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큐멘터리 <김군>을 보기 위해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를 찾은 한 관객이 꼭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고는,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강상우 감독과 양희 작가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독립영화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1만 관객을 돌파한 <김군>은 이날 함께한 관객에게도 위안과 분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강상우 감독은 이날 동석한 양희 작가와의 인연을 들려줬다.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는데 왜 사람들이 무섭고 강렬한 무장을 하고 있지? 당시의 광주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 양희 작가가 새롭게 투입되면서 개봉 버전의 편집 방향을 달리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무현입니다>(2017)의 작가이기도 한 양희 작가는 “영화제 버전에는 없었던 생존자 인터뷰를 덧붙이고 재배열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알려줬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이 물을 수밖에 없는, “누가 진짜 김군인가?”라는 질문에 양희 작가는 “제작진 입장에서 김군의 정체는 명확했다. 계엄군에 의해 총살을 당한 그분이라고 여겨지지만, 실은 이 영화는 지금도 못 찾아낸 김군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만든 영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이 이렇듯 국가 폭력의 원인으로 되풀이되기도 하는 현실”을 지적했고, 또한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엔딩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닫혀 있던 문을 열면서, 5·18을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깊은 뜻이 있는 줄을 몰랐다”며 겸손을 표한 강상우 감독은 “도청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강갑씨가 아침마다 매일 하는 일이 문을 여는 일이라는 것에 주목했다”면서 그분들의 손으로 문을 열고 또 도청에 들어오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던 김군의 사진과 엔딩을 비교하면서 “이것은 1980년 5월의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다른 형태로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기록한 사진 한장에서 시작해 여전히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그날의 진실을 추적하듯 들여다보는 이 영화의 출발과 마지막에 대한 강상우 감독과 양희 작가의 설명에 상영관의 모든 관객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