북한 사람들이 즐겨 추는 춤이고, 리얼함을 해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경미 감독은 “어릴 때 북한은 늑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인식하며 자랐고, 여전히 미지의 나라였다면 <공작>이 불러온 인식의 변화가 컸다”며 “극화된 영화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북한을 이만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은 <공작>을 가능하게 해준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경미 감독이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리명운 역의 이성민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놀라운 체험’이었다며, 윤종빈 감독의 배우 연출론을 물었다. 윤종빈 감독은 “아무리 대사를 잘 써도 배우가 못 살리면 의미가 없어진다”며 “리명운의 경우 극이 시작되고 3/4까지는 어떤 인물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심지어 악당으로 보여도 좋다, 대사가 액션처럼 느껴지면서 긴장감이 있으며 좋겠다는 등 리딩하면서 내가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성민 배우가 어떻게 액션처럼 말을 하냐고 묻기에 ‘왜 <썰전> 있지 않냐.’ 그렇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공작>의 ‘구강액션’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프로덕션의 완성도도 <공작>이 이룬 한국영화의 성취라는 점 역시 이경미 감독이 강조한 이 영화의 강점이었다. “시사가 끝난 뒤 감독들끼리 ‘정말 북한에서 찍었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윤종빈 감독이라면 가능할 거야’라는 추측들을 했다. (웃음) 항간에는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했다는 소문이 있었을 정도로 감쪽같은 재현이었다”며 극찬했다. 윤종빈 감독은 “그런 소리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나 잡혀간다. (웃음)”며 북한 촬영 소스의 수급, CG 작업, 고증 작업 등 북한의 풍경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한 프로덕션 과정의 노력들을 전했다. 여기서 이경미 감독이 특히 파고든 질문은, 기주봉 배우가 연기한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의 탄생 과정이었다. “정보가 없이 봐서 기주봉 배우인지도 몰랐다. 배우로서는 이렇게까지 자신의 모습이 변형되는 게 괜찮았을까”라고 묻자, 윤종빈 감독은 “그래서 이 역에 관심을 보이던 유명 배우들도 여럿이었는데, 특수분장으로 철저히 자신을 가려야 한다고 하자 고사하더라. 기주봉 선배님은 오히려 그 점을 궁금해하고 흥미로워하셨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지는 관객의 질문도 알찼다. “영화에 무수히 등장하는 악수의 의미”, “안경의 빛반사의 변주”, “주인공들의 극중 나이 설정”, “정말 액션 장면은 찍지 않았는지” 등 <공작>에 등장하는 스파이들의 비밀을 캐낼 세세하고 의미심장한 질문들이 폭발적으로 이어진 데는 “주말마다 <공작>을 반복 관람했다”는 관객의 말처럼, 액션 없이 전개되는 긴장감 있는 윤종빈표 첩보 스릴러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블루레이에 삭제 신을 넣어달라.” “관객 500만 돌파하면 댄스 영상을 푼다고 했는데, 497만명인 지금이라도 안 되겠냐”는 팬들의 요청까지, 차가운 스파이물을 향한 뜨거운 애정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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