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앨리스 죽이기> 2014년 희대의 레드 스캔들
2019-08-07
글 : 김소미

2011년, 재미 한인 성악가 신은미씨는 3차례에 걸친 40여일간의 북한 여행 후 <오마이뉴스>에 북한 여행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연재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각종 토크콘서트를 이어가던 그는 북한을 우호적으로 묘사하는 발언들로 종북주의자라는 집중 폭격을 받기 시작한다. <앨리스 죽이기>는 갈등이 격화된 2014년을 중심으로 신은미, 정태일 부부의 한국 행적을 좇는다. 2014년 12월, 전북 익산에서 반대 인파를 뚫고 토크 행사를 강행한 신은미씨 일행에게 당시 미성년자였던 일간베스트 회원이 도시락 사제 폭탄을 터뜨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토크콘서트 무대를 지키던 활동가는 상반신 전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거리에서 이른바 애국 단체들의 행태가 블랙코미디적으로 묘사된 직후의 장면이다. 부끄럽고 ‘웃픈’ 현실에 입꼬리가 씰룩이던 것도 잠시, 증오와 광기로 물든 한국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고는 육중한 수치심이 앞선다. 약 한달 뒤, 부부는 강제 출국 및 입국 금지 조치를 당한다. 재미동포 신분이기에 북한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여행자로서 비극적인 참상보다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모를 보고 돌아왔다는 신은미씨의 입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종북’이라 낙인 찍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종북과 좌빨, 빨갱이 콤플렉스가 불붙는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앨리스 죽이기>는 그사이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 정세가 변화했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슈를 건드린다. 북한의 진실이 무엇인가 질문하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병든 단면을 적나라하게 전시하는 영화인 이유다. 김상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용감한 기러기상, 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관객상을 수상했다. 성당 내부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지고, 인파 속에서 화염방사를 하는 장면들을 근접촬영해 생생한 충격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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