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타짜: 원 아이드 잭> 이광수·임지연·권해효 - 여유만만 팀플레이
2019-08-27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이광수

무적의 카드패를 뽑아든 형상이다. 사기극을 계획 중인 노련한 타짜 애꾸(류승범)는 도일출(박정민)과 함께할 세명의 멤버를 스카우트한다. 기원 원장과 사기꾼의 두 정체성을 능숙하게 운영 중인 권 원장(권해효), 놀라운 카드 셔플 기술을 보유하고 수완이 좋은 까치(이광수), 화려한 언변과 미모를 자랑하는 영미(임지연)가 그 주인공. 평범한 듯 만만치 않은 이들이 시나리오상에서 처음 소개되는 시퀀스는 호쾌하고 일견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어둡고 비정한 도박판에 케이퍼무비의 밝은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반가운 3인의 등장이다. 배우 권해효는 이들을 “한없이 가볍다가도 또 한없이 무거워지는” 사람들이라 묘사하면서 <타짜: 원 아이드 잭>을 “같이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영화”라고 말했다.

-<타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부각되는 이야기다. 한팀으로 활동하게 된 권해효, 이광수, 임지연 세 배우의 조합 자체도 신선하다. 역할을 수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권해효_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권 원장 캐릭터가 그다지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타짜> 시리즈가 2000년대 한국영화 안에서 관객에게 각인된 측면들이 있고,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성장드라마적 성격이 녹아들어 있기에 하나의 팀으로서 바라보려고 했다. <타짜>의 고니(조승우)나 이번 영화의 도일출은 멘토를 통해 배우고 또 다분히 스스로 부딪혀가면서 자생하는 그런 인물인 것 같다. 나는 그 과정에 존재하는 ‘바라봐주는 사람’ 정도의 몫으로 이해했다. 그랬던 만큼 촬영도 편안하게 즐기면서 했다.

=임지연_영미는 기존 <타짜>의 여성 캐릭터들과 결이 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태 내가 연기해온 인물들과도 많이 달라서 내겐 큰 도전이었다. 개인적인 의미에서는 영화의 전체 스토리도 좋았지만 내가 가진 원래의 성격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감독님의 지시대로 평소의 꾸밈없는 성격을 있는 그대로 열어놓고 활용하려 했다.

=이광수_까치 역시 지금까지 내가 해본 적 없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권오광 감독님과 <돌연변이>를 찍을 때 기억이 정말 좋았던 터라 꼭 다시 해보고 싶었다.

-이광수 배우는 <돌연변이> 이후 권오광 감독과 4년 만의 재회다. 배우로서 권오광 감독의 어떤 면에 끌렸나.

이광수_현장에서 생각이 매우 명확하고 디렉션이 정확하다. 배우가 생각한 것들을 깊이 있게 함께 고민해주니 의지하게 된다. 내겐 사적인 자리에서도 편한 형처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권해효_현장에서 배우와 감독이 어떤 장면을 놓고 조율한다는 게 매번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때로 프리 과정의 미숙함이 드러나는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권오광 감독을 믿고 맡길 수 있었던 작품이다. 평소엔 부드럽고 유하지만, 그 안에서의 카리스마나 자기 결정이 뚜렷해서 순간순간 배우가 성취해야 할 그림들을 확실하게 만들어준다. 독립영화로 출발한 권오광 감독의 능력이 이번 영화에서 어떻게 만개할까 싶은 개인적인 기대도 있다.

-원 아이드 잭 카드를 받고 한팀으로 스카우트되기 전까지 각자 어떤 삶을 살았을지 더 궁금해지는 인물들이다. 처음 도박판에는 어떻게 입성했을지, 그간의 크고 작은 범죄 전력은 어떠할지 등 많은 사연이 있었을 법한데 혹시 생각해본 전사가 있다면.

권해효_세 번째 시리즈니까 개별 인물들의 전사가 최소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화투에 비해 카드판이 덜 알려진 면도 있고, 팀으로 큰 작업을 할 때는 현실에서도 가급적 노출이 안 된 인물들을 써야 하니 오히려 작품의 논리와 잘 맞지 않았나 싶다. 나를 비롯해 함께하는 사람들 모두 각자도생 양아치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권 원장 역시 거창한 전적 없이 10만원 삥 뜯어 그 돈으로 술 사먹는 시간을 수없이 보내온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합숙훈련을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는 초반부 몽타주 신이 영화적인 재미가 될 것 같다.

임지연

임지연_나 역시 평범한 인물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람을 잘 다루고 언변이 화려할 뿐이지 사실 그동안 대단한 걸 누려본 적 없는 인물이라고 상상했다. 카지노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푼돈을 버는 정도였을 거다.

이광수_내 캐릭터의 특징은 좀 조심스럽게 순화해서 사랑꾼이라 표현하긴 했는데….

권해효_음, 정확히 말하면 난봉꾼이지. (웃음)

-타깃이 눈치채지 못하게 팀플레이를 해서 50억원짜리 사기를 꿈꾸는 내용이니만큼 연기하는 배우들간의 호흡도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카메라 밖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권해효, 이광수 배우는 얼마 전 <나의 특별한 형제>를 함께하기도 했다.

임지연_이광수 배우와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커플처럼 호흡 맞추는 장면들을 재밌고 편안하게 잘 마쳤다. 촬영장에서도 지금 인터뷰하는 이 모습 그대로 정말 격의 없이 지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배우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같이 모여서 끊임없이 카드를 쳤다.

권해효_다들 또래인데 나만 맏형, 삼촌 같은 느낌이었지. 연배가 비슷한 우현 배우가 있어 다행이었다.

이광수_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은 건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권해효 선배님이셨다는 거다. 배우들은 물론 스탭들까지 아우르며 촬영장 분위기를 돈독하게 한데 엮어주셨다.

권해효_애꾸가 팀원을 모아서 준비하고 시행하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부라면 후반부는 영화의 포커스가 도일출이라는 인물에게로 좀더 이동한다. 그러다보니 사실 영화 전체에서 한팀이 다 같이 촬영한 장면은 며칠 되지 않는다. 각자 흩어진 뒤 인물들이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 나도 아직 영화를 못 봐서 굉장히 궁금하다.

-이광수 배우는 <탐정: 리턴즈> <나의 특별한 형제> 그리고 <타짜: 원 아이드 잭>까지 개봉 시기로 보자면 지난해부터 스크린 전성기가 새롭게 시작된 것 같다. 장기인 코미디에 베이스를 두고 있지만 캐릭터들의 깊이나 다양성이 날로 풍부해지고 있는데 배우로서 연기 갈증이 많이 해소되고 있을 것 같다.

이광수_쉬는 기간이 길어지지 않게 하려고 부지런히 작품 활동 하고 있다. 좋은 작품들이 들어오니까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조금은 있다. 뻔한 대답이기는 한데 아직은 안 해본 것들이 훨씬 많다. 더 다양하고 새로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처럼 쉬지 않고 작품할 수 있는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 특정 장르나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정해둔 것은 없지만 굳이 꼽자면 악역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권해효

-권해효 배우는 이제 데뷔 30년차를 향해 간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는 모두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상사였고, 이옥섭 감독의 <메기>,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에도 참여했다. 이제는 현장에서 연장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이 늘어날 것같다.

권해효_아니다, 난 책임감은 없다. (웃음) 같이 놀아줘서 고맙고 같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상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이다. 이번 작업은 어떠한 스트레스도 없는 시간이었다. 그게 영화에 어떻게 비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면모가 있구나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이후 개봉할 작품 중에서는 잠깐잠깐 얼굴을 내비치기도 하고 그럴 텐데 내가 어떻게 쓰이고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감독 혹은 관객의 시선 속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 고마운 마음이다.

-임지연 배우는 그동안 고전적이고 차분한 여성상을 연기하거나 반대로 굉장히 밝고 털털한, 트렌디한 20대를 연기하는 식으로 상반된 이미지를 소화해왔다. 이번 영화는 그런 스펙트럼 안에서 본다면 그중에서 가장 와일드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임지연_이미지로만 보면 데뷔 이후 약간 어둡고 우울하고 묘한 분위기의 여성을 주로 연기한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에서는 발랄하고 밝은 역할을 일부러 찾기도 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는 청순한 이미지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타짜: 원 아이드 잭>을 만난 것이 정말 큰 기대감으로 다가오더라. 원래는 소년 같다는 이야길 들을 정도로 굉장히 털털하다.

-차기작 상황은.

권해효_<여고괴담> 여섯 번째 시리즈인 <모교>라는 작품을 한창 찍고 있다. 10월 초까지 연상호 감독의 <반도>도 촬영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나라는 사람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을지, 또 궁금하다. (웃음)

이광수_<싱크홀>(가제)은 막 리딩하고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파이팅과 의욕이 넘치는 상태다.

임지연_지금 MBC 드라마 <웰컴2라이프>가 방영 및 촬영 중이다. 내년에는 영화 <유체이탈자>가 개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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