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마사제’인가 싶다가도,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배성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신>의 중수는 타인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직업이 타인에게 고통을 줬다는 죄책감 때문에 귀농을 택한, 직업을 제외하면 보통의 평범한 남자다. 그는 형 강구(성동일)의 집에서 악마가 가족의 얼굴로 변신해 서로를 헐뜯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자 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사제복을 입는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의 징글징글한 악역부터 드라마 <라이브>에서 연상의 전 부인을 향한 순애보를 뽐낸 오양촌까지, 극단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매번 현실감을 잃지 않는 배성우는 정서적 요소가 강한 오컬트영화 <변신>이 가진 결정적 승부수다.
-드라마 <라이브>를 한창 찍고 있을 때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고.
=원래 제작사 대표와 친분이 있어서 일찌감치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가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드라마 촬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바로 결정을 못하겠다고 했더니, 제작사에서 드라마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다. 다만 이런 역할은 좀 젊은 배우가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중수는 사제보다는 그냥 삼촌에 가까우니까. (웃음)
-배성우만의 연기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이 오컬트 장르에서 어떻게 녹아들지, 혹은 변주됐을지가 궁금한데.
=예전에는 공포영화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무서워서 잘 못 본다. 그래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좀 없었는데, 코미디든 휴먼이든 액션이든 장르에 따라 연기가 달라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야 연기도 더 재미있게 나오는 거 같고. 그래서 장르적인 연기를 고민하는 대신 원래 하던 대로 연기에 접근했다. 마침 이 영화는 특수효과가 화려하기보다 정서적인 부분이 강했고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는 방식이 맞았다.
-중수가 강구네 집에 얹혀살며 눈칫밥을 먹던 과거가 암시되지만 구체적인 신이 나오지는 않는다. 많은 사연을 짐작게 하는 캐릭터인데, 인물의 전사는 어디까지 상상해보았나.
=최소한으로만 만들고 접근했다. 연기할 때 가끔 표현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전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건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보고 느껴야지 우리끼리만 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설정만 있고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연기를 하면 오히려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중수 역시 가족의 일원이지만 어떤 사건 이후 이들과 연락을 끊고 산다. 중수의 귀환이 저택에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너무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찰랑찰랑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감정을 너무 폭발시키면 적정선을 벗어나게 되고, 그렇다고 덜 가면 연기가 밋밋해지니까 외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현장 분위기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배우들끼리 너무 친해서 놀기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감과 친밀함을 갖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촬영에 들어갔다.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신은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라 감정의 흐름에서 얻어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성)동일 선배가 본인 컷을 따는 촬영이 아닐 때도 거의 풀로 감정을 내며 함께 연기를 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확실히 <더 킹>(2016)과 드라마 <라이브>가 배우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더 킹>의 양동철은 분량도 많았고, 한재림 감독님이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주셔서 촬영 내내 재밌게 놀 수 있었다. <더 킹>에서 연기하는 방식을 좋게 봐주신 노희경 작가님이 감사하게도 드라마 <라이브>에 날 불러줬다. 사실 연극을 할 때는 멜로 연기를 아주 많이 했다. 영화계로 온 이후에는 내가 나이가 있어서인지 멜로 쪽과는 인연이 안 생기더라. (웃음) 배종옥 선배님이 내 연기를 너무 잘 받아주셔서, 오랜만에 아주 즐겁게 로맨스를 연기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출장수사>에 출연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가장 소시민적이고 어떻게 보면 밋밋한 역할을 맡았다. 그런 인물이 굉장히 살벌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지금 촬영 중인 <출장수사>는 좀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수사극이다. 사건은 가볍지 않지만, 캐릭터들은 아주 인간미가 넘친다. (웃음) 다만 드라마 <라이브>를 비롯해 경찰을 연기한 작품이 적지 않아 다소 캐릭터와 상황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영화 호흡에 맞춰 좀더 임팩트 있게, 코미디도 잘 살리면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