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 뉴 액션 트렌드③] 아날로그 액션을 기반으로 할리우드 액션영화 스타일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감독 6인
2019-08-07
글 : 김현수
글 : 송경원
고전적으로, 그리하여 더 강렬하게!

지분의 차이가 있을 뿐 액션영화는 언제나 할리우드 대중영화의 중심에 자리해왔다. 하지만 CG가 난무하는 현재 할리우드의 분위기와 달리 액션영화는 결국 몸의 표현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적인 아날로그 액션을 기반으로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고 있는 6인의 감독을 소개한다. 고전적인 것과 새로운 경향의 조화. 액션은 그렇게 오늘도 진화하는 중이다.

1. 데이비드 리치

데이비드 리치 감독(왼쪽)과 드웨인 존슨.

“데이비드 리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액션 아티스트다. 그는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고 어떻게 액션 동선을 짜고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장면을 연출할지 제대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누구보다 액션을 멋지게 연출한다.” 데이비드 리치 감독에 대한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타뎀의 평가에 더 보탤 것이 없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의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리치는 문자 그대로 액션의 장인이다. 베테랑 스턴트맨이었던 데이비드 리치는 <트로이>(2004),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에서 브래드 피트의 대역배우로 활동하며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트론: 새로운 시작>(2010)에서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아 연출 감각을 익혔으며 <쥬라기 월드>(2015),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도 조감독으로 활약했다. 언젠가부터 할리우드에서 혁신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액션 장면이 필요한 자리에 데이비드 리치의 이름이 거론되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아마도 그 결정적 계기는 2014년 채드 스타헬스키와 공동연출을 맡았던 <존 윅>일 것이다.

<존 윅>은 순수하게 액션을 중심에 놓고 기획된 영화다. 스토리와 구성을 최대한 단순하게 한 채 액션의 퍼레이드를 펼치는 이 영화에서 데이비드 리치는 총기, 격투, 카체이싱 등 아날로그 액션으로 시도 가능한 거의 모든 시도들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아이디어로 승부한,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였던 <존 윅>은 시리즈화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액션영화 부활의 신호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단독 연출을 맡은 <아토믹 블론드>(2017), <데드풀2>(2018)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액션영화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데이비드 리치의 액션 스타일은 고정된 것이 없다. 장르와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접근이 가능한 것이 데이비드 리치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특징을 꼽자면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이 특징적이다. <존 윅>의 존 윅처럼 빛나는 액션 아이콘들이 데이비드 리치의 손길을 거쳐 차례로 태어나는 중이다.

● <아토믹 블론드> 액션이 곧 캐릭터다

그래픽노블 <콜디스트 시티>를 원작으로 한 <아토믹 블론드>는 단순하고 강하고 빠르다. <존 윅>이 다채로운 총기 액션을 선보인 것과 달리 <아토믹 블론드>는 철저히 맨몸 액션의 쾌감에 집중한다. 상대적으로 완력이 약한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하게 급소를 찌르는 방식의 원테이크 액션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그야말로 몸으로 구현한다. 단순히 물량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동작의 완급과 속도를 조절하는 구성이 액션 장인의 솜씨를 증명한다.

2. 리 워넬

그야말로 다재다능하다. 호러영화의 스타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학교 동료이기도 한 리 워넬은 <쏘우>(2003)의 각본가이자 출연배우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단편에서 출발했던 <쏘우>의 아이디어는 제임스 완과 절묘한 호흡을 자랑하며 이후 호러영화의 기념비적인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그런 리 워넬이 첫 연출에 도전한 영화가 호러가 아니라 SF 액션영화라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리 워넬의 연출 데뷔작 <업그레이드>는 ‘새로움’과 ‘재미’라는 측면에서 <쏘우>의 충격적인 등장을 연상시킨다. 리 워넬 감독은 “항상 내가 재밌다고 느낀 것들에서 출발한다. 그걸 어떻게 영화적인 장치로 구성할 것인지가 관심사다”라고 창작의 비밀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호러 외에 액션, SF 등 또 다른 장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익숙한 것들을 활용하되 비트는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나가는 것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창작자라는 점에서 얼핏 쿠엔틴 타란티노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리 워넬이 과거 액션영화들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애크러배틱한 동작들이 주는 쾌감에 있다. 블룸하우스에서 <인비저블맨>을 준비 중인 만큼 아쉽게도 속편은 액션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장르와 무관하게 리 워넬이 메가폰을 잡는 한 기발한 아이디어의 액션 장면은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업그레이드> 인공지능의 힘을 빌린 아날로그 액션의 진화

신체 능력을 상실한 남자가 인공지능 칩의 도움을 받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로보캅>이 기계 갑옷을 입은 인간이었다면 <업그레이드>는 기계의 영혼을 이식한 사람의 액션이다.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한 동작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액션은 인간과 기계 중간쯤에서 묘한 쾌감을 안긴다.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액션의 묵직함을 바탕으로 하되 속도와 정확성은 디지털의 감각으로 장식된 기발한 혼종 액션이다.

3. 크리스토퍼 매쿼리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가운데).

크리스토퍼 매쿼리를 액션영화감독으로 분류하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각본가로 명성을 쌓은 만큼 차라리 정교한 이야기꾼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연출에 한정해서 본다면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액션 블록버스터 감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2년 <잭 리처>에서 톰 크루즈와 만난 이후 감독 크리스토퍼 매쿼리의 행보는 철저하게 톰 크루즈의 매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액션영화에서 톰 크루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하면 누가 뭐라 해도 직접 맨몸으로 하는 아슬아슬한 아날로그 액션이다. 직접 고층 빌딩의 외벽을 타고, 날아가는 비행기에 매달리기도 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은 영화 내용과 별개로 그것만으로도 이미 화제를 모은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 다름 아닌 크리스토퍼 매쿼리의 연출력이다. 이러한 애크러배틱한 액션을 단순한 구경거리에 그치지 않게 ‘사실적으로’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것은 대부분 감독의 공이다. 다채로운 액션 중심으로 이야기를 짜되 억지스럽지 않게 연결해나가는 솜씨는 과연 이야기꾼의 면모를 확실히 증명한다.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를 소비해버리기 쉬운 액션 장르에서 귀한 재능이다.

●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톰 크루즈의 육체라는 장르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촬영 당시 톰 크루즈가 빌딩 사이를 직접 점프하다가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영화 속에 구현된 그 장면의 비중은 실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대역을 쓰거나 CG의 힘을 빌려도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진가가 발휘된다. 직접 몸으로 했을 때 빚어지는 약간의 어설픔과 둔탁함, 현장의 아슬아슬한 공기가 날것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액션을 잘 담아내는 것. 단순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4. 채드 스타헬스키

스턴트 배우 채드 스타헬스키(왼쪽).

“왜 사람들은 중국 무협영화나 미국 서부극, <다이하드>와 같은 1980년대 액션영화나 스티브 매퀸의 자동차 추격전, 찰스 브론슨이 휘두르는 도끼 등에 열광할까? 관객은 어디에서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영화 속 스턴트 장면을 통해 흥분을 느낀다. 그들은 액션에 스며드는 스토리텔링에 반응한다. 그것은 우리가 <존 윅> 시리즈를 확장하며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감동과 흥분을 선사할 수많은 영화적 요소 중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극대화해 활용하고자 하는 요소는 액션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는 아날로그 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존 윅> 1편으로 연출 데뷔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24살에 할리우드에 발을 들인 뒤 <크로우>(1994)에서 주연 배우 브랜든 리의 대역배우로 스턴트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매트릭스>(1999)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감독과 스턴트 감독으로 방향을 바꿨고 자신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리치 감독과 2006년에 액션 디자인 회사인 ‘87 Eleven’을 설립했다. 87 Eleven이 액션에 참여한 <닌자 어쌔신>(2009),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원스 폴른>(2010),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세이프>(2011), 그리고 <존 윅> 시리즈 외에도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스턴트 대역 및 무술감독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영화는 70여편에 이른다. 그가 오랫동안 스턴트 배우로 활동하면서 쌓아올린 노하우를 비롯해 <존 윅3: 파라벨룸>에 담긴 그만의 액션 연출 특징 중 하나는 일대 다수의 대규모 집단 액션에 쿵후, 우슈, 인도네시아의 펜칵 실랏 등 대륙별 무술 스타일을 한데 모아놓았다는 것. 그는 <존 윅>의 영화적 뿌리가 홍콩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70년대 액션영화들, 특히 아시아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이 직접 이 영화를 만들 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영화들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1966), 존 부어먼의 <포인트 블랭크>(1967),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 사람>(1970), 오우삼의 <첩혈쌍웅>(1989)이다. 이처럼 지구상의 다양한 장르와 무술이 혼합된 영화를 돋보이게 했던 스턴트 배우들의 면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의 액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방향키다. 닌자 전사들이 존 윅을 상대로 부서지기 쉬운 유리 화랑에서 싸우는 장면에서 <레이드>의 배우 야얀 루히안과 세셉 아리프 라만이 등장하고, 암살자 어니스트 역으로 키 2.21m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센터 출신 NBA 농구스타 보반 마리야노비치가 등장한다. 차에 치이는 것 같은 고도의 기술이나 부상 장면을 찍을 때 투입됐던 키아누 리브스의 대역배우이자 트레이너인 잭슨 스피델과 할리 베리의 트레이너인 스턴트 배우 하이디 머니메이커, 그리고 그녀가 연기하는 소피아의 충직한 동료인 벨기에 품종 경찰견이 ‘개 주짓수’ 장면을 가능하게 한 동물 조련사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서 나온 다이아 늑대 훈련으로 유명한 인물. 스턴트 배우 출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을 때 합류할 수 있는 일종의 어벤져스 멤버들이라 할 수 있다.

● <존 윅3: 파라벨룸> 액션을 가리지 않고 보여준다

<존 윅> 시리즈가 액션 시퀀스를 다룰 때의 연출 방향은 편집의 기교를 통해서 동작을 가리거나 극대화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기술적으로 장면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순간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관객에게 액션의 동작을 더 자세하게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치를 바꿔야 하는 불안정한 순간일 때다.

5. 개러스 에반스

웨일스 출신의 개러스 에반스 감독이 연출한 인도네시아 액션영화 <레이드> 시리즈가 몰고 온 충격은 액션이나 폭력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 게임과 영화 사이의 모호한 경계라는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액션 묘사에 있어 물리적 타격감을 영화가 사실적으로 그리고 온전히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무술인 펜칵 실랏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사람의 신체가 완력에 의해 부러지거나 터져나가는 묘사는 개러스 에반스 감독이 펜칵 실랏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찾아낸 통신회사 배달원 이코 우웨이스가 있었기에 사실적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편집을 잘게 쪼개지 않고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개러스 에반스 감독의 연출 특징 덕분에 스턴트 배우들은 어디에도 숨을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액션을 보여야 한다. <레이드> 시리즈는 조 카나한 감독에 의해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추진 중이며, 개러스 에반스 감독은 DC 코믹스의 안티 히어로 중 하나인 데스 스트로크의 단독 영화를 준비 중이다.

● <레이드2> 공간을 가장 잔인하게 활용하라

<레이드> 시리즈는 대표적인 월투월 액션영화로, 벽과 벽 사이 모든 공간을 액션의 활용 요소로 쓰는 영화다. 이 세상에 액션 장면을 찍을 수 없는 공간은 없다는 뜻인데, 그렇기 때문에 상상 초월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서진 문틈 같은 별것 아닌 공간요소를 가장 잔인한 살인 수단으로 쓴다든가 하는 것. 특히 2편이 이런 액션의 특징이 잘 살아 있다.

6. 티모 타잔토

티모 타잔토 감독의 <밤이 온다> 포스터.

모 브러더스라는 이름의 팀으로도 활동중인 티모 타잔토 감독은 호러 장르 기반의 영화 연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호주 유학 시절 만난 키모 스탬보엘 감독과 함께 모 브러더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첫 영화가 미국 슬래셔영화의 특징을 접목해서 만들어낸 <마카브르>(2009)다. 전기톱이나 무기를 이용한 사지절단 장면 등이 자주 등장했던 이 영화 이후, 장르적 스타일의 영향 때문인지 그가 연출하는 액션 시퀀스의 시각적 충격은 주로 호러영화의 연출 미학을 접목하면서 탄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근거리에서 육탄전을 벌일 때도 권총과 칼을 동시에 쓰며, 상대를 잔인하게 여러 차례 해친다. 모 브러더스의 이름으로 발표한 기타무라 가즈키 주연의 <킬러스>(2014)와 이코 우웨이스 주연의 <헤드샷>(2016)을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밤이 온다>에서도 그가 자주 등장시키는 장면은 여성 액션배우들의 활약. 대표적으로 줄리 에스텔, 한나 알 라쉬드,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 같은 인도네시아 여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액션 스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밤이 온다> 슬래셔와 액션 장르의 결합

식스 시즈라는 익명의 여섯 단체로 이뤄진 동남아 트라이앵글 범죄조직의 일원이 한 아이를 돕다가 조직 전체를 박살내는, <아저씨>(2009)류 이야기. 이 영화의 모든 액션 시퀀스는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등급의 수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현실 그대로를 묘사한다. 소 잡는 전기톱이나 도살용 칼로 사람을 베고 자르거나, 혹은 맨손으로 머리를 박살내 뇌수를 쪼개버린다든지, 아니면 뼈를 동강내 다시 무기로 쓰는 방식으로 영화 내내 살점과 피를 흩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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