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6월의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②] <보희와 녹양>, 다름을 받아들이는 시선을 찾고 싶었다
2019-07-04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풋풋한 성장담 <보희와 녹양> 감독 안주영
안주영 감독, 김소미 기자(왼쪽부터).

반짝이는 초여름, 경기 인디시네마 데이의 첫문을 연 영화는 단짝친구와 함께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성장담 <보희와 녹양>이다.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각자의 어린 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의 풋풋한 발걸음에 동참한 뒤 기분 좋은 얼굴로 안주영 감독을 맞이했다. 5월 29일 개봉 이후 한달여가 지난 시점, “매일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나씩 하면서 많은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안주영 감독은 영화 관련 일정으로는 안양이 처음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보희와 녹양이라는 두 주인공의 이름은 제목으로 채택될만큼 독특하고 생기가 넘친다. 안주영 감독은 작명의 비하인드를 소개하며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이유로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개성이 뚜렷하고, 소년과 소녀의 성역할이 전복된 것 같은 이미지에도 부합하는 이름을 고심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한편 “규정된 것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감독에게 중요한 서사적 동력이긴 했지만, 두 인물의 성역할을 무작정 도치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그것 또한 이분법”이 될 수 있다는 고민, 그리고 “주변에서 보희 같은 남자아이가 실존하는지 의문스럽다는 피드백을 듣고, 여성감독으로서 가짜를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하는 마음이 영화를 한층 섬세하게 만들었다.

10대 캐릭터를 더욱 사랑스럽게 형상화한 안지호, 김주아 배우와 친밀도를 쌓는 과정은 어땠을까. “작품의 특성상 사무실에서 리딩하고 연습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안주영 감독은 밖으로 나가서 서로를 인간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놀이기구 바이킹을 잘 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지호군은 겁에 질려서 울먹였고, 주아양은 진심으로 신나 보였다. 캐스팅 참 잘했구나,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라고 안 감독이 에피소드를 전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10대 중반인 보희는 자신도 모르게 전형화된 남성성을 가지기를 욕망하는 과정을 겪는데, 사라진 아버지의 존재를 알아가면서 자연스레 그 마음이 성숙해진다. “매우 개인적이고, 한편으로는 보희에게 고민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아버지의 전사를 고민하던 감독이, 아버지를 성소수자로 풀어냄으로써 영화의 시선 또한 깊어졌다. 가부장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자신의 성 지향성과 자유를 찾아 떠난 아버지를 지켜보는 보희는, 어느덧 자신의 이름과 외양, 성격 등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안주영 감독은 끝으로 “다음 작품은 피와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영화를 보여드리겠다”며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차기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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