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의상 입은 모습을 처음 본다.
=너무 좋다. (웃음) 한복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외국에서 일하면서부터 한국 사람에게 맞는 옷은 한복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작품에서도 꼭 입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입으니 내가 우아하게 느껴진다. (웃음) 평소에 터덜터덜 걷는 편이지 않나, 내가. <플란다스의 개>(2000) 당시 걸음걸이를 아직 고수하고 있는데, 한복을 입으면 애티튜드가 달라진다. 그래서 좋다.
-혹시 한복을 입고 싶어서 사극에 도전한 건 아닌가.
=하하. 그럴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 사극에 처음 도전하면서 불안감이 없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말투를 써야 하는 데다가 그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배두나라는 배우에 대해 나름의 선입견을 구축한 관객이 과연 내가 쪽 지고 한복을 입은 채 연기하는 모습을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다. 다 떠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에 출연한 건 <터널>(2016)을 함께 작업한 김성훈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일단 해보니 재밌다. 물론 벽에 부딪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것 아니겠나.
-김은희 작가와 작업하는 건 처음이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 김은희 작가는 사석에서 10여년 전에 한번 뵙고 인연이 없었는데, 대본을 보니 왜 유명한 분인지 알겠더라.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고 착착 심플하게 진행되는 것이 참 좋았다. 이번 겨울에는 눈도 많이 오고 추워서 <킹덤> 현장에 악재가 많았는데, 힘이 떨어질 만하면 김은희 작가가 삼계탕을 쏘는 등 스탭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줬다. 좋은 분이다.
-<킹덤>에서 맡은 서비는 어떤 인물인가.
=조선의 왕세자 창(주지훈)을 돌보는 의녀다. 그동안 운동선수 등 활동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서비처럼 누군가를 돌보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시나리오상에는 워낙 조신한 의녀이기 때문에 내 색깔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김은희 작가에게 전화해 물어봤더니 ‘포기하지 않는 여자’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감이 왔다. 이 드라마에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전란의 여파로 온 국민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역병까지 퍼져 나라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다. 창의 일행으로 동행하며 이 상황을 돌파해나가는 서비는 일행 중 유일한 여자이자 엄마 같은 힘이 있는 존재다. 그런 역할이라면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사람을 연기하는 건 자신 없고, 심성이 강인한 여성은 내 방식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케이했다.
-아까 김성훈 감독이 서비를 두고 ‘조선시대 여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물’이라고 설명하던데.
=김은희 작가의 글에 김성훈 감독이 즉흥적으로 넣은 설정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서비라는 인물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가 조선시대를 그린 사극에서 봐온 여성은 대개 보호받아야 하거나 나서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서비는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원래의 강인한 심성이 나오게 되는 인물이다. 내 몸은 내가 지키고, 남도 지켜주고, 좀비를 이상하게 많이 처치하게 되고. 또 어제 촬영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서비는 팀의 브레인이더라. (웃음) 감독님이 어제 주신 콘티를 보니 굉장히 명석한 인물로 묘사돼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센스8>의 주연을 맡았었다. 넷플릭스 제작 시스템의 유경험자로서 동료 배우, 스탭에게 조언한 점이 있다면.
=드라마가 공개될 즈음 가족, 친지를 동원해 넷플릭스 계정을 만들라는 것. (웃음) <센스8>를 찍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같은 계정으로 아무리 많이 봐도 소용없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장점은 종영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입소문만 잘 타면 시청자들이 평생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배우로서 그런 작품에 참여하게 돼 기쁘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관심만큼이나 클릭 수도 중요하니까. (웃음) 그런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